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새간 교사 생활한 조희연 "진보적 교권강화 방법 찾아야"

[현장] 진보교육감의 이유 있는 변신... "관료·학자도 현장으로 와라”

등록 2018.12.03 20:12수정 2018.12.03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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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교권을 진보적 관점에서 강화하는 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
 

학교 현장 실태조사를 위해 지난 11월 26일부터 30일까지 총 닷새간 서울 인문계 A고에서 직접 교사 체험에 나선 조희연 서울시교육감. 그는 교사 생활 마지막 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기자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사회> 교과서 들고 A고 교실에 선 조희연 교육감. ⓒ 서울교육청


   
'교실 뺑뺑이' 당한 조 교육감 "교육은 복합 방정식"

조 교육감은 이 학교에 날마다 오전 8시부터 오후 4시 40분까지 출근했다. 빗자루를 들고 청소했고 분필을 들고 학생들을 가르쳤다. 이 학교 교사들은 조 교육감에게 '사회' 교과수업과 교직원 간담회, 학부모 만남 시간 등을 포함해 하루에 7시간씩을 꼬박 일하게 했다.

이 학교 김은형 혁신부장은 "교육감이 한 시간도 쉬지 않도록 잔혹한 일정으로 돌렸다"고 귀띔했다. 교육감에 대해 이른바 '교실 뺑뺑이'를 돌린 셈이다.

다음은 이 학교 교사의 전언이다.

"기왕에 교육감이 '교사를 하러 온다'고 하니 우리 학교 교직원들이 '있는 그대로 보여주자'고 약속을 했다. 그래서 교실 청소도 특별하게 하지 않았다. 아이들의 수업 태도에 특별한 주의를 주지도 않았다."

조 교육감은 이 학교 교실에서 무엇을 보았을까? 

"수업 시간에 많은 아이들이 엎드려 잤다. 수업에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도 있었다. 교사가 도저히 관리할 수 없는 지점도 있다는 걸 느꼈다. 학생 인권에는 넓은 의미에서 학습권도 포함이 되는 것이다. 학생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 같다."

조 교육감의 지도교사 역할을 한 교사(1학년 담당)는 "일부 학생들은 교육감이 와도 자고, 심지어 문재인 대통령이 와도 자는 게 현실"이라면서 "교사가 어떻게 하든지 무기력하고 소외된 아이들이 있다는 것을 교육감이 알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잠자는 교실' 모습에 대해 조 교육감은 "그동안 주목하지 못했던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면서 다음처럼 털어놨다.

"교사의 어려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하게 됐다. 교실붕괴를 현실로 고민하게 됐다. 그동안 나는 학생인권과 학교 민주주의, 학교 자율신장이라는 가치를 내놨다. 그런데 이런 것만으로는 학습공간으로서 학교가 충분히 서지 않는다는 현실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김은형 혁신부장에게 학교 업무를 배우고 있는 '교사 조희연'. ⓒ 서울교육청

 
그렇다면 조 교육감만의 복안은 무엇일까?

"학생인권과 학교민주주의라는 가치를 굳건히 하면서도 교권을 강화하는 복합적 시각이 필요하다고 봤다. 진보적 관점에서 교권과 교사의 교수권이 설 공간을 마련해 줘야 한다."

그동안 진보교육감은 '학생인권', 보수교육감은 '교권'을 강조해 왔다. 그래서 조 교육감에게 "기존 '학생인권 강화'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냐"고 물어봤다. 돌아온 대답은 다음과 같았다.

"과거 보수시대로 회귀하자는 것은 아니다. 학교 현장이 단일 방정식이 아니라 복합 방정식이구나 생각하게 됐다. 너무 단순하게 현실을 보지 말아야겠다. 현실을 인정하고 이를 해결하는 방법도 찾아야 하는데, 이건 복합적 해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교실 속 아이들의 학습권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진보적인 교권 강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다만 조 교육감은 아직 '복합적 해법'을 찾지 못한 듯하다. 하지만 그 방법이 서울시교육청 정책으로 새해엔 나올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진보교육감으로선 나오기 쉽지 않은 색다른 정책일 것이다.

사실 서울에 있는 무수한 외국어고와 자율형사립고 등에서 공부 잘하는 학생들을 쏙쏙 빼갔다. 그러다 보니 일반고엔 이른바 '남겨진' 학생들만 남아 있게 된 구조적 문제도 있다.

A고가 올해 처음 적용한 생활지도 방법은 상벌점제를 폐지하고 성장쪽지 활동을 하는 것이었다. 성장쪽지제는 활동을 잘한 학생에겐 칭찬쪽지를 주고, 잘못한 학생에겐 성장쪽지를 주는 제도다. 성장쪽지를 받은 학생에게 징계를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기존 '상벌점제도'와 다르다.

이 학교는 올해부터 여느 학교와 달리 핸드폰을 일괄 수거하지도 않았다. 회복적 생활교육을 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이 학교 교사들은 이런 생활지도 방식 지속 여부에 대해 12월 들어 난상토론을 벌이고 있다. 이 모습을 '교사 조희연'도 옆에서 지켜봤다.

교사들의 난상토론 지켜본 조희연 "이것이 최첨단 논의"

조 교육감은 지난 30일 오후 교사 간담회에서 "성장쪽지제가 상벌점제를 대체하지 못하는 공백지점이 있다"면서 "상벌점제와 성장쪽지제 어느 것을 결정하든 그 논의야말로 한국 고교 현실에서 최첨단 논의"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 학교 교사들은 자체 논의 끝에 표결했는데 '성장쪽지제 유지 방안'이 약간 많은 표를 얻었다고 한다.
 

아침맞이 활동을 벌이는 '교사 조희연'. ⓒ 서울시교육청

  
지난 30일 오후, '교사 조희연'이 다시 '교육감 조희연'이 되는 이별의 자리. 이 학교 김은형 교사는 조 교육감에게 다음과 같이 부탁했다.

"교육감만 현장에 와선 안 된다. 교육 관료들도 현장에 와라. 특히 새로운 교육이론을 내놓는 교육학자들도 현장에 와라. 현장에 오지 않고 만든 교육이론이나 교육정책은 탁상공론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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