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급 수입차 오너 꿈꾸다 '카푸어' 전락한 청년들

'유예 할부' 개념 모르고 덜컥 수입차 리스 계약... "원금 갚는 게 감당 안 되는 지경"

등록 2018.12.04 09:49수정 2018.12.04 0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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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동차 ⓒ pixabay

"매달 ○만 원에 외제차의 주인이 되세요"

자동차 판매업자들이 내건 매력적인 카피문구 때문에 20대 사회 초년생들의 가랑이가 찢어지고 있다. 목돈없이 고급 외제차를 구매할 수 있는 유예할부(유예리스) 제도가 20대 사회 초년생들에게 각광받고 있다. 문제는 이들 대부분이 수입이나 자산에 비해 자동차 유지비용 부담이 커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는 '카푸어'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10월 21일 국토교통부와 금융감독원이 자유한국당 김상훈 의원에게 제출한 '20대 수입차 리스 현황'에 따르면 20대의 수입차 리스 계약 건수는 2017년 기준 2593건으로 계약금액만 무려 1231억 8000만 원에 달했으나 약정기간을 채우지 못하고 해지하면서 부담한 수수료가 지난 4년간 약 13억 원에 달했다.

평범한 사회 초년생에서 카푸어로 전락하는 과정은 대부분 유예할부의 개념을 정확히 알지 못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유예할부제도란 먼저 차량 가격의 20~40%를 지불한 뒤 2~3년 뒤 나머지 잔금을 한꺼번에 갚는 할부제도다. 당장 목돈이 들지 않아 매달 몇 십만 원에 고급 수입차의 오너가 된다는 문구에 쉽게 현혹된다.

문제는 대부분 달마다 지불하는 금액이 나머지 할부금을 갚아나간다고 생각하는 데 있다. 그러나 고금리의 이자를 갚아나가는 것일 뿐 2~3년 뒤에 다시 목돈을 지불해야하는 분명한 맹점이 존재하는 제도다. 매달 꼬박꼬박 이자를 지불했지만 원금상환이라는 커다란 벽에 부딪친 소비자들, 특히 20대들은 바람 앞의 등불의 신세가 되어버린 것이다.

"남은 원금 갚으려고 공장으로... 막막합니다"
 
"'벌어서 갚으면 되지...' 라는 생각으로 차량을 구매했는데 감당이 안 되는 지경입니다."


지난 11월 26일에 만난 2016년에 B사의 X시리즈를 유예할부로 구매한 24세 배아무개(남)씨는 최근에 13년간 지내왔던 동네를 떠나 충북 음성에 소재한 공장 기숙사로 거처를 옮겨야만 했다. 매달 100만 원에 육박하는 엄청난 비용을 지불했지만 유예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에서 도저히 남은 원금을 갚을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배씨는 "그동안은 밥값 술값을 줄이고 좋은 차를 탄다는 마음가짐으로 살아왔었는데 당장 몇 개월 뒤에 내야 할 돈이 자그마치 고급승용차 한 대 가격입니다"라며 "남은 원금도 할부로 갚아야 해서 일단 월급이 많은 공장으로 거처를 옮겼지만 앞날이 막막합니다"라고 말했다.

수입차는 아니지만 올해 K사의 S자동차를 유예할부로 구입한 25세 오진석(남)씨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오씨는 "족발집에서 한 달 내내 일하면 150만 원 정도 받는데 월세와 생활비를 제외한 나머지 돈을 차량 유지비와 이자로 사용합니다"라며 "친구들과 여가시간을 즐길 시간도 없을 뿐 아니라 기본적으로 돈이 부족합니다"라고 말했다.

어떤 이유 때문에 차를 구입했냐는 질문에는 "유튜브같은 SNS에서 시작된 자동차에 대한 관심이 로망이 되었고, 매달 조금만 (돈을) 내면 나도 오너가 될 수 있다는 생각에 저질렀지만 남에게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라고 말했다.

중고차 딜러를 하고 있는 25세 이아무개(남)씨는 "중고차 딜러가 되자마자 놀랐던 일이 젊은 손님들이 생각보다 많이 외제차를 보러온다는 것이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자동차 유통업체 SK엔카닷컴이 최근 신차기준 고급 수입차 약 80종을 대상으로 한 연령대별 조회수 분석에서 20대는 2017년 기준 약 44만 건으로 2015년도의 11만 조회수에 비해 약 4배가 증가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씨는 "대부분 외제차에 대해 어느 정도 지식도 알고 계시고 가격도 알아보고 오시지만 당연히 돈이 부족하신 분들이 많다"며 "그래서 유예할부 제도를 설명해 드리고 분명히 위험성도 알려 드리지만 계약을 하시고 중간에 포기하셔서 손해를 보는 분들이 대부분인 것 같다"고 말했다.

"사전에 정확한 정보 전달하고 과장 광고 단속해야"

청년 카푸어 문제에 대해서 김상훈 의원은 지난 10월 21일 배포한 보도자료를 통해 "미래 기대수입에 의존해 수입차를 리스했다가 유지비와 할부금을 감당하지 못해 해지 수수료와 위약금을 물어내는 젊은층이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의원은 "관계부처는 청년이 카푸어(car poor)로 전락하지 않도록 사전에 정확한 정보를 비교·전달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일부 마케팅사의 과장 광고를 단속하는 데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0대 카푸어 증가는 오래전부터 인지하고 있던 사건"이라며 "금융감독원과 협의하여 좋은 제도를 만들어 내겠다"고 전했다.
#카푸어 #수입자동차 #사회초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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