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달연령의 아이들이 숨 좀 쉴 수 있게 하고 싶어요"

['좌충우돌' 사회적경제 56] 예비사회적기업 앨리스와토끼 최민순 대표 인터뷰

등록 2018.12.05 10:41수정 2019.04.30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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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평등한 세상

세상은 점점 더 불평등해져만 간다. 돈이 많은 집 아이들이 공부를 잘하는 것은 물론이요, 잘 생겼고, 착하기까지 하다는 이야기가 현실이 되어버렸다. 예전에는 돈이 없는 대신 공부를 잘 하거나, 돈이 많지만 심성이 착하지 못하다는 이야기 등이 사람들에게 위로를 줬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불가능한 시대이다.

세상이 이렇게 변한 것은 그만큼 우리 사회의 계급이 고착화되었기 때문이다. 부자는 더욱더 부자가 되고, 가난한 사람은 더욱 더 가난해지는 사회. 빈익빈부익부만큼 현재 우리 사회를 잘 드러내는 단어가 또 있을까.

혹자들은 교육을 통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이야기하지만 점점 그 가능성은 줄어들고 있다. 과거 교육은 신분상승의 사다리 역할을 했지만, 이제 교육은 기존 계급을 공고화 시킬 뿐이다. 공교육이 무너진 상태에서 가진 바에 따라 교육의 질이 확연하게 달라지고, 사회 시스템은 그것을 당연한 것으로 인정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의 강남권 학생 비율 증가는 바로 이와 같은 현실을 반영한다. 
 

예비사회적기업 앨리스와토끼 ⓒ 앨리스와토끼

 
돈이 없으면 공평한 교육의 기회도 보장받을 수 없는 사회. 예비사회적기업 앨리스와토끼는 바로 이와 같은 사회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지니고 있다. 특히 앨리스와토끼는 교육 중에서도 예술교육에 집중하는데, 과도한 경쟁으로 피폐해져 가는 우리 청소년들에게 필요한 것은 감정의 표현이요, 그것을 위해서는 제대로 된 예술교육이기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의 예술교육이 대부분 대학 입시에 맞춰져 기능적인 부분에 편향되어 있다는 점이다. 오로지 돈 많은 사람들만이 엄청난 비용을 들여 전문가를 초빙해 예술교육을 따로 진행할 뿐, 일반 서민들은 언감생심 이와 같은 교육의 필요성조차 느끼지 못하고 있다.

이런 교육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예비사회적기업 앨리스와토끼 최민순 대표를 만나보았다.

앨리스와토끼의 소셜미션


- 이번에 예비사회적기업으로 선정된 것을 축하드립니다. 소셜미션이 무엇인가요?
"고맙습니다. 저희의 소셜미션은 치유적 예술교육 개발보급과 취약계층에 대한 프로그램 무료제공입니다. 치유적 예술교육은 문화예술교육, 융합예술교육이라고들 하는데 예술이 가지고 있는 고유성 중에 치유적인 부분을 더 강화해서, 청소년들을 교육하는 거예요. 워낙 청소년 정신건강 문제가 심각하잖아요. 숨 쉴 곳이 없고. 그래서 예방적 차원의 정신건강 프로그램을 보급하는 거죠. 시장에 있는 예술프로그램들은 기능 중심이거든요."

- 왜 예술교육에 대해 관심을 가지시나요?
"예술의 진정성을 더 강화해서 아이들이 습득하게 되면 제대로 자기를 인식하고 체험할 수 있거든요. 일반 아이들의 발달을 촉진시켜주는데 도움이 되죠. 발달연령에서 해소하고 가야 될 성장기 이슈들을 예술활동을 하면서 풀어주면 아이들이 쑥쑥 자라요.

사실 발달 연령의 아이들이 문제가 있다면 다 문제가 있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게 문제가 아니라 커가는 과정에서 겪는 시행착오라고 봐줄만한 사회적 분위기나 그런 어른이 주변에 있으면 문제가 아니거든요. 오히려 강점으로 개발될 수 있는 자신만의 강점이죠. 그것을 예술교육을 통해 해주고 싶어요." 
 

창의적인 수업 ⓒ 앨리스와토끼

 
- 그런데 왜 그런 예술교육을 우리 공교육에서는 하지 않죠?
"예술교육 자체가 워낙 힘들어요. 제대로 예술교육을 하기 위해서는 아이들의 내적 요구를 끌어낼만한 프로그램이 있어야 되고, 예술을 예술로서 한정짓지 않고 교육적 효과나 심리적 안정감을 일으키는 개입지점을 찾아야 하는데 그게 어렵거든요. 최소한 12년 이상의 베테랑 강사와 상담가가 필요한데 비용이 문제죠. 돈 많은 사람들이야 굉장히 수준 높은 예술가를 모셔서 예술을 즐겁게 알게 하고 싶다면서 그런 교육을 하지만 일반적인 서민들은 그럴 수가 없잖아요. 그래서 예술교육이라도 좀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고자 했어요."

- 그럼 앨리스와토끼는 그 비용을 어떻게 감당하죠? 만만치 않은 문제일 텐데.
"저는 사람들이 뜻만 모으면 큰 재정을 들이지 않고도 그런 프로그램을 지속적이고 안정적으로 제공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는 확신이 있었어요.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치료사 선생님들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 슈퍼비전의 기회를 제공하는 거죠. 좋은 치료사가 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자기 분석과 슈퍼비전을 받아야 하는데 저희가 그 기회를 제공해요. 저도 무료로 하고. 사회적기업이기 때문에 많은 이윤을 가져가지 않으니 가능하죠."

취약계층 아동들에 대한 지원
 

치유적 예술교육 ⓒ 앨리스와토끼

 
- 그럼 그런 예술교육을 취약계층 아동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건가요?
"제가 주목하는 문제가 취약계층 아이들의 방임문제에요. 방임은 아동학대에서 폭력 다음으로 가장 큰 문제이고, 나중에 성격장애를 일으킬 수 있는 문제거든요. 정부는 이들을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봐준다고 하지만 아이들이 집단생활에서 버틸 수 있는 한계가 있어요. 저는 그 아이들에게 개별적인 욕구를 표현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을 무료로 지원해주고 있어요. 자기 마음의 문제를 좋은 예술 활동을 통해서 표현할 수 있도록."

- 취약계층의 방임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어떤 계기인가요?
"제가 상담을 시작하면서 성매매 피해여성들을 상담 했었어요. 그 여성들을 만나면서 정말 이 어린 아이들이 왜 이런 삶을 살 수밖에 없는지 고민했죠. 거기에 방임문제가 빠진 아이가 하나도 없었어요. 머리가 모자라서 그런 것도 아니고, 물리적 환경이 열악하다고 그런 것도 아니고.

물론 성매매의 특수한 폭력적인 시장구조가 있지만, 그런 것 빼고 그냥 개개인의 삶을 인간적인 면에서 보면 어렸을 때 이웃이 밥이라도 차려줬으면, 추운데서 기다리지 말고 우리 집에 와서 기다리라고만 했으면 이런 삶을 살지 않았을 아이들을 많이 봤거든요. 그 뒤로 방임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되었죠."

협동조합적인 삶 
 

아이들은 예술을 통해 자란다 ⓒ 앨리스와토끼

 
- 그럼 왜 이런 일들을 사회적경제 방식으로 풀고 싶으세요? 돈도 많이 벌 수 있을 텐데.
"제가 사실 어렸을 때부터 이런 방식의 경제운동을 좋아했어요. 대학 졸업하자마자 들어갔던 곳이 우리나라 최초의 신용협동조합이었던 영등포 산업선교회 노동자신협이었는데, 그곳에서 많이 배웠고, 너무 좋은 분들을 많이 만나서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죠."

- 그곳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배운 거죠?
"협동조합 운동을 하면서 배웠던 것 중의 하나는 내가 돈을 많이 벌어서 그 다음에 다른 사람을 도와야지 이런 생각은 절대 하지 말자는 거였어요. 그건 굉장히 자본주의적 방식이고, 내가 돈을 많이 버는 동안 많은 사람을 착취하면서 성취하는 것인데 그것은 돕는 게 아니라 하나의 소비라는 거죠.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내 삶을 낭비하면 안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책으로 봤으면 몰랐을 텐데 그곳에서 직접 그렇게 사시는 분들을 보고 깨달았죠. 나의 생활이 곧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것이 사회적경제였죠."
 

예술의 진정성 ⓒ 앨리스와토끼

 
- 마지막으로 하실 말씀은요?
"우리 이름이 앨리스와토끼예요. <앨리스와 토끼>. 그게 넌센스의 고전이잖아요. 사람의 마음, 무의식은 정말 넌센스고 비논리적인데 사람의 마음이 균형을 잡는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담고 있죠. 앨리스가 시계토끼 안내를 받아 원더랜드로 가서 그런 비논리적인 이야기 구조 속에서 성장하고 현실로 돌아오듯, 우리가 사람들을 그렇게 무의식으로 안내하자. 시계토끼가 돼서 많은 앨리스들을 데리고 가서 건강하게 살 수 있도록 하자. 그렇게 살아야 자기 고유한 색깔을 가지고 살 수 있다. 그런 일을 하고 싶습니다."

앨리스와토끼를 응원한다.
#앨리스와토끼 #사회적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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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 사회학, 북한학을 전공한 사회학도입니다. 물류와 사회적경제 분야에서 일을 했었고, 2022년 강동구의회 의원이 되었습니다. 일상의 정치, 정치의 일상화를 꿈꾸는 17년차 오마이뉴스 시민기자로서, 더 나은 사회를 위하여 제가 선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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