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인이 상전 때리니 뉴스... 우린 일상처럼 맞았다"

유성서울사무소 45일 농성 푼 금속노조 "사측에 교섭 요구 계속할 것"

등록 2018.11.29 18:15수정 2018.11.29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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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 명에게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20여 명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 금속노조 제공

   
"개가 사람을 물면 뉴스가 안 되고 사람이 개를 물어야 뉴스가 된다. 상전이 하인을 때리면 뉴스가 되지 않는다. 하인이 상전을 때리니 뉴스가 된다."

도성대 금속노조 충남지부 유성아산지회장은 성토하듯 외쳤다. 도 지회장은 "(22일 사태는) 유감스럽고 (김아무개 상무가) 빨리 회복되길 바란다"라며 "불미스런 사태가 일어난 것, 충분히 책임지고 법에 따라 처벌 받겠다"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도성대 지회장은 일갈했다.

"회사의 노조 파괴로 3명이 죽었다. 상전이 하인을 8년 동안 일상적으로 두드려 패도 뉴스가 안 됐다. 우리는 8년 동안 일상적으로 맞았다. 그동안 언론은 어디 있었나."

지난 22일 충남 아산 유성기업 본관 2층에서 민주노총 산하 금속노조 유성기업지회(이하 유성지회) 조합원 일부가 김아무개 상무를 폭행해 논란인 가운데, 유성지회가 29일 45일 동안 진행한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농성을 풀었다. 농성 해제에 앞서 이날 오후 1시 유성기업 서울사무소가 위치한 서울 강남구의 한 빌딩 앞에서 기자회견을 연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굳은 표정이었다.

이날 유성지회가 낸 입장문에 따르면, 조합원들은 22일 당일 김아무개 상무가 아산공장에 온다는 사실을 몰랐다가 우연히 목격을 해 김 상무에게 면담을 요구하던 과정에서 충돌이 발생했고 우발적인 폭행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금속노조 대전충북지부 이정훈 지회장은 "22일 사건은 지회장 입장에서 유감스럽고 안타깝다"라면서도 "그러나 왜곡된 보도는 오늘부로 그만 해달라"라고 했다.

이정훈 지회장은 "유성 사건은 그 날 하루의 문제가 아닌 8년이란 시간 동안 이어져온 사안"이라며 "2011년 회사가 동원한 용역 깡패 때문에 조합원들은 두개골이 함몰되고 코뼈가 부러졌지만 유시영 회장은 당시 사과 한 마디 하지 않았다"라고 했다.


'노조파괴' 유성기업... 2011년부터 시작된 노사갈등
 

2011년 6월 22일 오전 충남 아산시 유성기업에서 헬멧과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방패를 든 회사측 용역업체 직원들이 출근을 시도하는 노조원들 2백여명에게 쇠파이프, 죽창을 휘두르고 소화기를 던지는 등 폭력을 휘둘러 20여명이 병원으로 실려가는 사태가 발생했다. 회사측이 고용한 용역업체 직원들이 노조원들에게 물을 뿌리고 있다. ⓒ 금속노조

 
현대자동차 하청업체인 유성기업의 노사갈등은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영동지회 노조원들은 '밤에는 잠 좀 자자'라며 주간 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도입을 요구했다. 사측과 협상이 결렬되자 노조는 파업에 돌입했다. 그러자 사측은 노무법인 창조컨설팅 자문을 받아 2노조를 출범시켜 유성지회를 무력화시키려 했다. 사측은 영동·아산공장에 대한 직장폐쇄도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용역경비를 투입해, 폭력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리고 회사는 노조원 27명을 징계해고했다.

해고 노동자들은 회사를 상대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고 지난 2012년 11월 1심에서 승소판결을 받았다. 항소심이 진행중이던 2013년 5월 유성기업은 해고처분을 취소하고 27명 전원을 복직시켰다. 하지만 그해 10월 노사 임금협상 결렬로 쟁의가 다시 벌어지자 회사는 2011년 쟁의기간에 벌어진 일을 사유로 이정훈 전 금속노조 유성기업 영동지회장을 포함해 조합원 11명을 또 해고했다. 이들은 다시 해고무효확인소송을 냈고 지난 10월 4일에서야 대법원이 이들의 해고는 무효라는 판단을 내렸다.

반면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은 창조컨설팅 조언을 받아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른 혐의로 지난 2017년 2월 법정구속, 징역 1년 2개월을 받았다. 심종두 전 창조컨설팅 대표도 유성기업으로부터 14억 원을 받고 어용노조 설립을 자문한 혐의로 기소돼 지난 8월 징역 1년2개월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해고 7년 만에 공장으로 돌아가게 된 이들은 7년 전 중단된 임금·단체협약 체결, 유시영 회장과의 직접 교섭 등을 요구하고자 지난 10월 15일 유성기업 서울사무소로 상경했다.

"밥 먹으러 가는 유시영 회장 본 게 다"... 45일 농성, 빈손으로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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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 서울사무소 농성 해제하는 금속노조 유성지회 유성 서울사무소 농성 해제하는 금속노조 유성지회 ⓒ 신지수

 
하지만 농성 45일이 지나도록 유시영 회장과 마주 앉기는커녕 대화 한 번 제대로 나누지 못 했다고 했다. 도성대 지회장은 "우리가 올라온 15일 당일 유시영 회장은 이곳(서울사무소)에서 근무하고 있었다"라며 "식사시간에 식사하러 간 뒤 한 번도 못 봤다"라고 말했다.

금속노조 최윤정 조직국장도 이날 울먹이는 목소리로 "교섭하자고 사장님과 회장님이 계시는 이곳으로 왔다"라며 "반겨주진 않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그래도 교섭은 해줄 것이라 생각했다"라고 했다. 최 조직국장은 "농성 보름이 지나도록 교섭 이야기가 없었다"라며 "노동부가 중재해 겨우 유현석 사장(유시영 회장의 아들)과 만났고 해지됐던 단체협약, 2011년부터 적용되지 않았던 임금인상 등을 논의하자고 했다"라고 했다. 하지만 회사는 어떤 안도 내놓지 않았다고 한다. 농성 45일간 상견례 1번, 교섭 1번 한 게 다라는 것이다.

이처럼 금속노조와의 교섭은 피하던 회사가 다른 노조와는 교섭을 활발히 벌이고 있다는 게 유성지회측 주장이다. 유성기업은 민주노총 소속 금속노조 외에도 노조가 2개나 더 있다. 금속노조가 다수노조다.

금속노조 이승열 부위원장은 "금속노조가 아닌 다른 노조와 회사가 성실히 교섭을 해, 거의 마무리 단계라는 소식을 접했다"라며 "회사와 제대로 된 대화 한 번 해보지 못한 유성지회 조합원들이 받은 충격을 짐작하기 어렵다"라고 했다. 이승열 부위원장은 이어 "(22일 사태를) 잘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라며 "다만 그런 일이 일어날 수밖에 없었던 배경에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농성장 해제로 유성지회 조합원들은 다시 공장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파업은 계속한다는 입장이다. 도성대 유성아산지회장은 "공장에 들어가서 다른 싸움 또 하겠다"라며 "계속 싸우지 않으면 회사는 우리를 가만 놔두지 않는다"라고 주장했다. 도 지회장은 "공장에 가서도 교섭은 계속 열어둘 것"이라며 "(빈 손으로 내려가는 게) 참담하다"라고 했다.

유성지회는 "더 이상 불미스런 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면서 "노사간 교섭을 통해 노조파괴 사태가 해결되길 바란다"라고 했다. 이들은 이어 "유성기업 경영진은 조합원들을 더 이상 극한의 고통으로 몰아넣지 말고 사태 해결을 위한 진정성 있는 대화에 나서길 바란다"라며 "탄압을 지속한다면 경영진의 불법행위에 법적 책임을 묻는 투쟁에 모든 역량을 집중할 것이다"라고 투지를 드러냈다.
#유성지회 #유성기업 #서울사무소 농성 #민주노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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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매일매일 냉탕과 온탕을 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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