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유총, 인가증 찢으며 결의 "박용진3법 통과되면 폐원"

[현장] 광화문광장에서 총궐기대회... 정치하는엄마들 "부모와 아이 볼모 잡지마라"

등록 2018.11.29 17:06수정 2018.11.29 1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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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주최로 열린 전국 사립유치원 설립자, 원장, 학부모대표 총궐기대회에서 박용진 3법 통과시 집단 폐원을 결의한 전국 시도 지회장들과 설립자들이 유치원 인가증을 찢는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있다. ⓒ 김시연

 
[기사보강: 29일 오후 5시 40분]

한유총이 결국 '집단 폐원' 카드를 꺼내들었다. 한유총이 지금까지 사립유치원 공공성을 강화하는 '박용진 3법'에 맞서 집단 폐원 가능성을 언급해 왔지만, 공식적으로 집단 폐원을 결의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위원장 이덕선)는 29일 오후 전국 사립유치원 설립자와 원장, 학부모 대표 1만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른바 '박용진 3법'에 반대하는 총궐기대회를 열었다.

대회 도중 전국 16개 시·도 지회장 긴급회의를 진행한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만약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묵살되고 박용진 3법이 우리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은 채로 통과된다면 전국 지회장단은 더 이상 유치원 운영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하고 결의를 통해 모든 사립유치원이 즉각 폐원에 임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3시간여에 걸친 총궐기대회 역시 전국 3000여 개 사립유치원 설립자들이 각자 준비해온 유치원 인가증 사본을 찢는 퍼포먼스로 마무리했다. 정부와 정치권을 향한 강력한 경고 메시지인 셈이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비상대책위원회는 29일 박용진 3법 통과시 집단 폐원하겠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 한유총

  
한유총 볼모로 전락한 사립유치원 학부모와 교사들

한유총은 이날 집회에서 사립유치원 학부모와 교사들을 전면에 내세웠지만, 그들도 결국 설립자와 원장들의 '볼모'에 지나지 않았다.

6세 남자아이를 사립유치원에 보내고 있다는 한 학부모는 대표로 읽은 학부모 성명서에서 "이번 사립유치원 감사 결과가 공개되는 걸 보고 우리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 비리는 없는지, 우리 아이에게 피해는 없는지, 휴원이나 폐원은 하지 않는지 매일 불안과 걱정으로 보내고 있다"라면서도 그 화살을 박용진 민주당 의원과 교육부로 돌렸다.


학부모들은 "박용진 의원은 누구를 위해 이번 사태를 벌였나"라면서 "이제는 정치인도 교육부도 모두 빠져야 한다, 공립이든 사립이든 선택권을 학부모에게 돌려달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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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 소속 유치원 원장, 교사 등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를 위한 ‘박용진3법(유아교육법,사립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법안 심사-처리 합의기 이뤄지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사립유치원 교사 4만 명을 대표해 성명서를 읽은 한 교사도 "(비리라는 주홍글씨가 쓰인) 원장들을 보면서 우리들의 미래 모습이 아닐까, 이 길을 계속 가야 할까 하는 생각 등으로 답답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다"라며 '비리' 설립자와 원장들에게 감정을 이입했다.

교사들은 "사립유치원이 이제 사라지고 있다, 폐원이라는 단어는 매일같이 들려오고 있다"라면서 "유치원 교사들의 미래도 점점 사라지고 있다, 저희 삶의 터전을 지켜달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정작 이날 '집단 폐원' 카드로 사립유치원 학부모와 교사들의 미래를 직접적으로 압박한 건 박용진 의원도 교육부도 아닌 한유총 소속 설립자와 원장들이었다.

이덕선 비대위원장은 이날 대회사에서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우리 사립유치원이 잘못한 점도 부족한 점도 많았다, 과거의 관행에 젖어 시대의 변화를 충분히 수용하지 못하였고 투명성과 책무성에서 학부모들의 눈높이와 기대에 맞추지 못했다"고 학부모들에게 사과했다.

사립유치원 교사에게도 이 위원장은 "공립에 비해 낮게 지급되는 급여를 최대한 인상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현재 원비인상률이 물가상승률 이하로 규제돼 교사급여 인상 여력이 없다"라면서 교육부 지원을 요구했다.

결국 사립유치원 요구 사항은 설립자의 사유재산권을 인정하고 정부에 시설사용료를 달라는 것이었다. 이 위원장은 "사립유치원 원장과 이사장 모두는 소위 '박용진 3법'은 악법이라고 생각한다, 자유민주주의의 기본인 개인의 재산을 전혀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면서 "끝내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무시되고 박용진 악법이 고쳐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립유치원 모두는 폐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다"고 거듭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했다.

정치하는엄마들 "학부모와 아이들 볼모로 정부와 힘겨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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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 소속 유치원 원장, 교사 등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를 위한 ‘박용진3법(유아교육법,사립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법안 심사-처리 합의기 이뤄지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이날 대회사를 하던 도중, 연단 뒤편으로 "유아교육의 주인은 유치원 주인이 아니다. 바로 아이들이다"라고 적힌 대형 현수막이 대형 풍선에 매달려 둥실 떠올랐다. '정치하는엄마들' 활동가들이 한유총 집회에 맞서 '박용진 3법' 통과를 촉구하는 대형 현수막을 띄운 것이다.

그동안 유치원 학부모들을 대변해온 '정치하는엄마들'은 이날 "일부 사립유치원이 학부모와 아이들을 볼모로 정부와 힘겨루기를 하고 있다"라면서 한유총에 '맞불'을 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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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하는엄마들은 한국유치원총연합회 총궐기대회가 열린 29일 오후 1시쯤 광화문 광장 위로 초대형 현수막을 띄웠다. ⓒ 김시연

  
정치하는엄마들은 "어제 국회 교육위 법안 소위가 불발되고 자유한국당 자체 법안 발의도 지연되고 있다"라면서, "누구보다 관련 입법이 지연되는 것을 바라는 것이 바로 국가 관리는 거부하고 국가 지원 확대만 요구하는 일부 사립유치원들"이라고 한유총을 직접 겨냥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박용진 3법' 가운데서도 누리과정 학부모 지원금 지급 방식을 해당 유치원에 직접 지급하는 보조금으로 바꾸는 유아교육법 제24조 제2항 개정안을 이번 정기국회 내에 먼저 통과시키는 '원포인트 개정'을 제안했다.

정치하는엄마들은 "이 한 문장으로 국회는 사립유치원 비리를 근절하고 유아교육을 정상화하는 역할을 할 수 있게 된다, 교비회계에서 성인용품을 사고, 루이비통 가방을 사고, 벤츠를 리스해서 설립자가 사적으로 유용한 행위가 범죄 행위(횡령죄)로 처벌될 수 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현재 '박용진 3법'에 맞서 별도 법안 발의를 준비 중이다. 이날 오후 4시께 현장을 찾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이완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자유한국당 교육위 간사와 의원들이 '유치원 3법'에 대해 학부모는 안심하고 맡길 수 있고 여러분은 안정적으로 유치원을 운영할 수 있는 법안을 준비해 내일이나 모레는 공개될 것"이라고 밝혀, 참석자들에게 큰 박수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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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 소속 유치원 원장, 교사 등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를 위한 ‘박용진3법(유아교육법,사립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법안 심사-처리 합의기 이뤄지자 반대 집회를 열고 법안 찬반 투표를 하고 있다. ⓒ 이희훈

 
#한유총 #사립유치원 #집단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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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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