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밖에서 보면 반가운데, 왜 회사에서는...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 공간 입주 단체 인터뷰4] 정원희 현장in연구소 대표/지식노동자

등록 2018.11.30 17:42수정 2018.12.04 09: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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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NPO지원센터 2층에는  NPO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돕는 기관이 모인 협업공간 '엮다'가 있습니다. 2018년 '엮다'에 입주해  NPO 생태계의 활력을 불어넣는 개인/단체들을 소개합니다. - 기자 말
 

정원희 사회복지사현장가를 돕는 현장in연구소 대표 겸 지식노동자 19일 서울시NPO지원센터 2층 협업공간에서 만난 정원희 대표. ⓒ 서울시NPO지원센터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란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지식과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집단을 뜻합니다.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고, 수다 테라피를 경험하고(웃음), 지지받는 경험을 거치며 성장할 수 있어요.

개인이 학습을 통해 성장하면, 그 성장이 조직과 클라이언트에게도 연결돼요. 단순히 '그런 활동은 너 혼자 성장하는 거잖아', '왜 우리 조직이 아니라 외부 조직에 신경을 쓰는 거야?' 이런 시선은 조직에 득이 되지 못해요"


- 정원희 사회복지사현장가를 돕는 현장in연구소 대표/지식노동자

18년간 한 복지관에서 사회복지사로 일했다. 정신없이 달려온 20여 년이란 시간의 무게, 직장 내/외부의 실천공동체의 도움을 받아 견딜 수 있었다. 새로운 2018년을 그리며 정원희 '사회복지사현장가를 돕는 현장in연구소 대표'는 그동안 톡톡히 도움받은 '실천공동체'를 학술적으로 인정받는 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현장의 효능감은 풍부하나, 학계의 교수들은 데이터와 근거를 원했다. 올 6월 퇴사, 2개월 후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 공간에 입주하여 새로운 분야의 활동가 생활을 시작한 정원희 대표를 지난 19일 센터에서 만났다.

그가 만난 활동가들은 실천공동체 연구에 긍정적이었다. 이런 모임이 필요했음을, 그 효능을 제대로 인정받을 필요성에 동의한 것이다. 정 대표는 활동가들에게 실천공동체가 산소방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며 동시에 조직의 성장과 연결된다는 점을 어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라밸, 일과 가정의 양립... NPO 업계에선 챙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후배들 중 이 영역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직업적 소명만으로 현장 활동가로 살기에는 한계가 있죠. 초심이 어땠는지 힘들 때마다 다시 떠올릴 기회가, 버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실천공동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죠.


조직 밖 실천공동체 멤버들도 내 성장이 조직/고객과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나 개인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나만 워라밸을 누리는 게 아니라는 점을 조직의 장들에게 어필해야죠."
  

-현장in연구소는 어떤 활동을 하는 곳인가요?
"길음종합사회복지관에서 18년간 사회복지사로 근무하며 '실천공동체'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실천공동체(Community of Practice)란 일종의 학습 커뮤니티인데요, 동일한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상호작용하며 지식과 전문성을 키워나가는 집단을 뜻합니다. 어떻게 일할지 고민하고, 수다 테라피를 경험하고(웃음), 지지 받는 경험을 거치며 성장할 수 있어요. 실천공동체의 효능을 학술적으로 증명하기 위한 연구를 진행 중이에요.

기관에 오래 근무했기 때문에 공간에도 관심이 많아요. 복지 기관은 어려운 사람만 이용하는 곳이라는 선입견이 있죠. 하지만 기관이야말로 동네 주민 누구나 편하게 이용할 공간이 돼야 해요. 공간에서 주민들은 무엇을 느끼는지, 공간을 운영하는 기관은 어떤 브랜드로 인식되는지 등, 복지 기관도 브랜딩을 통해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생각해서 학술지 기고를 목표로 연구 중이에요. 이 밖에 예비사회복지사 대상 강의, 비영리 기관 컨설팅 등의 활동도 병행 중이에요."

- 한 곳에서 10년 이상 장기 근무 중 퇴사해서 다시 현장으로 나온다는 건 흔치 않은 선택 같아요.  
"제 인생을 돌아보니 지나온 시기는 참 열심히 살았더라고요. 일과 가정을 돌보다 보니 20년이 정신없이 훅 지나갔어요. 향후 20년은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했어요. 퇴사 전부터 내가 잘 하는 일을 찾아 몇 가지 키워드를 뽑았어요. 그걸 바탕으로 내 브랜드의 일을 진행해보자 결심했죠. 올 6월에 퇴사 후 8월에 센터에 입주했고 '비영리단체 사회복지사들의 실천공동체 분석연구' 프로젝트를 시작했죠."
 

정원희 대표의 단촐한 데스크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 서울시NPO지원센터

 
- 서울시NPO지원센터 협업공간 입주는 현장in연구소에 어떤 도움이 됐나요?
"저에게 센터 협업공간은 인큐베이터예요. 지금까지 조직 안에서 일했기 때문에 혼자서 잘 할 수 있을까 고민이 컸죠. 삶터와 구분된 업무 공간도 필요했어요. 가끔 서울시NPO지원센터 홈페이지를 들르는데 우연히 입주 공고를 봤어요. 어떤 문제는 혼자 고민하는 대신 다른 사람과 만나 이야기하는 과정을 통해 해결되잖아요? 입주 후 기대했던 생활이 이어지고 있어요.
 
비슷한 인큐베이팅 시기를 겪는
다른 활동가와 고민을 나누고

친분으로 네트워크를 쌓아 
다른 일로 발전할 기회도 생겨요.

물론 수입을 버는 일을 따로 해야 하기 때문에 생각만큼 센터에 자주 오지 못했어요. 하지만 공간은 단순한 물리적으로 이용하는 게 아니라고 생각해요. 물건에 어떤 의미를 두느냐에 따라, 그 물건을 함께 쓰는 사람들의 의미도 달라져요. '우리'가 특정한 의미를 부여하면, 우리들 간에도 시너지가 나요.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까요."
  
- '비영리단체 사회복지사들의 실천공동체 분석' 연구 프로젝트는 어떤 내용인가요?
"모든 직종이 비슷하겠지만, 사회복지사도 고민이 참 많아요. 내가 이 일과 맞는지, 잘 하고 있는지, 책에 나온 가이드를 현장에 적용하기 불가능한데 어쩌지 등. 제가 품었던 고민을 후배들이 똑같이 고민하는 걸 보며, 징검다리 역할이 필요하다고 느꼈어요

저는 실천공동체 모임을 통해 여러 도움을 받았고 그 효과도 경험했어요. 조직 내부뿐 아니라 조직 밖 스터디 모임, 협회 회원의 자조 모임에서 실천공동체로 발전하는 곳도 참여했어요. 사회복지사가 대상자의 사례를 관리할 때처럼 실질적 케이스, 정서적 지지와 사고의 확대 등 개인적 차원, 복지 대상자나 클라이언트에게도 긍정적 반응이 나오죠. 
 
문제는
현장에서 느낀 점, 실험적 시도가 
학계와 연결되지 않는 것이에요.

실천공동체 구성원인 
사회복지사 인터뷰와 질적 연구 등을 통해 
현장과 학계를 연결하고 싶어요.

그런데 현장의 활동가들은 위에서 부여받은 일을 처리하느라 시간이 없는 게 현실이에요. 너무 많이 치여요. 내 활동을 돌아보고, 잠깐 쉬는 시간을 갖고, 그 활동의 의미를 찾는 것, 생각할 시간조차 없어요. 이렇게 달려오다 보면 목표 의식이 약해져서 활동을 이어나갈 의지를 갖기 어려워요. 전 복지 쪽만 그런 줄 알았는데 현장in연구소 활동으로 알게 된 도시재생, 마을공동체 쪽도 비슷하더라고요. 그러다 그만두는 사람들, 후배들이 많죠.

- 요즘 세대라면 많이 공감할 일이에요.
"저희랑 세대가 다르더라고요. 현장의 어려움을 너무 많이 듣고, 보다 보니 본인이 직접 경험하기 전에 포기하는 경우도 있어요. 워라밸, 일과 가정의 양립... NPO나 NGO 업계에서 챙길 수 없다는 인식 때문에, 후배들 중 이 영역에 진입하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는 경우도 많아요. 직업적 소명만으로 현장 활동가로 살기에는 한계가 있죠. 초심이 어땠는지 힘들 때마다 다시 떠올릴 기회가, 버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실천공동체가 그 대안이 될 수 있죠."

- '실천공동체 연구'라는 주제에 대해 주변 활동가들의 반응은 어떤가요?
"많이들 공감해요. 특히 조직 밖에서 이런 모임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인터뷰에 많이 협조해주시죠. 실천공동체 모임이 분야별, 문화별, 정서별, 고민별, 직업별 등 굉장히 다양해요. 처음엔 단순 학습이나 여가 생활이나 고민 공유 등 가벼운 모임에서 시작해서 고민의 질이 높아져요.

예비사회복지사들의 경우 이런 이야기에 긍정적으로 반응해요. '이런 방향으로 일할 수 있군요!' 그런 반응에서 용기를 얻죠. 이런 생각을 가진 NPO가 많아져야 하는데, 여전히 우리가 처한 현실은 희망적 메시지가 퍼지기 어려우니 고민이 많죠."
 

정원희 대표 "초심이 어땠는지 힘들 때마다 다시 떠올릴 기회가, 버틸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요." ⓒ 서울시NPO지원센터

  
- 이 연구가 사회복지사 조직이나 NPO 생태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리라 기대하시나요?
"조직 안 학습 조직에 구성원들은 일단 참여하지만, 업무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재미있기가 어려워요. 조직에서 시켜서 하는 모임과 내 필요로 시작한 모임은 차원이 다르죠. 처음엔 저도 고민이었어요. 조직 밖 실천공동체에 내 돈과 시간을 들여, 심지어 주말이나 퇴근 후에도 즐겁게 만나는데, 왜 조직 안으로 들어가면 즐겁지가 않을까(웃음).  

조직 밖 실천공동체 활동을 하다 보면 어떤 분은 활동사진을 SNS에 올릴 때 자기는 빼달라고 하더라고요. 조직 구성원들에게 이런 모습을 보이기 부담스럽거나, 조직이 좋아하지 않음을 알기 때문이겠죠.
 
개인이 학습을 통해 성장하면, 
그 성장은 조직과 이용자에게도 연결돼요. 

'왜 우리 조직이 아니라 외부 조직에 신경을 쓰는 거야?'
'그런 활동은 너 혼자 성장하는 거잖아'
이런 시선은 조직에 득이 되지 못해요.

오히려 더 개방적이 돼야 해요. 개인의 성장이 조직의 성장으로, 조직의 성장이 클라이언트의 기쁨과 연동될 거예요. 조직 밖 실천공동체 멤버들도 내 성장이 조직과 어떤 접점을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해요. 나 개인만 성장하는 게 아니라, 나만 워라밸을 누리는 게 아니라는 점을 조직의 장들에게 어필해야 해요. 그래야 조직의 시각도 바뀌죠."

- 조직 밖 실천공동체 모임을 지원하는 곳도 있나요?
"사회복지사협회나 중부재단, 서울복지재단 등이요. 하지만 조직 문화가 유연하지 않은 곳에선 어렵죠. 더 많은 조직이 개방돼야 해요. 조직 밖 실천공동체가 어떤 도움이 될지 상상하기 어렵다면, 단적으로 실천공동체 덕분에 그나마 버틸 수 있어서 퇴사하지 않는 경우를 떠올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돈이나 노동량은 쉽게 바꿀 수 없으니, 비영리 활동가들을 행복하게 만들기 위해 동기부여 여건이 무엇인지 고민해야 해요. 활동가들이 처음부터 업무에 지쳐있거나, 일을 적게 하려는 마음을 먹은 게 아니에요. 초심이 퇴색될 수밖에 없는 환경 탓이죠. 그런 환경 때문에 퇴사하는 직원들을 많이 봤어요. 잘 할 수 있는 후배들인데, 너무 안타깝죠."

- 현장in연구소의 향후 계획이 궁금해요.
"처음엔 이 활동을 지속할 수 있을지 가능성을 찾았어요. 제가 잘 하는 일을 브랜드로 만들어서 시장에 나왔을 때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을까, 수입과도 연동되니 쉽지 않은 부분이죠. 지금은 가능성은 찾은 단계에요. 실천공동체의 효과성을 분석하여 학술적으로도 인정받는 것 외에 컨설팅 관련해서도 관심을 보이는 분들을 만났어요. 함께 하길 원하는 분들도 계세요. 앞으로 가능성이 없진 않구나 생각해요."
덧붙이는 글 글쓴이는 곽승희 월간퇴사 편집장입니다. 박수연 서울시NPO지원센터 소통협력팀 매니저가 인터뷰 지원했습니다. 이 기사는 서울시NPO지원센터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정원희 #실천공동체 #현장IN연구소 #서울시NPO지원센터 #사회복지사 실천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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