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난이 농산물, 풀리지 않는 미스테리

과모지상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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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희(hwangjh98)등록 2018.12.05 10:16
  우리의 식탁에 올라오는 과일과 채소들은 모두 '예쁜' 모양이다. 장을 볼 때도 우리는 흠집 없는 농산물을 고르려 들었다 놨다를 반복하곤 한다. 과거에 비해 최근 소비 트렌드가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를 늘리는 방향으로 개선되었다고는 해도 활성화되었다고 볼 수는 없다. 아직까지는 '보기 좋은 농산물이 맛도 좋다'는 소비자의 인식이 지배적이다. 우리는 과연 농산물에게까지 외모를 따져야만 할까?

못난이 농산물이란 정상적으로 수확되어 맛이나 영양에는 전혀 문제가 없지만, 외관상에 흠이 있거나 규격이 고르지 않아 '상품성'이 떨어진다고 판단되어, 선별과정에서 정품 판정을 받지 못한 시장가치가 없는 농산물을 말한다. 상품성을 떨어뜨리는 이유로는 크기가 고르지 않은 경우, 모양과 형태가 표준과 동떨어진 경우, 색깔이 표준과 다른 경우, 껍질에 상처가 있는 경우 등이 있으며, 이들은 농산물의 품질을 악화시킨다고 판단되어 폐기처분된다.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매년 생산되는 식량 중, 3분의 1에 해당하는 13억 톤의 식품이 손실되거나 낭비되고 있다. 과일과 채소의 경우 생산량의 절반가량인 45%가 외형이 이상하다는 이유로 수확 단계에서 버려지고 있다. 이렇듯 외형이 예쁜 과일과 채소가 표준이 되고, 못생긴 것은 마치 표준에서 벗어난 것처럼 보이게 되었다. 우리는 이런 문제가 발생하게 된 원인을 농부, 중간유통자, 소비자의 관점에서 다각도로 분석하고 통합적인 해결방안을 제시해보려고 한다.
 


농민의 관점
농부들은 일반 농산물이든 못난이 농산물이든 모두 동등한 시간과 노력을 가지고 키운 농산물이기에 정당한 대가를 받기를 원한다. 즉, 동등한 가치를 가지고 판매가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소비자와 유통업체는 못난이 농산물은 상품성이 떨어지기에 정상 제품과 동등한 가격에 구매하기를 꺼려한다. 또한, 직접 농민을 인터뷰한 바에 따르면 못난 과일을 소비자가 원하는 과일 모양으로 바꾸기 위해 인공수정 과정이나 반사필름, 착색제를 이용하여 불필요한 생산 과정의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그렇기에 실제 농가에서는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해 적은 수익을 내는 것보다 내년을 위해 비료나 가축의 먹이로 이용하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해 이를 판매하지 않으려 하는 경향이 크다.

이런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나온 방안조차도 농민의 고민을 덜어내지 못하고 있다. 소수의 농민만이 파머스페이스와 같은, 역시 소수의 못난이 농산물 유통업체와 거래를 하고 있다. 그렇기에 대다수의 농민들은 못난이 농산물을 어떻게, 어디에 판매해야하는지에 대한 정보의 부재가 크다. 일례로 감귤 시장에 못난이 농산물의 구매를 원하여 연락을 취하였으나, 못난이 감귤의 가격을 책정하는 데에 어려움을 느껴 판매 여부를 정확히 얻지 못했다. 이처럼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수요와 유통업체가 있어도 판매하지 못한다는 점이 현 실상이다.
 


유통업자의 관점
최근 농산물 수요는 고령화 및 출산율 저하 등으로 축소되고 있으나, 공급은 농업생산력의 증대와 농산물 수입자유화 등으로 인해 초과공급이 일어나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소비자의 소득수준 향상은 농산물 소비를 고급화시키고 이러한 소비자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해 유통업체는 더욱 높은 수준의 농산물 선별기준을 요구한다. 이로 인해 많은 못난이 농산물들이 인위적으로 버려지는 것이다.

분명 유통업체에서도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기 위해 노력한 사례가 있다. 일례로 이마트가 '흠집이 난 못난이 과일을 주스 전용 브랜드 '매일 마시는 한컵 과일'을 런칭해 판매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국내 설문조사 결과, 못난이 농산물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구매하지 않은 이유 중 '주변에 팔지 않아서'라는 대답이 전체의 약 40%의 비중을 차지했다. 못난이 농산물이 아직도 잘 판매되지 못하는 이유는 이러한 노력이 단기적이었기 때문이다.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면 소비자들도 관심을 두고 구매하려 하지만 판매가 단기적이라면 소비자들이 못난이 농산물을 앞으로는 사지 않을 것이다. 단기적인 판매는 잊히기 쉽고,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는 유통구조는 생겨나지 못한다. 소비자들이 원하는 못난이 농산물을 판매하려면, 단기 이벤트 이상의 무언가가 필요하다.

 

소비자의 관점
"판단 기준을 건강과 안전성에 두는 서양과는 달리, 우리나라 사람들은 외형에 더 큰 가치를 두고 있습니다. 서양에서는 농산물이 못나도 상품성을 부여하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은 농산물의 크기가 일정하고 균열이나 흠이 없어야 상품성을 갖는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대 농경제사회학부 농업자원경제학과 김완배 교수는 못난이 농산물에 대한 소비자 인식의 문제점을 위와 같이 설명한다. 또한, 실제 소비자를 인터뷰해본 결과, 못난이 농산물에 대해 "속이 썩었을 것 같아 먹고 싶지 않다, 굳이 돈을 내고 사고 싶지 않다, 유전자가 변형되었거나 농약이 쳐져있을 것 같다."와 같은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소비자들은 못난이 농산물의 가치를 다른 일반 농산물보다 낮게 측정하고, 저렴하게 판매하는 것을 당연시 여기곤 한다. 못난이 농산물이 일반 다른 농산물에 비교했을 때 반값 혹은 적어도 40%는 저렴해야 하지 않느냐 라는 생각이 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겉모습만 다를 뿐 못난이 농산물도 같은 노력과 정성을 들여 키워낸 것들이라는 것을 알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도시화의 가속화에 따라 농촌과 도시, 즉 생산지와 소비지의 거리가 자연스레 멀어지게 되었다. 이에 따라 1차 생산자인 농촌의 농민에겐 시장 정보의 부재 현상이 나타났다. 유통업자들은 더 높은 가격에 팔기 위해 외형이 예쁘고 온전한 모양에 의해 상품성이 결정된 농산물만을 공급하게 되었다. 이후 최종 소비자들은 유통 업자를 거쳐 간접적이고 수동적인 방법으로 농산물을 구입하게 되었다. 이 과정에서 못난이 농산물과 채소는 시장에서도 보기 어려워졌다. 이처럼, 못난이 농산물이라는 인식이 생겨난 데에는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거리가 멀어진 것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해결 방안으로 분산생산, 분산소비를 제안한다. 분산생산이란 기존의 특정 지역에 생산이 집중되고 있던 기존의 상업적 농업에서 지역 단위의 생산으로 분산하는 것을 말한다. 분산소비도 마찬가지로 분산 생산이 이루어진 곳에서 지역 단위의 소비를 말한다. 지역 내 직거래 장터 활성화를 통해 유통 거리가 줄면서 소비자들은 농산물의 생산 과정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다. 소비자들은 경험을 통해 못난이 농산물이 다른 농산물과 질적으로 동등한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직접 체감할 수 있다. 또한 지역 단위에서의 생산과 소비는 과도한 생산을 줄여 잉여 농산물을 줄일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잉여 농산물에 포함되었던 못난이 농산물도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다.

한편으로는, 본질적인 문제 해결 및 인식 개선을 위해서 '못생긴', '이상한'과 같은 단어 선택을 지양하는 자세가 요구된다는 시각이 있다. 이러한 단어 자체가 농산물에게까지 외모를 평가하려 드는 경향을 내포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우박 피해 농가를 돕기 위해 '보조개 사과'라는 이름이 붙여진 우박 맞은 사과가 일주일 동안 10톤가량 판매된 긍정적 사례도 있다. 못난이 농산물 유통업체인 파머스페이스의 이동원 팀장 역시 예쁜 상품이 꼭 좋은 상품이 아니라는 인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처럼 못난이 농산물일지라도 그만의 개성을 찾아주려는 지속적인 시도와 노력이 필요함은 분명해 보인다. 못난이 농산물을 '개성 있는 농산물'이라는 표현으로 대체하는 것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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