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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당 1억 아파트' 만든 사람들... 그들의 놀라운 정체

[하성태의 사이드뷰]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정규 프로그램으로 보고 싶다

18.11.27 16:47최종업데이트18.11.27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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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역사를 되돌려 보면 2차 세계대전 이전에 나치가 유대인을 학살할 때도 반유대주의 조장과 학대를 위해 시온 의정서가 있었다. 당시에도 유대인들에 대한 혐오를 부추기는 가짜뉴스가 있었다. 차별과 혐오의 생각을 퍼트리기 위해 특정 종교 단체가 움직인다는 것은 위험한 행동이고 무서운 일이 될 수 있다."
 

배우 정우성은 이달 초 유엔난민기구(UNHCR) 특사 자격으로 내한한 배우 안젤리나 졸리와 만난 이후 이런 소감을 전했다. 지난 6일 방송된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과의 인터뷰에서였다. 정우성은 안젤리나 졸리가 이미 자신이 댓글 부대와 가짜뉴스에 시달린 경험을 알고 있었다면서 "(UN난민기구가) 심각하게 한국 상황을 모니터링 하고 있었다"면서 "한국대표부를 통해 나에게 응원의 말을 전했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렇다. 때로는 유언비어로, 또 언제는 '카더라 통신'이나 '음모론'으로 나타나거나 지칭됐던 '페이크 뉴스'는 태생적으로 '언론'에 기생해왔을지 모른다. 그 '페이크 뉴스'는 정우성의 경우처럼, 특정 종교와 결합하기도 하는 등 제 이익을 취하고자 하는 이들의 입맞에 맞게 여러 양태로 진화를 거듭하는 중이다. 그런 진화가 소셜 미디어라는 최적의 플랫폼을 만난 것이 현재의 페이크 뉴스, 가짜 뉴스인 셈이고.

인터넷 '서칭' 화면이나 전개로 흥미 더해
 

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방송 전부터 믿음직스럽게 보였던 이유는 사실 그 제목부터 마음에 들어서였을지 모른다. 이 '가짜뉴스'라고 명명된 이 (사실 같은 뜻이지만) '페이크 뉴스'의 우리말 버전은 좀 더 과격하고 훨씬 더 부정적인 명칭을 붙여줘야 마땅하다고 보는 편이이기에. 진짜와 가짜가 모호한 포스트모던의 시대를 통과했거나 현재 진행형인 시대, 이미 많은 전문가들이 '가짜뉴스'라는 이름을 폐기해야 한다는 주장을 거듭하고 있는 중이지 않은가.
 
자, 그러니까 쉽게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이런 식이다. 당신을 속여 왔던 이 '가짜뉴스'들의 근원을 찾고 싶다. 기본이 미디어 비평 되겠다. 하지만 가짜뉴스의 진앙지는 언론 뿐만이 아니다. 자연스레 <그것이 알고 싶다>를 위시한 동종 사회 고발 프로그램의 형식이 첨가된다.
 
여기에 영화 <서치>를 보듯, 인터넷 '서칭' 화면이나 전개로 흥미를 더한다. 자연스레 검색 창, 메신저 창, 유튜브 화면 등이 두둥실 떠오른다. '서처'라고 명명된 배우 김지훈은 '당신'의 위치에서, 때때로 '그알' 김상중의 위치에서 사건을 논평한다.
 
'알못'과 같은 신조어가 자막으로 깔리고, 유머러스한 그래픽도 흥미를 유발시킨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사회 고발 프로그램이다. '가짜뉴스'의 폐해를 고발하는. 그래서 26일 방영된 파일럿 첫 방송은 어땠냐고?
 
'강남 아파트 평당 1억' 가짜뉴스로 누가 돈을 벌었을까 
 

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지난 8월 21일, "강남 아파트 3.3㎡당 1억 시대" 뉴스가 한국을 강타했다. 유명 경제일간지, 아니 방송이 공개한 대로 유력 보수경제지 <한국경제>발 뉴스였다. 수많은 '받아쓰기' 기사가 쏟아졌다. 그러자 진짜로 집값이 수직 상승했다. 집값 못 잡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우려와 질타가 쏟아졌다. '9.13 대책'이 나오 전까지 이러한 광풍은 속수무책으로 휘몰아쳤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가 검색과 팩트체크, 취재를 통해 확인한 이 '강남 아파트 평당 1억'은 가짜뉴스였고, 그 진앙지는 놀랍게도 거대 언론이었다. 해당 지역 부동산에서는 그렇게 계약된 아파트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제작진이 확인한 실제 평당 가격은 1억에서 약 2, 3천 만 원이나 모자랐다.
 
"뉴스를 보고 확인해도 그런 매물은 없었다"고 했고, "가격을 올리려고 하는 어떤 작전 있지 않나"라고 물었으며, "가격을 올리려고, 가짜 계약서 써서 자기들이 막 흘려요"라는 증언도 나왔다.
 
하지만 가격이 실제로 올랐다. 한 심리학자는 이렇게 여론을 호도하는 전략을 '앵커링 효과'라고 불렀다. '1억 아파트'를 실제화하는 순간, 그 아래 가격의 아파트를 매매한 이들이나 앞으로 매매할 이들의 심리를 뒤흔든다는 설명이었다.
 
쉽게 말하면, 짜고 치는 고스톱일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문제는, 그 사기극의 주체가 언론사와 방송사, 그와 결탁한 부동산업자라는 데 있다. <한국경제>의 첫 기사 이후, 이를 퍼트리는데 앞장선 부동산 전문가가 출연한 방송은 경제전문인 SBS CNBC였다. 
 

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이 '1억 아파트'란 가짜뉴스로 이득을 취하는 이들이 바로 방송사와 이 부동산 업자라고 말한다. 물론, 실명도 공개했다. 장대장 부동산그룹의 대표이사인 장용석 부동산 칼럼니스트. 제작진이 취재한 바로는, 이 부동산 그룹에서 SBS CNBC에 제작비를 대고, 그러니까 방송 시간을 '사는' 개념이다. 이들이 프로그램도 직접 제작하고, 방송에서 소개한 매물로 거대한 이득을 취한다.
 
분양 대행이나 컨설팅이란 명목이다. 방송사가 갖는 권위를 돈 몇 푼으로 구입, 그를 통해 짜고 치는 고스톱의 근간을 마련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입을 모아 "거짓광고"라고 말한다. 한국경제와 SBS CNBC, 장대장 부동산그룹 모두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의 취재는 거부했다. '언론발' 부동산 '가짜뉴스'는 이렇게 완성됐다. 그 뒤엔 당연히 '돈'이 있었고, 그 '가짜뉴스'에 당하는 '호구'가 있었다.
 
이 색다른 고발 프로그램, 계속 보고 싶다 
 

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그 다음 '가짜뉴스'의 진앙지를 확인하는 일은, 고역의 연속이었다. "서청대", 즉, "서울구치소는 임시 청와대"라는 신조어까지 만들어 낸 태극기 집회 참가자들이 다수 등장했고, 일베가 넘실거렸으며, 일본 혐한 시위대를 목도해야 했으니까. 어찌됐든 다음 '가짜뉴스'의 테마인 '당신이 믿었던 일본발 뉴스'가 흔적이나마 밝혀낸 것은, 일본과 한국, 두 극우의 뿌리는 같다라는 슬픈 진실이라고나 할까.
 
2017년 4월, 한일 양측의 극우들이 인용하고 실제로 기사로도 났던 '재팬뉴스위크'발 "박근혜 대통령의 옥중 단식" 기사는, 명백한 '가짜뉴스'였다. 이를 대한애국당 조원진 대표를 비롯한 정치인들이 발언에서 인용하고, 각 매체들이 이른바 '따옴표 기사'를 통해 양산해냈다. 하지만 제작진의 취재 결과 '재팬뉴스위크'는 그런 기사를 작성한 사실이 없었다.
 
이를 혐한 부대가, 일본의 넷우익이 퍼다 날랐고 한국의 극우들이, 태극기 부대가 버젓이 인용한 셈이다. 제작진은 "TV 뉴스는 거짓이 많"고, "유튜브, 페이스북, 트위터"를 신뢰한다던 일본 '극우'도 직접 만났다. 그것도 자택으로 보이는 공간에서.
 

26일 방송된 MBC 2부작 파일럿 교양 프로그램 <당신이 믿은 페이크>의 한 장면. ⓒ MBC


한국에 대한 말도 안 되는 '가짜뉴스'를 진짜라 믿고 있던 일본 극우들 중 한 명은 '일베' 사용자와 '페이스북 친구'임을 자랑스레 밝혔다. 일본이나 한국이나, 소셜 미디어는 가짜 뉴스가 확대재생산되는 최적의 통로였다. 스마트한 세상이, '구독' 가능한 소셜 미디어의 범람이 가짜뉴스를 부추기는 확증편향의 현재는 한국이나 일본이나 예외가 없었다.
 
'가짜뉴스'의 박멸은, 요원할지 모른다. 아무리 '팩트체크'를 해 줘도, 인간은 원래가 '귀차니스트'다. 몇 번의 '서치'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을 검증하는 일은, 귀찮고 어렵다. 하지만 악은 성실하고, 또 너무나 가까이에 있다. 범람하는 '가짜뉴스'들이 딱 그런 식이다. 그 가짜뉴스들을 누가 생성하고, 또 어떤 이익을 취하는가를,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는 까발리고 싶어 했다.
 
다 좋다. 취지도 훌륭하고, 시대정신과도 부합하며, 형식도 매끄럽다. 그런데 말이다. 약간은 더 진지하고, 진중하게, 그러니까 더 깊게 파고드는 맛이 있어도 좋을 듯 싶다. 부동산도, 일본발 가짜뉴스도 훨씬 더 깊게 파고들었어도 좋았다.
 
반면 나이브한 결론은 피했어도 좋았다. 일본발 가짜뉴스의 피해가 '한국 역사'라는 결론 아래, 그 실제 피해자로 윤미향 일본군성노예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정의연) 이사장 인터뷰를 마무리로 넣은 것은 다소 어색했다. 그럼에도, 2회가 기대된다. 아니, 정규 프로그램으로 보고 싶다. 그 만큼 '가짜뉴스'들이 넘쳐 나는 세상 아닌가. 그리고 27일 방송되는 2회 주제는 '조덕제 사건'이다.
당신이 믿었던 페이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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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작업 의뢰 woodyh@hanmail.net, 전 무비스트, FLIM2.0, Korean Cinema Today, 오마이뉴스 등 취재기자, 영화 대중문화 칼럼니스트, 시나리오 작가, 각본, '4.3과 친구들 영화제'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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