모두가 일할 때 딴짓 하는 친구, 관점을 바꾸면

햇살, 색깔, 이야깃거리를 모은 들쥐의 이야기 '프레드릭'

등록 2018.11.27 09:33수정 2018.11.27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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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에서 아동심리학을 전공하고 있는 학생이다. 이번 학기에 '동화와 마법의 상상력'이라는 교양과목과 '언어지도'라는 전공과목을 수강하고 있다. 최근 그 두 과목의 교수님들께서 동시에 소개해주신 그림책이 한 권 있었다. 레오 리오니의 <프레드릭>이라는 그림책이었다.
 

<프레드릭>책표지 ⓒ 시공주니어

  
아직 글이 익숙하지 않은 아이들에게 그림책은 상상의 세계로 문을 열어주는 열쇠와도 같다. 예술적으로 표현된 그림은 아이들의 감수성과 창의력을 섬세하게 자극해준다. 또한 그 그림에 적절한 텍스트가 연결되었을 때, 그림책은 더 미학적인 힘을 발휘하며 아이들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다.


<프레드릭>의 작가 레오 리오니는 1939년부터 미국에서 아트 디렉터로서 본격적으로 활동했다. 또한 1984년에 인스티튜트 오브 그래픽 아트 골드 메달을 수상하면서 어린이 책 작가, 디자이너, 그리고 조각가로도 국제적인 명성을 얻은 사람이다.

앞선 경험들을 살려 그는 책의 그림에 콜라주 기법을 적용했다. 종이를 덧대 붙여놓은 듯한 그의 그림에선 동물들의 특징을 단순하면서도 위트 있게 잘 잡아낸 작가의 센스가 돋보인다. 그의 그림은 아이들의 판타지를 부드럽게 자극하기에 충분해 보였다. 그 뿐만이 아니다. <프레드릭>은 그 그림과 어울리는 독특한 감성의 이야기도 담고 있다.

프레드릭, 넌 왜 일을 안 하니?

<프레드릭>은 따뜻한 감성과 시사점이 담겨있는, 겨울을 나는 들쥐들의 이야기이다. 첫 장면에서 프레드릭은 다른 들쥐들이 열심히 식량을 모을 때, 그저 가만히 앉아만 있는 모습이다. 

"프레드릭, 너 뭐하니?"


다른 들쥐들이 물으면, 프레드릭은 춥고 잿빛이며 기나긴 겨울을 나기위해 햇살, 색깔,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고 대답한다. 의외의 대답을 들은 들쥐들은 별다른 질책 없이 다시 자신들의 일에 집중한다.

춥고 잿빛이며 기나긴 겨울이 찾아온다. 식량이 떨어져 지쳐가던 들쥐들은 프레드릭에게 "네 양식들은 어떻게 되었니?"라고 물었다. 그러자 프레드릭은 자신이 온몸으로 느꼈던 따스한 햇살, 알록달록했던 색깔들, 흥미로운 이야깃거리들을 들쥐들에게 풀어놓는다.
 
'눈을 감아 봐, 내가 너희들에게 햇살을 보내 줄게. 찬란한 금빛 햇살이 느껴지지 않니....' 했습니다. 프레드릭이 햇살 이야기를 하자, 네 마리 작은 들쥐들은 몸이 점점 따뜻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시 눈을 감아 봐.'
프레드릭은 파란 덩굴꽃과 노란 밀짚 속의 붉은 양귀비꽃, 또 초록빛 딸기 덤불 얘기를 들려 주었습니다. 들쥐들은 마음 속에 그려져 있는 색깔들을 또렷이 볼 수 있었습니다.
 
이야기를 읽다보면, 자연스럽게 '개미와 베짱이' 이야기가 떠오른다. 나는 '개미와 베짱이'와 '프레드릭' 사이의 어떤 차이점을 느낄 수 있었다. '개미와 베짱이'는 성실성에 대한 교훈을 전달한다. 남들이 열심히 일할 때 놀기만 하던 베짱이의 최후를 보여주면서 말이다.

하지만 <프레드릭>의 들쥐들은 베짱이처럼 가만히 있던 프레드릭을 지적하지 않는다. 들쥐들은 그저 따스한 햇살, 알록달록한 색깔, 이야깃거리들을 모으는 프레드릭의 일을 존중하고, 실제로 프레드릭 덕분에 힘을 얻기도 한다. 프레드릭을 예술가로 인정하고 있는 것이다.

<프레드릭>을 읽은 독자라면, 개미들이 식량을 모을 때 옆에서 노래를 부르고 있던 베짱이를 게으름뱅이로 표현했던 '개미와 베짱이'에게 질문을 던져볼 수 있다. 관점을 전환해 '우리가 놓치고 있던 것은 없었던가'에 대해 말이다. 베짱이가 없었더라면 개미들은 적막 속에서 식량을 짊어져야 했을지도 모른다.

프레드릭

레오 리오니 글 그림, 최순희 옮김,
시공주니어, 2013


#프레드릭 #그림책 #예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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