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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년 전 살인범 찾아낸 형사... 법대로 안 해서 통쾌했다

[리뷰] MBC 드라마 <나쁜 형사> 폭력, 협박 마다않는 형사 신하균

18.12.05 11:49최종업데이트18.12.05 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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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나쁜형사>의 한 장면. ⓒ MBC

 
"장형민 피가 있어야 증거를 심죠. 제가 사건 현장에 증거를 심었다구요. 살릴 수 있었는데도 죽으라고 내버려 뒀고. 이런 걸 조사하셔야죠. 죄 짓고도 벌 안 받는 놈들 꼴 보기 싫어서 형사됐는데 제가 그런 놈이 될 순 없지 않습니까. 제대로 조사하세요. 전춘만 대장님."
 
결국, 우태석(신하균 분)은 장형민(김건우 분)의 손을 잡지 않았고 떨어지게 뒀다. 그 결과로 장형민은 혼수상태에 빠지게 됐다. MBC 드라마 <나쁜형사>는 19세 이상 관람 등급을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시청률 10.6%(3, 4회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을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범인을 잡기 위해서는 폭력도, 협박도 마다하지 않는 전형적인 '나쁜 형사'를 신하균의 뛰어난 연기로 설득력 있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에게 통쾌함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나빠도 정말 나쁜 형사 우태석

<나쁜형사>는 전국 강력 범죄 검거율 1위를 자랑하는 자타공인 레전드 우태석 형사의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그는 한 번 찍은 범인은 절대 놓지 않는다는 마음으로 폭력, 협박 등도 가리지 않으며 범인을 잡아냈다. 그러다보니 검거율은 1위지만 윗선은 그를 폭탄처럼 여기고 있다. 그래서 제 식구임에도 전춘만(박호산 분) 대장은 쫓아낼 기회만 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이렇게 된 데는 13년 전의 사건이 원인이었다. 풀숲에서 실종됐던 여고생의 시체를 발견 했던 날, 우태석은 그 곳을 찾아온 수상한 다른 여고생을 추격하게 되고 그녀에게서 범인을 목격했다는 증언을 듣게 된다. 꼭 보호해주겠다는 약속과 함께. 하지만 당시 형사였던 전춘만이 장형민과 목격자 배여울(조이현 분)을 대질시키고 그녀는 두려움에 떨며 목격자가 아니라고 소리친다.
 
결국 배여울의 어머니는 집에서 살해된 채 발견됐고 여울은 실종돼 버렸다. 그때 이후로 우태석은 한 명의 범인도 놓치지 않겠다는 마음으로 형사를 해왔다. 여전히 장형민을 잡겠다는 마음을 버리지 않은 채로. 그런 장형민이 검사가 되어 눈앞에 나타났다. 그리고 또 다시 살인을 저질렀다. 그런 그를 당연히 너무 잡고 싶지 않았을까. 아니, 태석의 말처럼 절대 도망치지 못하게 죽이고 싶었다는 말이 정말이었을 것이다.
 
진인사대천명이라고 했던가. 다시는 범인을 놓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온 우태석에게는 천운도 따랐다. 매번 제대로 된 흔적을 남기지 않았던 장형민의 범행에 두 번째 목격자가 있었던 것. 우태석은 경솔하게 행동하지 않고 목격자인 아이를 보호해내면서도 역으로 함정을 파 장형민을 검거할 수 있었다.
 
깔끔했다. 우태석은 사적인 처벌과 법의 심판 사이에서 혼란스러워하며 우유부단하지 않았고 빠르게 결단했다. 지난 3일 방송에서 순식간에 장형민을 잡아냈다. 함정수사, 폭력, 사적인 제재까지 가리지 않고 행한 결과였다. 그러고 나서는 죽이고 싶었음을 인정하고 고백했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자백했다. 주변의 함께 했던 다른 이들이 다치지 않으면서도 자신의 신념을 다 했기에 후련한 마음에서 나온 결정이었다. 그는 스스로의 사직 사유를 '나쁜형사'라고 꼽았다.
 
아이들에게 보여줄 수는 없을지라도
  

MBC 드라마 <나쁜형사> 스틸 컷. ⓒ MBC

 
모범적이지는 않다. 이 드라마를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여주며 정의가 살아있음을 보여주기는 어렵다. 그는 이어지는 방송에서 은선재(이설 분) 기자를 부모 등을 살해한 용의자로 확신하며 어떤 절차도 없이 일을 진행했다. 비밀번호를 훔쳐봤다가 무단으로 침입했고 안에 전시해 둔 강아지의 유골을 멋대로 들고 나왔다. 무죄추정의 원칙이니 영장 같은 것은 상관없었다.
 
다행히 이 드라마는 현재 19세 이상 시청가로 방영 중이다. 그렇기에 제대로 나쁜 형사 우태석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또한, 선과 악의 경계에 서 있는 인물을 제대로 표현해내고 있는 신하균이 있기에 선정성과 폭력성이 아니라 캐릭터에 집중할 수 있었다. 이 정도면 영국의 유명 드라마를 리메이크 했다는 걱정을 제대로 떨쳐낸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빠른 전개와 깊이 있는 캐릭터 묘사까지. <나쁜형사>는 <루터>의 아류작보다는 <나쁜형사>로 제대로 기억될 수 있을까.
 
드라마는 아직 초반. 강아지의 유골함에서는 배여울의 이름표가 나오면서 더욱 은선재의 정체에 대한 궁금증을 일으키고 있고, 자꾸만 태석을 쫓아내고 싶어 하는 전춘만 대장의 불안한 눈빛도 그가 무언가 안 좋은 일을 했음을 암시하고 있다. 아직 <나쁜형사>를 보지 않은 분에게는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김대진 PD의 말처럼 이 혼탁한 세상에 이런 형사 하나쯤은 있어도 좋지 않을까?
신하균 나쁜형사 우태석 연쇄살인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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