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클 걸린 '박용진 3법'
박근혜가 촛불 들던 그때가 떠올랐다

[주장] '박용진 3법'이 2005년 사학법 개정 실패 전철을 밟지 않으려면

등록 2018.12.03 09:05수정 2018.12.03 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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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정부 시절이던 2005년 12월, 국회는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싸고 난장판이었다.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사학법 개정안을 통과시키려는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 그리고 물리력을 동원해서라도 막으려는 한나라당 의원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지고 난리가 난 것이다.

2005년, 사학법을 둘러싸고 무슨 일이 있었나?

13년전 당시로 타임머신을 타고 잠시 돌아가보자. 2002년 대선에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정치권의 마이너였던 노무현 후보가 파란을 일으키며 민주당의 대선 후보가 되었고, 또 다른 대선 후보였던 정몽준과의 단일화를 통하여(막판에 깨지기는 했지만)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이후 열린우리당이 분당을 하고, 한나라당이 잔류 민주당과 손을 잡고 탄핵을 의결하여 노무현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되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한다. 국민들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탄핵무효, 보수정치 심판을 외쳤고, 결국 총선에서 사상 초유로 열린우리당이 과반 의석을 확보하는 또 한번의 파란이 일어난다. 민주노동당도 10석을 얻는다. 한나라당과 잔류 민주당은 완전히 쪼그라들어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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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9일 사학법 개정안이 통과되자, 한나라당 의원들이 무효를 주장하는 구호를 외치는 가운데, 김원기 당시 의장이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은 손을 잡고 여러 개혁 입법을 시도한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것이 바로 사립학교법 개정이다. 2005년 내내 국회가 열릴 때마다 사립학교법 개정안이 쟁점이 되었고, 그 때마다 박근혜 당시 대표를 중심으로 한 한나라당은 완강하게 반대했다.

한나라당이라는 보수 정당 혼자서 반대한 것이 아니라 개신교계를 중심으로 한 일부 보수적인 종교계, 사학법인연합회-사립교장단연합회를 비롯한 사학단체들과 보수적 시민단체까지 합세하여 대규모 거리 시위를 하는 등 저항은 거셌다. 특히, 사학단체들은 사학법이 개정되면 학교 문을 닫겠다면서, 사유재산권 침해라면서 목소리를 높였다.

당시 사립학교법 개정안의 핵심적 내용은 개방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개혁, 이사회 회의록 공개 등 투명성 제고, 그리고 교사 공개 채용과 학교장 임기 제한 등을 통한 인사 비리 근절 등이었다.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찬성하고 있었지만 한나라당은 그런 국민적 비난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고 오로지 사학법인들의 목소리만 들으면서 반대를 외쳤다.

그러다 원만한 합의로 법 개정이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던 2005년 12월 9일, 당시 김원기 국회의장은 사학법 직권상정을 선언했고, 한나라당 국회의원들과의 물리적 충돌에도 결국 사립학교법 개정안은 통과되었다(관련 기사 : '사학법 개정안' 국회 전격 통과 김 의장 직권상정, 한나라 불참). 그러나 이것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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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한나라당 당시 대표와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등이 사학법 반대구호를 외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는 국회 보이콧을 선언했고 정말로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박차고 거리로 나섰다. 신촌에서, 영등포에서, 광화문에서 그들은 마치 선거 운동 유세차를 탄 듯이 마이크를 들고 개정 사학법 절대 반대를 외쳤다. 사회주의 하자는 법이라며, 전교조의 사학 접수법이라며...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도 한나라당 의원들과 함께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섰다. 아마, 보수정당이 촛불을 들고 거리 집회를 한 것은 이 때가 처음이었다.

장외집회를 이끈 것은 박근혜 대표였지만 국회 보이콧을 이끈 것은 당시 이재오 원내대표였다. 당시로는 기록이었던 1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한나라당 국회의원들은 국회를 거부했다.

사학법인연합회 등도 가만히 구경만 하고 있지 않았다. 보수적인 개신교계는 바퀴 달린 십자가를 들고 나와 국민들에게 빈축을 샀고, 특히, 사학법인들은 학교 폐교를 협박하더니 정말로 2월달 신입생 모집 중단을 선언했다. 가장 먼저 불똥이 튄 것은 제주도였다.

제주도의 일부 사학들이 신입생 모집 중지를 선언하였다가 교육부 장관을 비롯하여 국회의원들, 언론사 기자들이 대거 제주도로 내려가자 제주도가 대한민국 국민들 이목의 중심이 되었다. 결국, 제주도의 사학들은 며칠도 못 버티고 국민적 반대 여론에 항복을 선언하고 정상적인 학생 모집에 나섰다.

한나라당과 보수종교계, 사학법인연합회를 비롯한 사학단체들과 보수적 시민단체들까지 합세한 집단적인 저항에 당시 정부와 여당은 결국 타협을 선택한다. 당시 김한길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와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가 같이 등산을 가서 이른 바 '산상 합의'라는 걸 하는데, 핵심적인 내용은 사립학교법의 재개정이었다.

결국 다음 해(2007년) 7월 사립학교법은 제대로 시행도 못해보고 재개정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이 때 개방이사도 후퇴하고, 이사장의 친인척 학교장도 허용하는 쪽으로 재개정되고 말았다. 한나라당과 사학단체들의 연합 작전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그 결과가 오늘의 사립학교법이다. 물론, 그 이후에도 몇 번 사립학교법 일부 조항이 개정된 적은 있지만 크게 쟁점이 되는 것들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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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5년 12월 16일 오후 서울시청 앞 광장에서 열린 사학법 강행처리 무효 대규모 장외집회에서 박근혜 당시 한나라당 대표와 의원들이 사학법 반대 거리행진을 하고 있다. ⓒ 오마이뉴스 이종호


이렇게 사립학교법은 개정되었지만, 그 이후 한나라당이 주장했던 것처럼 개방이사제 도입에 의하여 사립학교가 사회주의화 되지도 않았으며, 사학법인들이 주장한 것처럼 전교조에 의해 사학이 접수된 적도 없다. 물론, 그들이 자신만만하게 주장하면서 헌법재판소에 제기하였던 위헌 소송은 단 한 건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즉, 한나라당과 사학법인들이 주장한 개정사립학교법은 사회주의법, 사유재산 부정하는 위헌 어쩌고 하는 것들은 모두 허위이며, 마타도어였음이 증명되었다. 그러나, 그들 중 누구도 국민 앞에 사죄하지 않았으며, 누구도 이런 엉터리 주장을 한 것에 대해 반성문을 내놓지 않았다.

이렇게 사학법은 재개정, 사실상 후퇴했고, 여전히 사립학교의 채용 비리는 사라지지 않았고, 일부 사학의 분규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으며, 이사장을 중심으로 한 1인 독재체제, 세습 족벌 체제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할 것이다.

2005년의 사학법 사태의 판박이... 사립유치원 사태

2018년 사립유치원을 둘러싼 현 상황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을 둘러싼 그것과 판박이로 비슷하다. 먼저 (이름은 바뀌었지만) 민주당과 정의당(당시의 열린우리당과 민주노동당)이 박용진 3법이라는 이름으로 법 개정을 주도하고 있고, 보수정당인 한나라당이 이름을 바꾼 자유한국당이 그 대척점에서 법 개정을 반대하고 있다.

2005년 당시 일반 국민들의 압도적 다수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찬성했던 것과 비슷하게 현재 박용진 3법에 대해서도 국민적 지지는 매우 높지만 보수 정당인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무난하게 법이 개정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인 점도 비슷하다.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당시 정치권뿐 아니라 사학법인연합회를 중심에 둔 사학단체들의 완강한 반대가 있었던 것과 비슷하게 2018년 사립유치원 관련 법 개정을 결사 반대하는 쪽에는 한국유치원총연합회라는 단체가 그 중심에 있는 것도 판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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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 소속 유치원 원장, 교사 등이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강화를 위한 ‘박용진3법(유아교육법,사립교육법, 학교급식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법안 심사-처리 합의기 이뤄지자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무엇보다도 당시에도 사학단체들이 사학법 개정을 반대하면서 사립학교는 사유재산임을 주장하면서 학교 문을 닫겠다고 협박하고, 나아가 신입생 모집 중단을 선언했다는 점도 비슷하다. 2018년 한유총을 중심으로 한 사립유치원들은 또 다시 사유재산권 침해 등을 운운하며 박용진 법이 통과되면 유치원을 문닫고, 유아 모집을 중단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두 사건 모두 시작은 사학의 비리에 대한 국민적 분노라는 것 역시 공통점이다. 2005년의 사학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요구는 누가 뭐래도 사학들의 부정부패에서 시작된 것이다. 2018년 사립유치원에 대한 국민적 분노 역시 국민 혈세와 유치원비로 일부 사립유치원 원장들이 저지른 민망스러운 비리 때문임을 부정할 수 없다.

2005년 사립학교법을 둘러싼 국면과 판박이인 2018년 사립유치원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주목된다. 2005년 사립학교법은 개정에는 성공했지만 박근혜 대표가 앞장 선 한나라당과 사학법인들의 조직적 저항에 결국 어정쩡한 타협으로 마무리되면서 사립학교 개혁에 성공하지 못했다. 성공하지 못한 미완의 법개정이었다.

2018년 사립유치원 사태를 둘러싼 국면 역시 박용진 3법으로 대표되는 개정안이 나오기는 했지만 자유한국당과 한유총을 중심으로 한 사립유치원들의 반발이 워낙 거세서 법 개정에 성공할 수 있을지부터 의문이고, 또 그렇게 개정되었다고 하더라도 정말로 그 법을 지켜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끝맺음까지 2005년 사립학교법 사태를 판박이로 닮아가는 것은 아닌지 걱정되는 이유가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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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교육 공공성 등 강화법 통과 촉구하는 박용진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지난 11월 27일 오전 국회 정론관에서 유치원 교육의 공공성·투명성 강화 명분으로 입법 추진하는 이른바 '박용진 3법'의 조속한 국회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국회는 국민의 대표기관이다. 물론, 한유총과 같은 이익단체의 목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하겠지만 더 중요한 것은 국민적 목소리를 외면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정당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하려고 하는 것 자체가 잘못된 바는 아니지만, 그 목소리만 들으려 한다면 공당이라고 하기도 민망해진다.

지금 자유한국당이 한유총이라는 이익단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돌아보아야 한다. 한유총만의 국회의원이자 사립유치원만을 위한 정당이어서는 안 된다.

2005년 한나라당이 사학법인들과 손잡고 국회를 박차고 나가 사립학교법 개정을 반대했던 때와 마찬가지로 2018년 또 다시 한유총과 손잡고 박용진 3법 저지에 나설까? 그 시도는 다시 성공할 수 있을까? 2018년 사립유치원 사태가 2005년 사립학교법 개정 사태의 데자뷔가 되지는 않을지 국민적 관심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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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교육에 관심이 많고 한국 사회와 민족 문제 등에 대해서도 함께 고민해 보고자 합니다. 글을 읽는 것도 좋아하지만 가끔씩은 세상 사는 이야기, 아이들 이야기를 세상과 나누고 싶어 글도 써 보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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