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흔한 포클레인도 없이... 맨손으로 만든 놀라운 길

달마산의 기암괴석과 다도해 풍광을 한번에 즐기는 해남 달마고도

등록 2018.12.02 20:28수정 2018.12.02 2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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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고도. 달마산의 산허리를 따라가는 둘레길이다. 중장비를 투입하지 않고, 사람이 농기구를 활용해서 직접 갈고 닦았다. ⓒ 이돈삼


 
달마고도(達摩古道). 한반도의 최남단 해남 땅끝, 해발 489m의 달마산 중턱에 나있는 옛길이다. 달마산 미황사에 전해 내려오는 옛날 12개 암자를 연결하는 암자순례 길이기도 하다. 평균고도 200~350m로, 달마산의 7부 능선을 따라간다. 바다에 점점이 떠 있는 아름다운 섬들을 조망하며 걷는 길이다.

이름에서부터 구도의 느낌이 묻어나는 길이다. 속살은 더 멋지다. 길은 지난해 11월 개통됐다. 이제 갓 돌이 지났다. 길을 만들면서 중장비 같은 기계가 한 대도 들어가지 않았다. 나무 데크 같은 인공시설물 하나도 설치되지 않았다. 순수하게 사람이, 인력으로 만든 길이다. 하루 평균 40여 명씩, 9개월 동안 연인원 1만여 명이 투입돼 닦은 자연친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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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고도. 사람의 힘으로 일일이 다듬었다. 중장비의 흔적이라곤 찾을 수 없는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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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의 숲길. 달마산의 산허리를 따라 너덜과 숲길을 지난다. 눈도, 마음도 행복한 길이다. ⓒ 이돈삼

  
달마고도 조성사업에 들어간 돈은 모두 14억 원이다. 한동안 사람들이 다니지 않아 사라지다시피 한 길을 연결하고 길의 경계를 돌로 쌓았다. 경사가 급한 데는 돌을 메워 다졌다. 이정표도 몇 개 세웠다. 옛길을 조성하는 그 공법 그대로 길을 닦았다. 사업비의 90%가 인건비로 지출됐다. 10%는 부대비용으로 썼다.

이렇게 해서 발이 편안하고 눈도 즐거운 길이 됐다. 걷는 사람의 입장에서 만든 트레킹 길이 달마고도다. 달마산의 생태·문화 자원과 빼어난 경관을 소재로 만든 명품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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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고도의 너덜 구간. 험한 너덜 구간이지만, 중장비를 쓰지 않고 오로지 사람의 힘으로 다듬었다. 마음까지도 편안한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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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의 너덜. 달마고도를 걷다가 내려다 본 풍경이다. ⓒ 이돈삼

  
달마고도의 기본 구상이 나온 건 3년 전, 2015년 8월이었다. 전라남도와 해남군, 미황사 스님, 길 전문가 등이 여러 차례 만나 현지를 답사하며 구상을 가다듬었다. 이듬해에 길의 자원성과 안전성, 편의성, 연결성에 주안점을 두고 노선을 확정했다. 매력적인 역사문화자원을 체험하면서 전설 같은 스토리를 살리고, 최대한 걷는데 불편하지 않도록 했다.

지난해 2월부터 인력을 투입하고 삽과 괭이, 지게 등 농기구를 활용해 길을 다듬었다. 이른바 원시적인 맨손 공법으로 시공을 했다. 사람의 힘으로 옮기기 어려운 무거운 물건은 지렛대를 활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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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산의 달마고도와 북평 일대 풍경. 달마고도는 처음부터 끝까지 사람의 손으로 다듬고 연결시켰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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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에서 한 여행객이 완도 앞바다를 내려다보고 있다. 길에서 완도대교 일대가 한눈데 들어온다. ⓒ 이돈삼

      
달마고도는 달마산의 기암괴석과 다도해 풍광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는 길이다. 미황사에서 시작, 산허리를 따라 돌아 다시 미황사로 돌아오는 코스다. 4개 구간으로 이뤄져 있다. 모두 18㎞에 이른다.

1구간은 미황사에서 큰바람재까지 2.7㎞, 1시간 코스다. 산지 습지와 너덜, 암자 터, 편백숲을 지난다. 방씨 성을 가진 사람이 피난해 살았다고 '방개굴'로도 불리는 수정굴도 만난다. '보배로운 섬' 진도를 내려다볼 수 있는 여정이다.

2구간은 북평면 이진마을에서 미황사로 넘어오는 큰바람재에서 노지랑골 사거리까지 4.4㎞로 2시간 남짓 걸린다. 천제단과 문수암 터, 문바우골, 금샘을 만난다. 땅끝의 해양경관을 조망할 수 있다.

완도대교와 옛날 제주도를 왕래하던 포구인 남창이 내려다보인다. 정유재란 때 이순신 장군의 병을 치료해준 곳이고, 제주도에서 육지로 보내는 말의 출입통제소 역할을 했던 이진마을도 보인다.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북평면 일대의 바다풍광도 멋스럽다.

3구간은 노지랑골 사거리에서 옛날에 말을 몰고 다녔다는 몰고리재까지 5.6㎞로, 2시간 30분 가량 걸린다. 노간주나무 고목과 편백숲을 지난다. 북평면 서홍리와 영전리 일대 넓은 들과 어우러진 바다경관도 볼 수 있다. 아름다운 골짜기와 큰 너덜지대가 이어지는, 달마고도의 명품 중의 명품 구간이다.

4구간은 몰고리재에서 출발점이었던 미황사까지 5.3㎞로 의상대사가 세웠다는 절벽 위의 암자 도솔암과 용담골, 삼나무숲, 부도밭을 만날 수 있는 코스다. 2시간 남짓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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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는 미황사를 품은 해남 달마산의 산허리를 따라가는 트레킹 길이다. 걷는 내내 달마산의 명물 기암괴석을 볼 수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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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달마고도의 임도 구간. 달마고도는 임도와 옛길을 사람의 손으로 연결시키고 다듬었다. ⓒ 이돈삼

  
다양한 역사자원과 스토리를 담아낸 달마고도 전 구간을 종주하면 예닐곱 시간 걸린다. 중간에 돌아오거나, 내려갈 수도 있다. 걷는 내내 기암괴석을 보며 너덜겅을 지나고, 완도와 땅끝 앞바다의 다도해 풍광까지 볼 수 있다. 발도, 눈도 모두 행복한 길이다.

달마고도를 품은 달마산도 각별하다. 하얀 바위산으로 유명하다. 달마산은 중생대 백악기, 1억4000만 년 전에서 6500만 년 전에 화산활동으로 인해 생긴 산으로 알려져 있다.

기암괴석으로 이뤄져 있고, 크고 작은 돌이 많이 흩어져 깔려있는 비탈 너덜지대가 발달해 있다. 유리의 원료가 되는 규암이 많아서 하얀 빛깔을 띤다. 길을 걸으면서 명품 기암괴석을 다 보고, 20여 군데에 이르는 너덜지대도 만난다. 태고의 땅을 돌아볼 수 있는 달마고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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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고도 안내도. 달마고도는 미황사를 출발, 달마산의 산허리를 따라 산을 한바퀴 돌아 미황사로 돌아오는 트레킹 길이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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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 미황사 대웅보전. 단청이 다 벗겨진 전각이 소박하고 정겹게 느껴진다. ⓒ 이돈삼


달마고도의 출발점인 미황사도 아름답다고 소문이 나 있다. 미황사는 여러 가지로 특별한 절집이다. 한반도의 최남단에 자리하고 있고, 땅끝과 어우러져 더 각별하게 느껴진다. 여느 곳보다 소박한 절집이다. 단청을 따로 하지 않은 법당, 기암괴석과 어우러지는 요사채, 산사체험, 한문학당, 괘불제, 산사음악회, 자하루 미술관까지 문화에서 한 발씩 앞서가는 절집이다.

절집 분위기도 소박하다. 오래 전부터 전각의 소소한 단청으로 유혹하는 절집이다. 단청이 모두 벗겨진 대웅보전은 소박하고 자연스런 아름다움을 간직하고 있다. 민낯의 아름다움을 실감한다. 반면 응진전의 단청은 화려하다. 대웅보전과 응진전이 보물 제947호와 제1183호로 지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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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의 자하루 미술관. 여러 가지 형태의 석불이 작품으로 걸려 있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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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황사 부도전의 거북 모양 석조물. 불교의 해로 유입설을 뒷받침하는 조각이다. ⓒ 이돈삼

  
미황사의 창건설화도 독특하다. 불교의 바닷길 유입설과 관련돼 있다. 옛날 땅끝 바닷가로 배 한 척이 들어왔다. 배에는 경전과 불상, 검은 돌이 실려 있었다. 검은 돌이 갈라지면서 검은 소 한마리가 나왔다. 그 소의 등에 불상과 경전을 모시고 가는 도중, 산골짜기에서 소가 쓰러지더니 일어나지 못했다. 그 자리에 세운 절집이 미황사라는 얘기다.

검은 소의 울음소리가 아름다웠다고, 한자로 아름다울 미(美)를 쓴다. 배를 타고 온 금인(金人)의 색이 금빛으로 빛났다고 누루 황(黃)을 써서 미황사라 이름 붙였다는 얘기다.

이 얘기와 이어지는 바다거북과 게, 물고기, 옥토끼 같은 석조물이 대웅보전의 주춧돌과 부도에 새겨져 있다. 앙증맞고 해학적인, 그래서 보고 있으면 절로 웃음이 나오는 조각들이다. 미황사가 신라 경덕왕(749년) 때 세워진 절집임을 감안하면 1200년이 넘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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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마산과 미황사 부도밭. 미황사에서 시작된 달마고도가 산허리를 돌아 부도밭을 거쳐 다시 미황사로 연결된다. ⓒ 이돈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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