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작업은 창작이라기보다는 일기요, 노동이요, 농사다"

허욱 개인전 [산중일기山中日記] 12월 5일~11일 갤러리1898에서

등록 2018.11.28 18:48수정 2018.11.28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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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게 작업은 창작이라기보다는 일기요, 노동이요, 농사다. 따라서 내게 전시라는 것은 추수한 알곡과 푸성귀를 늘어놓는 시골 장터의 좌판에 다름 아니다. 매번 한해 작품농사 잘 지어서 빛나는 열매를 보여주겠다고 다짐하고 또 다짐하지만, 올해 작황도 거둔 후에 보니 솔직히 그저 그렇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그저 성실히 농사졌다는 것으로 만족하는 수밖에."  

허욱 작가(전 강남대 시각디자인과 교수)는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릇을 만들어 사는 전업 작가다. 오는 12월 5일부터 11일까지 갤러리1898(서울 중구 명동길 74)에서 허욱 개인전 [산중일기山中日記]를 관람할 수 있다.      
 

허욱 작가의 26번째 개인전, [산중일기山中日記] 포스터이다. ⓒ 허욱

  


[난중일기亂中日記], 그리고 [산중일기山中日記]

"대학 교수 시절, 내 퇴직 후의 꿈은 조용히 글씨 쓰고, 그림 그리고, 그릇 만들어 사는 것이었다. 내 소원이 너무도 간절했던 것인지, 내가 미처 준비할 새도 없이 급작스레 이루어졌다. 나는 당혹스런 마음을 뒤로 하고, 염치불구 지체 없이 경기도 안성에 있는 친구 농장에 기어들어가 바로 전업 작가 생활을 시작했다."

나는 허욱 작가의 둘째 딸이다. 평범해 보였던 아버지의 삶에 지난 1년 동안 큰 변화가 찾아왔다. 지금으로부터 약 1년 전, 그는 갑작스레 학교를 그만두게 되었고, 지인의 도움으로 작업실을 얻어 전업 작가 생활을 하게 되었다. 그는 매일같이 글씨를 쓰고, 그림을 그리고, 그릇을 만들기를 밥 먹듯이 했다.

그렇게 봄을 맞아 보내고 무더위가 찾아올 무렵, 아버지는 서울 대학로에서 그간 해왔던 것들을 추려 [난중일기亂中日記]라는 제목으로 초대 개인전을 열었다. 상반기 결산전이랄까. 전시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그에게는 반년의 삶이 그야말로 난(難)이었다. 나도 작품을 찬찬히 살펴보면서, 집 안에서는 느끼지 못했던 당신의 삶과 어려움을 조금이나마 알 수 있었다.    

그는 하반기 결산전인 이번 전시의 제목은 [산중일기山中日記]로 잡았다. 산중이라 말하니 호젓할 것 같지만, 개인적으로 난이 끝난 것이 아니고 오히려 그때보다 더 혹독한 궁핍의 난을 겪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산중에서 얻는 소소한 것들이 제법 있어 그것으로 전시장의 빈 공간을 채웠다고 한다.      
 

산중에서 소소한 것들을 얻는다는 작가의 생활이 담긴 사진이다. ⓒ 허욱

    


 그에게 작품이란, 그저 평범한 매일의 기록

"먹물에 붓을 찍어 휘둘러 쓰고 그린 내 글씨와 그림들은 나의 오감을 통해 들어온 외부 자극을 수용하여 묵상을 통해 자아낸 결과다. 내 그릇들은 아무렇지도 않고 예쁠 것도 없다. 그저 여염집에서 편히 써주길 바라는 마음만 담았다. 그런 매일의 작업들을 그날그날 SNS에 공유했다. 어차피 완벽이라는 것은 없으니, 그저 삶의 여정만 담담히 보여주자는 마음으로 부끄러움을 무릅썼다."  

그러니 그는 전시를 위해 작품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매일 일기를 쓰듯 기록한 것들을 함께 나눈다는 느낌이 든다. 특별할 것 없어 보이지만, 소박함과 성실함이 묻어나는 나의 아버지, 허욱 개인전 [산중일기山中日記]의 잔잔한 감동을 기대한다.  

  

<만남> ⓒ 허욱


 "전시장은 결국 작가와 만나는 곳. 작품은 만남의 연결고리가 된다. 이번 전시에는 또 어떤 만남이 이루어질지 기대가 된다."  -허욱 작가-
#허욱 개인전 #허욱 작가 #글씨 #그림 #그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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