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 김학용이 '박근혜 사면' 주장한 까닭은?

"문 대통령, 북한 김정은 절반만이라도" 주장... 원내대표 경선 앞둔 득표 전략으로 풀이돼

등록 2018.11.29 11:07수정 2018.11.29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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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학용 자유한국당 의원이 28일 국회에서 열린 졍치개혁특별위원회 간담회에 참석하기 위해 회의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 남소연

"북한 김정은만 사랑하지 말고, 우리 남쪽에 같이 하는 정치인들 먼저 우리 대통령께서 그 반만 사랑해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에 출마한 김학용 의원(3선, 경기 안성)이 29일 YTN라디오 <출발 새아침>과 한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문 대통령이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절반만이라도 남쪽의 정치인들을 사랑해달라'는, 다소 엉뚱한 발언의 목적은 하나였다. 아직 형량이 확정되지도 않은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사면 요구였다.

김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한평생을 감옥에 있을 정도로 잘못한 건가, 재평가가 필요하다는 목소리에 대한 의견은 어떤가"는 질문에 "상식적으로, 국민들 모든, 거의 대부분 아주 특별한 분 빼놓고는 맞는 얘기"라며 '박근혜 재평가'에 동의했다.

특히 "박근혜 대통령이 최순실 국정농단에서도 밝혀졌듯이 대통령으로서 도저히 이해할 수 없는 비상식적인 행동과 처신 그런 것들이 문제지, 저 개인적으로 우리 박근혜 대통령께서 무슨 금전, 이권을 탐하는 그런 분은 절대 아니라고 본다"며 "지금 형량 받은 게 33년인데 이건 누가 뭐라고 해도 정치보복이고 정치탄압"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이명박 대통령도, 아니 세상에 전전 대통령까지 잡아 넣는 그런 정권이 어디 있습니까"라며 "모든 것을 끌어안고 네편 내편 가리지 말고 국민을 통합해야 하는 것이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고 생각된다. 박근혜, 이명박 대통령 당연히 재판절차가 끝나는대로 사면해서 국민통합의 길로 가는 것, 문 대통령께서 꼭 해주시기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다만, 박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결정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첨언했다. 그는 "그렇다면 박 전 대통령 탄핵을 요구하는 촛불시위 현장에 참석했던 많은 국민들은 어떻게 판단하느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그걸 얘기하는 게 아니라 형량을 얘기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교통정리 덜 끝난 친박-일부 단일화 성공한 비박


자유한국당에서 박 전 대통령 사면에 대한 얘기가 처음 나온 것은 아니다. 다만 친박(친박근혜) 인사들이 주로 펼쳤던 주장이었다. 정갑윤 한국당 의원이 지난 10월 29일 법제사법위원회 종합 국정감사에서 박상기 법무장관에게 질의한 내용이 대표적 사례다.

정 의원은 당시 "남북화해를 위해서 관용을 베푸는 것이 현재 논의되고 있는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도움이 되지 않겠나. 그런 측면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면을 (대통령에게) 요구할 생각이 없느냐"고 질의했다. 김 의원이 이날 "북한 김정은의 절반만이라도"라고 주장한 것과 거의 같은 취지였다.  

그러나 김학용 의원은 당내 대표적인 비박(비박근혜) 인사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현 자유한국당) 대표 비서실장을 맡았고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정국 당시 탈당했다 복귀한 '복당파'이기도 하다. 결국, 그가 이날 박 전 대통령 사면을 주장한 것은 다분히 12월에 치러질 원내대표 경선을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김 의원은 이미 원내대표 경선 도전 의사를 밝혔던 강석호 의원(4선, 경북 영양영덕봉화울진)의 지지 선언도 얻어낸 상황이다. 강 의원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보수대통합·대여투쟁·품격정치라는 대명제를 놓고 서로의 정견과 지혜를 모아본 결과, 현 시점에서 저보다 김학용 의원이 더욱 잘 해낼 것이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며 김 의원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같은 날 원내대표 경선 출마를 선언한 김영우 의원(3선, 경기 포천가평)보다 한 발 앞섰다고 볼 수 있다.

반면, 나경원 의원(4선, 서울 동작을)과 유기준 의원(4선, 부산 서구동구) 등 친박 측의 후보군은 아직 교통정리가 되지 않은 상태다. 즉, 김 의원이 친박 그리고 중도파의 표를 일부 흡수할 수 있다면 경선에서 보다 유리한 고지를 점할 수 있는 셈이다.

김 의원은 실제로 이날 인터뷰에서 "지금 계파 운운하는 것은 자멸의 길"이라며 친박·비박 모두를 아우르는 원내사령탑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당내에서) 복당파에 대한 일종의 강한 비난이 있는 것 같다"는 질문에도 "복당파라고 하지만 복당파 의원들 같이 모여서 밥 먹은 지가 언제인지 알 수 없다. 마찬가지로 과거에 친박이 됐던 분들도 마찬가지"라며 "모든 의원님들이 과거에 얽매여서 미래로 나아가지 않은 것에 대해 아주 불평·불만이 많다. 내부적으로 총질해서 결국 떨어지는 것은 우리 지지도"라고 강조했다.
#김학용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경선 #박근혜 사면 #비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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