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 땅에 엎드린 사람들 "문 정부에서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깨나"

노동·시민·종교단체, 파인텍 고공농성 지지하며 오체투지 시작

등록 2018.12.06 16:40수정 2018.12.06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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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오체투지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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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오체투지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75m 굴뚝에 오른 두 사람을 위해 14명이 땅바닥에 엎드렸다. 두 사람이 하늘에서 내려오길 바라며, 14명이 차디찬 땅을 딛고 일어섰다. 이렇게 소복을 입은 14명은 온몸으로 맨땅에 머리를 박고 허리를 곧추세우길 반복했다. 굴뚝의 두 사람이 하늘에서 땅으로 돌아오길 바라며.

6일, 서울시 종로구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노동·시민·종교단체 모임인 '스타플렉스(파인텍)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50명은 파인텍 고공농성을 끝내기 위한 '4박 5일간의 오체투지 행진'을 알렸다. 이들은 75m 굴뚝에 있는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의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 달라고 요구했다.

두 노동자가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지난 2017년 11월 12일, 파인텍 노동자 박준호, 홍기탁은 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열병합발전소 굴뚝에 올랐다. ㈜스타플렉스가 약속한 3승계(노조-고용-단체협약) 이행을 위해서다.

굴뚝농성 이야기의 시작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지난 2007년 한국합섬과 자회사 HK가 파산했다. 1500여 명의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었다. 5년 동안 노동자와 정부, 채권단의 실랑이가 이어졌다. 2010년 스타플렉스가 당시 자산가치 800억 원 이상의 HK 제2공장을 399억 원에 인수하며, 기나긴 싸움의 끝이 보였다. 당시 스타플렉스는 이때까지 남아 있던 노동자 104명의 고용과 노동조합, 단체협약을 승계하겠다고 약속한다.

스타플렉스는 HK 제2공장을 인수하고 'SIL'이라는 신설법인을 설립한 뒤 스타케미칼로 상호를 변경했다. 하지만 2013년, 1월 3일 시무식에서 스타케미칼 김세권 대표는 폐업을 선언했고, 이후 세계 최장기 굴뚝농성이 시작됐다. 스타케미칼은 스타플렉스의 자회사이다(관련 기사: 얼어붙은 혹한의 굴뚝, 그들은 또 올라갔다).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노동 존중사회를 열겠다고 다짐했던 문재인 정부에서 세계 최장기 고공농성 기록(408일)에 다가가고 있다"라며 "정부는 교섭 요구조차 거부하며 나 몰라라 하는 스타플렉스의 노골적인 책임 회피 앞에서 형식적 중립만 지키지 말고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오는 12월 24일이 되면 열병합발전소에 오른 두 사람의 농성기간은 408일이 된다).

이어 "지난 390일 동안 파인텍 노동자들이 줄곧 요구한 것은 스타플렉스 대표이사가 약속했던 노조-고용-단체협약 '3승계'이다"라며 "하지만 스타플렉스는 어렵게 맺은 노사합의를 헌신짝처럼 내던지고 노조 혐오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으며, 김세권 대표도 꿈적도 하지 않고 있다"라고 주장했다.

굴뚝농성에 나선 박준호, 홍기탁의 건강 상태도 알렸다. 이들은 "거친 풍파와 혹한, 폭염을 사시사철 맨몸으로 견디며 싸우고 있는 노동자들의 건강상태가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라며 "열약한 고공농성 환경과 상태 장기화라는 악재가 겹쳐 노동자들의 기력이 눈에 띄게 저하됐다"라고 했다.

길벗한의사회 오춘상 한의사는 "비좁은 공간으로 인한 운동량 부족, 불충분한 영양 섭취로 면역 저하 등 두 노동자의 신체 기능이 현저하게 떨어지고 정신적 스트레스 또한 심각한 상황"이라며 "건강회복을 위해서는 땅으로 내려와야 하며, 정부가 (파인텍 고공농성) 문제해결을 위해 나서야 한다"라고 말했다.

끝으로 이들은 "이번 오체투지는 굴뚝 위 노동자들이 '두 번째 408일' 오기 전에 땅에서 만나겠다는 절실한 마음이 모아진 결과"라며 "노동부와 정부는 노동자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단호히 해결해야 하고, 스타플렉스 김세권은 (3승계) 약속을 지키고 교섭에 응해라"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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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오체투지 가로 막은 경찰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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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오체투지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 차광호 금속노조 충남지부 파인텍지회장과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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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인텍 오체투지단 "문제 해결을 위해 정부가 나서라" 금속노조 파인텍지회 노동자와 ‘스탁플렉스 투쟁 승리를 위한 공동행동’ 소속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6일 오후 서울 종로구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파인텍지회 박준호, 홍기탁 노동자의 고공농성이 오는 24일이면 굴뚝고공농성 기록인 408일이 된다며 정부가 고공농성 문제 해결을 위해 나서 줄 것을 요구하며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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