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전, 생물로 따지면 곧 사라질 '멸종위기종'"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보고서’ 기자간담회

등록 2018.12.07 15:00수정 2018.12.07 1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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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을 제외하면 세계 원전 발전량은 3년 연속 감소했습니다. 원전은 생물로 따지자면 곧 사라질 '멸종위기종'입니다. 생존을 위해서는 새로운 유입이 있어야 하는데 '갱신율(renewal rate)'이 너무 낮거든요."

6일 오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에서 탈핵에너지국회의원모임과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주최로 열린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보고서' 기자간담회에 발표자로 나선 마이클 슈나이더(60·에너지정책 컨설턴트)씨는 이렇게 단언했다. 독일 베를린공대, 영국 서섹스대, 일본 메이지대등 5개국 전문가 9명이 공동집필한 이 보고서는 방대한 자료분석을 토대로 '전 세계 원전산업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 세계 원전산업 내리막길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2018 세계 원전산업 동향보고서’의 주 저자인 에너지 컨설턴트 마이클 슈나이더 씨가 발표자로 나서 전세계 원전 산업의 현황을 전했다. ⓒ 장은미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윤기돈 상임이사(맨 왼쪽부터)와 발표자인 에너지 컨설턴트 마이클 슈나이더,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윤순진 이사장, 국회 탈핵에너지전환국회의원 모임 김성환 의원 등이 기자간담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장은미

 
슈나이더씨는 "지난해 중국 원전의 발전량이 18% 늘었지만 세계 전체로는 원전 발전량이 1% 증가하는데 그쳤다"며 "중국 변수를 제외하면 전 세계 원전 설비는 1980년대 정점을 찍은 뒤 뚜렷한 하락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 발전량 중 원전 비중은 1996년 17.5%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2017년 10.3%로 떨어졌다.

2017년 세계 원전 발전량이 전년 대비 1% 증가에 그친 반면 풍력 발전량은 17%, 태양광 발전은 35% 늘었다. 슈나이더씨는 "31개 원전 보유국 중 브라질, 중국, 인도 등 9개국이 지난해 원전보다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를 통해 더 많은 전력을 생산했다"고 말했다.
 

전 세계 원자로의 신규 가동 및 중단 추이. 원전 신규 가동은 1980년대 정점을 찍고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였다. 최근 신규 가동 원전의 대다수는 중국 것이다. ⓒ 2018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

 
2017년 새로 가동한 원자로 4기 중 3기가 중국 것이고 1기는 파키스탄에서 중국계 기업이 지은 것일 정도로 '중국 변수'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에너지 먹는 하마'인 중국은 재생에너지에도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투자를 하고 있다. 중국이 2017년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에 투자한 금액은 약 1260억 달러(약 140조 원)로 2위인 미국(약 400억 달러)의 3배나 된다.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 국가별 순위. 중국은 지난해 2위인 미국의 3배나 되는 투자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우리나라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위 수준이다. ⓒ 2018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

 
투자하기엔 너무 비싸진 핵발전

"원자력 산업은 너무 비싼 제품을 만들기 때문에 아무도 그 제품을 살 여력이 되지 않는다."

이날 발표된 보고서는 원전산업이 내리막길을 걷는 이유로 영국 기업에너지산업전략부 수석과학자 존 러프헤드 교수가 2017년 10월 영국왕립학회에서 한 발언을 인용했다.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 후 안전강화 비용 상승 등으로 핵발전의 경제성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는 말이다.  

슈나이더씨는 발표 후 <단비뉴스>와 별도로 가진 인터뷰에서 "신규 원전은 갈수록 안전기준이 강화돼 투입비용이 늘고, 기존 원전은 노후화에 따른 사고위험으로 부품교체와 관리감독 비용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핵폐기물의 영구처리시설이 없다보니 그 부분의 비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아 '원전의 가격'이 최종적으로 얼마가 되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슈나이더씨는 이와 함께 "(원전이 기피시설이라) 핀란드 원전의 경우 노동자 국적이 50개가 넘고 프랑스 원전 노동자도 1/3은 자국 사람이 아니다"라며 "높아진 품질보증 기준에 맞춰야 하기 때문에 원전 건설기간이 예기치 않게 길어지는 것도 비용 상승 요인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원전과 경쟁하는 재생에너지의 경제성이 높아지면서 치솟는 원전 비용과 하락하는 재생에너지 비용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고 있는 것도 원전이 내리막길을 걷는 이유 중 하나"라고 지적했다. 예를 들어 영국 신규 원전이 생산하는 전기를 정부가 사주기로 했는데, 그 고정가격이 (재생에너지 등으로 생산한) 전기 도매가격의 2배나 된다고 그는 덧붙였다. 미국 자산운용사인 라자드(Lazard) 분석에 따르면 2009~2017년 기간 중 평균 균등화발전비용(LCOE)이 풍력은 67%, 태양광은 86% 하락한 반면 원자력은 20% 상승했다.
 

직간접 비용을 모두 감안한 에너지원별 균등화발전비용(LCOE) 추이. 2009년부터 2017년까지 약 10년간 원자력 발전비용은 20% 상승했고 태양광은 86% 감소했다. ⓒ 라자드 금융

 
재생에너지로 가는 세계, 한국은 원전이 걸림돌 

슈나이더씨는 전 세계에 454기의 원전이 있지만 일본 원전 42기 중 26기가 '장기 가동정지' 상태에 있는 등 실제 가동 중인 원자로는 413기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이는 역대 최대치인 2002년의 438기는 물론 30년 전인 1989년의 420기보다 적은 수치다.

그는 30~40년 전 지은 원전의 수명이 다하고 있는데도 세계 각국이 신규 원전을 안 짓거나 덜 짓는 이유 중 하나로 '재생에너지라는 매력적 대안'을 지적했다. 특히 태양광 발전의 설비용량은 2017년 원전을 뛰어넘었는데, 이는 기후변화를 막는 청정에너지이면서 기술발전으로 갈수록 경제성이 높아진다는 강점 때문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 원자로 및 순 운전용량 추이. 원자로가 가장 많이 운영된 시점은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전인 2002년으로 438기였고, 2018년에는 413기로 줄었다. ⓒ 2018세계원전산업동향보고서

 
슈나이더씨는 그러나 "한국은 재생에너지 기술력과 경쟁력이 높지만 원전·석탄화력 등 기존 산업이 재생에너지 전환에 장애물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국에너지정보문화재단 윤순진(51) 이사장은 "우리사회에는 에너지와 관련한 왜곡된 보도가 적지 않다"며 "생각은 다를 수 있지만 원전에 대한 증거 자료를 가지고 사실을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국내 찬핵 세력이 전 세계적으로 원전이 사양산업이라는 사실을 감추고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에 대해 '환경파괴'와 '중금속 유해성' 등의 논란을 조장하는 현실을 꼬집은 것이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김성환(53·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원전에 관한 객관적인 사실을 포함해 우리가 합의해야할 (원전 정책의) 가치와 방향에 대해 고민하고 국민들에게 객관적 알권리를 보장해줄 수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슈나이더씨는 1992년 이후 '세계 원전산업 동향보고서'를 매해 발간하고 있으며 이 보고서는 세계 주요 언어로 번역돼 각국 정부가 정책수립에 참고하고 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이 만드는 비영리 대안매체 <단비뉴스>(www.danbinews.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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