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정부는 자유주의 정부, 좌파로 착각하면 안돼"

[현장] 지식인선언네트워크 토론회... "현 정부 사회경제정책 후퇴, 민주노총 책임도"

등록 2018.11.30 20:16수정 2018.11.30 2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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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가 3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 사회정책의 평가와 대안'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촛불정부인가, 이명박근혜 3기인가?'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총파업 참여 노동자들은 '촛불 정부인가? 이명박근혜 3기인가?'라고 묻고 있다. 이제 문재인 정부가 답해야 한다."

'촛불 항쟁'의 큰 축이었던 문재인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은 현 정부의 사회경제정책 후퇴 때문이며, 사회적 대화에 불참한 민주노총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주장이 나왔다.

조돈문 가톨릭대 사회학과 교수(한국비정규노동센터 대표)는 3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문재인 정부 사회정책 평가와 대안' 토론회에서 문재인 정부의 노동정책 후퇴를 비판하는 한편,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불참을 비판했다.

"민주노총 사회적 대화 불참 부적절, 사회경제개혁 후퇴 빌미"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 초기 일자리위원회 개선과 노사정위 참여주체 확대 등 적극적인 대화 추진 움직임은 감동을 주고 신뢰를 쌓기에 충분했다"면서 "당시 민주노총의 (사회적 대화) 참여 결정 유보는 적절하지 못했고 촛불정부의 변화된 정치적 기회 구조를 활용하지 못해 사회경제개혁이 후퇴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지난 22일 사회적 대화기구인 '경제사회노동위원회(경사노위)'가 출범했지만 문재인 정부와 민주노총의 관계는 악화일로다. 정부여당 인사들은 민주노총을 향해 연일 날선 비판을 이어가고 있고 민주노총은 총파업 등 대정부 투쟁으로 맞서고 있다.

임종석 청와대 비서실장은 지난 6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더 이상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서 "민주노총은 이제 상당한 사회적 책임을 나눠야 하는 힘 있는 조직"이라고 말했고, 노동운동가 출신인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도 지난 12일 기자간담회에서 "지금 민주노총과는 대화로 뭐가 되지 않는다. 항상 폭력적인 방식을 쓴다"고 날을 세웠다.


경사노위 불참을 선언한 민주노총은 현 정부의 탄력근로제 단위기간 확대에 맞서 지난 21일 하루 총파업을 벌인 데 이어 12월 1일에는 국회를 에워싸고 전국민중대회를 열 예정이다. (관련기사: "개 짖어도 기차는 간다" 총파업 돌입하는 민주노총 )

조 교수는 "경사노위 출범을 앞두고 노정관계가 최악으로 변화했고, 상호 신뢰 축적과 사회적 대화 성과의 불확실성은 크게 높아졌다"면서 "문재인 정부의 사회경제개혁이 실패하면 민주노총에는 책임이 없나"라면서, 민주노총의 전략적 미숙함과 사회적 책임을 거론했다.

조 교수는 "사회적 대화의 정치는 사업장에서 노사 간 샅바 싸움과는 달리 국민이 심판이고 국민의 마음을 얻는 자가 승리한다"면서 "직선으로 선출된 민주노총 집행부의 주요 공약 관련 사업에 대해서는 대내적 지도력과 대외적 정치력을 인정하고 결과에 대해 평가하고 책임지도록 해야 (집행부의) 대외적 공신력과 사회적 영향력을 지키는 데 도움이 된다"라며, 민주노총 집행부에 힘을 싣지 못하는 내부 갈등 문제를 꼬집었다.

"문재인 정부, 사회적 대화 앞두고 노동시장 유연화 밀어붙여"

다만 조 교수는 "사회적 대화 이전에 문재인 정부의 노동시장 유연화 밀어붙이기가 신뢰 축적을 어렵게 했다"면서, 사회적 대화 실패의 1차적인 책임이 문재인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조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지난 7월 1일 주당 노동시간 52시간 상한제 시행을 앞두고 6월 19일 경총과 만난 뒤 계도 기간을 6개월 연장하고 탄력근로제 단위 기간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라면서 "경사노위 출범을 앞두고도 '사회적 약자가 아니다', '대화해서 되는 데가 아니다'라고 하는데, 민주노총에 사회적 대화에 들어오라고 하면서 이런 얘기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고 임종석 비서실장과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을 꼬집었다.

최근 민주노총을 향한 거센 비판 여론에 대해 박용석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장은 "민주노총이 이 정부를 정책적으로 비판하고 거리에서 시위를 많이 하니 불편해 하는 것 같다"면서도 "올해 내내 민주노총에서 제시한 주요 정책 과제는 노동시간 단축, 최저임금, 비정규직 문제 등 중소영세·미조직·비정규직 사업장과 노동자 문제였는데 정부여당은 물론 언론까지 정규직·조직 노동자의 밥그릇 싸움으로 몰아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용석 원장은 "촛불 정부를 자임한 문재인 정부가 개혁 후퇴 속에 실패한 '노무현 정부 시즌2'가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어 촛불항쟁 세력들의 개혁 후퇴에 대한 저항도 가속화될 것"이라면서도 "양극화나 불평등한 사회에서 민주노총이 조직 노동자로서 져야할 사회적 책임이 있기 때문에 사회적 대화를 위한 노력도 계속 할 것"이라고 밝혔다.

"민주노총 고립화, 우리 사회에 도움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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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30일 오후 서울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지식인선언네트워크 주최로 열린 '문재인 정부, 촛불정부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가? - 사회정책의 평가와 대안' 토론회에서 '한국 복지체계의 유산과 과제: 문재인 정부는 복지국가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를 주제로 발표하고 있다. ⓒ 김시연

 

이날 문재인 정부의 복지 정책을 평가한 윤홍식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민주노총을 고립화시키는 게 우리 사회에 어떤 이익이 될지 우려가 크다"라면서 "과거 보수정부에서 비정규직 문제 등에 대응했던 건 민주노총과 시민단체뿐이고 촛불집회의 힘도 민주노총의 물적, 인적 자원이 없었으면 사실상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문재인 정부는 좌파 정부가 아닌 자유주의 정부인데 혹시 지식인이나 진보 진영에서는 좌파 정부가 집권한 것으로 착각하는 건 아닌가"라면서 "자유주의 정부에 합당한 요구를 하고, 진보적인 정책을 견인하는 문제는 우리 사회의 조직된 힘의 관계 속에서 나타나는 것이지 좋은 정책을 선택한다고 되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현 정부에 대한 명확한 성격 규정을 당부했다.

이날 토론회를 공동주최한 '지식인선언네트워크'는 지난 9월 19일에는 문재인 정부의 재벌, 부동산 등 경제 정책을 평가하는 1차 토론회를 진행하기도 했다.

진보적 성향의 대학 교수와 시민·사회단체 활동가 등 323명이 참여한 지식인선언네크워크는 지난 7월 18일 서울 마포구 경의선 공유지 기린캐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날 선언에는 국민의정부 청와대 경제수석 출신인 김태동 성균관대 교수를 비롯해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등이 참여했다. (관련기사: 323명 지식인의 우려 "문재인 정부, 촛불 믿고 개혁하라" )
 
#민주노총 #7.18지식인선언 #지식인선언네트워크 #노동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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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 사회부에서 팩트체크를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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