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치하다 구역질하는 나, 생으로 내시경 해보니

[X의 오피스 살롱] 40대 남성의 비수면 위내시경 도전기

등록 2018.12.06 09:31수정 2018.12.06 0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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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사는 못했지만 나만의 미래를 꿈꾸며 현재를 성실히 살아가는 낙관주의자입니다. 불안하지만 계속 나아가는 X세대 중년 아재의 좌충우돌 일상을 소개합니다.[편집자말]
바야흐로 건강검진의 계절이다. 2년에 한 번씩 다가오는 건강검진이 달갑지 않기 시작한 것은 4년 전 첫 수면 위내시경 검사 이후부터다. 내시경에 사용하는 의료도구의 위생 문제와 마취 상태의 환자에게 일어나는 각종 사건 사고를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다음부터는 내시경 대신 약을 먹고 엑스레이를 찍는 위장조영을 선택했었다. 엑스레이를 찍기 전 먹는 약의 메스꺼움은 참을 만했으나, 제대로 된 검사가 안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다시 2년이 흘렀고, 이제는 수면 vs. 비수면 내시경의 갈림길에 서게 됐다.


아내에게 수면 내시경의 위험성과 단점에 대해 길게 설명했다. 아내의 대답은 간단명료했다.

"설명 고마워요, 여보. 그래도 난 수면 내시경으로 할래요. 사랑해요!"
 

내가 처음 비수면 위내시경을 한다고 했을 때 아내를 비롯한 주변 지인들은 이구동성으로 반대했다. 나는 엄살, 과장된 리액션, 빠른 포기로 평생을 살아온 사람이기 때문이다. 

"절대 안 된다. 내가 뭣 모르고 첫 내시경을 비수면으로 했다가 죽을 뻔한 거 알지? 내가 아는 너는 못해."

물론 다른 의견도 있었다.

"요즘은 비수면으로 진행하는 사람들이 늘어나는 추세예요. 그리고 저도 비수면으로 해요. 할 만해요."


수면이냐 비수면이냐, 그것이 문제로다

수면 내시경을 권하는 의견이 절대다수를 차지했지만 나는 비수면에 '도전'해보고 싶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서는 건강검진 자체를 내년으로 미루고 싶었다. 2년에 한 번씩 하는 건강검진 주기가 과연 적당한 것인지도 의문이 들었다. 하지만 건강검진을 하지 않아서 생기게 되는 금전적 불이익에 대해서는 본인 책임이라는 회사의 공문을 보고 일단 건강검진은 받기로 했다.

수면과 비수면 중 결정을 내리지 못한 채로 회사 지정 검진센터에 전화했다. 친절한 목소리의 상담원을 붙들고 비수면 내시경 시 발생하는 고통과 시간 등을 물어보았으나, 원론적인 대답만 돌아왔다. 

'칫솔질만 조금 길게 해도 연신 헛구역질을 하는 내가 무슨! 일단 수면 내시경으로 결정하고 다음 건강검진 때 다시 생각해 보자.'

역시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고 나니 마음이 그렇게 편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건강검진을 사흘 앞둔 어느 날, 충격적인 신문기사를 보았다. 모 건강검진 센터에서 수면 위내시경을 받던 40대 남성이 사망했다는 소식이었다. 심연 저 아래 내재돼 있던 두려움이 검은 연기처럼 다시 피어올랐다.

가을바람 앞에 선 갈대마냥 검진을 받으러 가는 날까지 마음이 수시로 바뀌었다. 그리고 마침내 검진 당일 날, 접수를 하면서 창구 직원에게 비수면 내시경에 대한 경험이 있는지 물어보았다.

"고객님께서 마음 한구석이 불편하시다면 저는 비수면도 해볼 만하다고 권해드립니다. 아무래도 마취제가 마약 성분이다 보니 싫어하시는 분들이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그리고 5분 내외로 끝나기 때문에 참을 만합니다. 고객들이 마취에 빠지고 풀리는 시간이 길어서 그렇지 실제적인 검사 시간은 5분 내외로 보시면 됩니다."

역시 고민은 짧게 하는 것이 좋다는 교훈을 얻었다. 결정의 순간이 닥쳤을 때 순식간에 내리고 실행에 옮기는 것이 스트레스 예방에 좋다. 최종적으로 창구 직원의 말에 용기를 얻었다. 나를 바라보는 아내의 눈빛은 의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렇게 나와 아내는 수면과 비수면으로, 각자의 길을 가기로 결정했다.

5분은 영원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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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드라마 <종합병원2> 스틸컷 ⓒ MBC

 
2시간이 지난 후, 나는 모든 검사를 마치고 위내시경 검사만 남겨 두게 됐다. 대기하는 동안 가슴이 주체할 수 없이 뛰기 시작했다. 이제는 건널 수 없는 강을 건너고야 말았다. 그동안 도시 괴담처럼 떠돌던 비수면 내시경의 온갖 무용담과 경험담들이 다시 한번 떠올랐다. 특히 한 친구의 지나치리만치 자세한 묘사가.

"마치 한 마리의 검은 뱀이 네 목으로 들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고 생각해봐. 그리고 그 뱀이 네 기도를 타고 몸 안의 위까지 도달하는 동안 너는 차라리 지옥을 경험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들 거야."

공포에 질려 있던 순간 드디어 내 이름이 호명됐다. 나는 힘겨운 발걸음을 한 걸음씩 떼기 시작했다. 밀려 있는 수많은 환자 때문인지 예상대로 간호사는 기계적이며 빠른 속도로 말을 쏟아냈다.

"제 쪽을 보시고 옆으로 누우셔서 새우잠 자듯이 다리를 만드세요."

이어 나의 벌린 입을 고정시켜 줄 도구를 물려준 뒤, 내시경 삽입 시 목구멍 쪽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마취약을 뿌려주었다. 나는 시각적인 공포감을 없애기 위해 이때부터 눈을 감아 버렸다. 담당 의사가 심호흡을 도와주는 구령을 해주었다.

"숨 쉬시고, 내쉬시고, 트림이 나올 겁니다. 잘하고 있습니다. 자 이제 들어갑니다!"
 

그렇게 5분이 지났고, 난 비수면 위내시경을 해냈다. 충분히 해 볼 만했다. 신체적 고통에 남보다 유달리 민감하며 아픈 것을 절대 참지 않고 표현하는 내가 큰 어려움 없이 비수면 내시경을 해냈다. 평소 양치하다가 메스꺼움을 참지 못해 구역질을 하거나 눈물을 흘릴 정도로 비위가 약한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런 나도 참을 만했다.

친구의 말처럼 5분 정도의 시간이 영원한 지옥처럼 느껴지지도 않았다. 누군가는 호스를 목에 넣는 순간 동물이 된다고 하던데, 다행히도 난 의식을 잃은 사람처럼 다량의 타액을 쏟아 내지 않았다. 몇 번의 트림과 2번의 묵직한 통증이 있었을 뿐이다. 비슷한 정도의 고통을 찾아보자면, 스트레스로 인한 속 쓰림이 지속되는 느낌이랄까?

이 세상 어딘가에 분명히 나와 같이 수면과 비수면의 갈림길에서 깊이 고민하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 감히 조언한다. 비수면 위내시경은 참고 견딜 만하다.

내후년쯤에는 비수면 대장 내시경에 대한 보고서를 쓰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위내시경 #비수면 #건강검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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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아직 안 죽었다. 출간 찌라시 한국사. 찌라시 세계사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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