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학부모가 자유한국당 법안에 부탁합니다

[주장] 아이들에게 정상적이고 합리적인 교육의 장 돌려줘야

등록 2018.12.03 14:01수정 2018.12.03 14: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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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한국당 김성태 원내대표(오른쪽 두번째)가 11월 30일 오전 국회에서 유치원 3법 관련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유한국당이 사립유치원의 공공성을 강화하는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학교법·학교급식법 개정안)에 이의를 제기하며 법안을 내놓았다. 한국유치원총연합회(한유총) 이덕선 비대위원장이 이사장인 리더스유치원의 학부모로서, 어서 법안심사가 통과되어서 조금이라도 유치원 운영의 투명성이 확보되기를 고대하며 이 법안에 대한 의견과 부탁의 말씀을 드리고자 한다.

한국당은 한유총의 입장을 대변한 것이 아니라고 펄쩍 뛰고 있다. 그러나 학부모 입장에서 한국당의 법안은 박용진 3법을 무력화하고 연내 통과를 방해하려는 의도로밖에 해석되지 않을 정도로 유치원 공공성 확보와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한국당이 제안한 법안의 핵심을 살펴보면 그 의미는 더욱 명확하다. 먼저 지원금의 성격을 보조금으로 바꾸는 것에 반대하고 부정 사용시 징계를 강화하자고 했다. 사립유치원들이 지원금을 유용하고도 저렇게 당당할 수 있었던 것은 횡령죄로 처벌하지 못한 판례 때문이고, 그것은 그 사용이 정당해서가 아니라 횡령죄로 처벌할 법적 근거가 미비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원금의 성격을 바꾸는 것은 횡령죄 적용 근거를 만들기 위함인데 이를 반대한다는 것은 횡령죄 적용을 반대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징계를 강화한다고 하지만 형사처벌 아닌 교육청 징계는 사립유치원장들에게 일신상 큰 영향이 없고 설립자가 원장을 겸직해 셀프 징계하는 경우가 다반사이다. 게다가 원장이 따로 있는 경우, 정작 범죄를 저지른 설립자는 교육청 징계 대상에서 벗어나 있어 유치원 운영에 아무 지장도 받지 않는다.

고양이에게 생선 내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아

이런 상황에서 징계 강화를 운운하는 것은 학부모에 대한 기만이다. 감사 결과 보전조치를 했다고는 하나 정작 해당 시기 유치원에 다니며 피해 본 아이들은 피해보상은커녕 사과 한마디 듣지 못했다. 보전한 금액을 어디에 어떻게 쓰고 있는지 알려달라고 수차례 요구했으나 묵묵부답이어서 이 역시 학부모는 알 길이 없다.

학부모부담금을 분리해 일반회계로 관리하라는 것은 말 그대로 원장 마음껏 가져가도 좋다는 의미가 된다. 유치원을 영리사업으로 인정하는 꼴이다. 사립유치원의 이윤추구를 공식화하려면 당장 비영리사업으로 인가한 인가증을 취소하고 지금 적용되는 세제 혜택도 모두 거둬들여야 하지 않겠는가?

학부모가 통제하자는 발상 역시, 현실을 뻔히 알면서 발뺌하고 있는 것이다. 사립유치원의 투명한 운영을 위해 학부모들의 철저한 감시는 필요하다. 그러나 현행법상에서도 운영위원회는 자문기관으로 감시 기능이 효과적이지 못하고, 원장 지인 등을 위원으로 내세워 악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제재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오히려 리더스유치원의 경우처럼 예·결산서 공개나 수익자부담금 정산 등 현행법상 유치원이 이행해야 할 사항을 학부모가 요구하는데도 두 달이 다 되도록 공식 답변 한번 없이 묵살하는 현실이다. (관련기사 : 한유총 비대위장 유치원 학부모들, 교육비 납부 거부 돌입)

학부모의 감시권을 강화하는 법률을 추가해도 모자랄 판에 그런 정비도 없이 일반회계로 관리하면서 유치원 자율 혹은 학부모 통제에 맡긴다는 것은 고양이에게 생선을 내어주는 것밖에 되지 않는다. 지금도 학부모부담금으로 명품이든 성인용품이든 구입하는 것은 원장의 자유라 떳떳하게 떠드는 이들 아니던가. 이런 사실을 알고도 비싼 돈 내며 사립유치원에 보낼 부모가 몇이나 될까.

징계 실효성 강화하고 학부모에게 정보 공개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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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유치원총연합 소속 유치원 원장, 교사 등이 11월 29일 오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사립유치원 공공성 강화를 위한 '박용진 3법(유아교육법,사립교육법, 학교급식법)' 반대 집회를 열고 있다. ⓒ 이희훈

 
한유총이 '에듀파인'(국가회계시스템) 적용을 왜 그렇게 거부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추측할 수 있는 이유는 단 한 가지, 이중 회계 작업이 불편(불가능이 아니다)하기 때문일 것이다. 에듀파인을 사용해본 사람이라면 알 수 있겠으나 유치원 규모와는 아무 상관 없다. 학생이 50명도 안 되는 시골 분교도 에듀파인을 쓴다. 일정 규모 이상만 적용하게 해달라는 것은 핑계일 뿐이다.

그러나 에듀파인의 사용 자체가 부정회계를 막아주지 못한다. 리베이트든, 페이퍼업체를 통한 중간 착복이든 이득을 챙길 길은 무궁무진하다. 다만, 에듀파인의 사용은 최소한의 감시장치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지금과 같이 '단가×인원=총계'의 사칙연산도 맞지 않는 예·결산안을 보며 황당해하지는 않아도 될 것이다. 에듀파인 전면 사용을 넘어 감사와 수사를 통한 징계와 형사처벌, 나아가 유치원사업에 대한 제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사장이 원장을 겸직하며 셀프 징계를 하는 경우든 원장을 따로 두는 경우든, 궁극적인 문제는 범죄를 저지른 사람이 해당 사업에 영향력을 여전히 행사하고 피해자는 또다시 위험에 노출된다는 점이다. 징계 수위가 심해봐야 원장의 정직이고, 원장이 정직을 당하는 경우 원의 운영에 관여하지 못하도록 교육청이 세세히 감시하지 못한다.

실제로 우리 원만하더라도 이번에 감사 결과가 공개되고 이슈화되기 전까지 학부모들은 원장이 정직을 3개월이나 당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매일 아이를 데려다주고 데리러 가는 학부모가 많은 유치원에서 원장이 자리를 3개월이나 비웠다면 학부모가 모르고 지나가기란 매우 어렵다. 징계 실효성이 의심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렇다면 교육청의 징계가 원장(설립자)들의 횡령을 막지 못한다는 의미가 된다.

더구나 형사고발된 유치원이 공개대상에서 제외된 것처럼, 정보 접근 권한이 제한되어 학부모 감시는커녕 아이들은 계속 피해를 보고 학부모의 유치원 선택권은 침해받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하다. 셀프징계 막는 것을 넘어 징계 실효성을 강화하고 징계와 고발의 정보를 학부모에게 공개해야 하는 이유다.

아이들에게 정상적인 교육의 장 돌려달라

한국당 법안대로라면 지금과 달라지는 것은 일정 규모 이상의 유치원이 에듀파인을 사용하고 유치원이 학부모부담금을 자유롭게 사용하는 것을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뿐이다. 국가지원금과 보조금은 지금도 감사를 받고 에듀파인 만으로는 회계 운영을 감시할 수도 없다. 도리어 학부모부담금의 사적 유용을 정당화해준다. 그렇기에 이 법안이 유치원 회계 운영의 투명성이나 공공성 제고와는 무관한 법안이라 판단할 수밖에 없다.

유치원의 회계가 투명하게 운영되고 아이들이 지불한 교육비에 합당한 교육을 받는 것은 모든 학부모의 바람일 것이다. 한유총 비대위원장인 이덕선 이사장을 비롯해 누리과정지원금이 시작된 후에 유치원을 시작한 이들이라면 더욱이 유치원의 공공성을 충분히 인지하고 뛰어 들었을테니 지금의 조치들을 부당하게 여겨서는 안 될 것이다.

한유총과 일부 정치인, 학부모들이 그간 정부의 무능과 법적 미비를 탓한다. 그렇다. 정부는 어떤 세력의 반대에도 국공립 유치원을 늘려 유아교육을 국가 관리 영역으로 보다 강력하게 끌어안았어야 했고 사립유치원의 횡포를 막아 우리 아이들이 안전하고 합리적인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법적으로 개인유치원의 회계사용을 명확히 통제할 근거를 마련하고 적용했어야 했으나 국회의 무능으로 지금껏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래서 이 일들을 지금에야 하려는 것이 아닌가. 다소 급격한 듯 보이나 비열한 정쟁 따위, 이익집단의 몽니 따위에 더 이상은 우리 아이들을 희생시키지 말아야 하지 않겠나.

오늘(3일), 국회 교육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가 법안을 심사한다고 한다. 오늘도 해맑게 웃으며 유치원으로 향하는 우리 아이들에게 제발 정상적인 교육의 장을 돌려주시기를 각 당의 교육위원회 위원들과 한유총 회원들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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