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한국당'이 증액한다는 5조원 어디로 가나

SOC예산·세비 올렸지만 구체적 내역 알 수 없어... "지역구 챙겨주는 짬짜미 없었나?" 야3당 반발

등록 2018.12.07 15:03수정 2018.12.07 15: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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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해찬 "정개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해야"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해 “이제부터라도 정치개혁특별위원회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고 발언하고 있다. ⓒ 유성호

 
"이제부터라도 정치개혁특위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포함한 선거제도 논의를 빨리 진행해야 한다." -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
"예산안이 처리된 만큼 선거제도 개편 논의에 자유한국당도 적극적으로 나서겠다." -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


7일 오전 더불어민주당·자유한국당 양당 아침 회의 때 나온 발언들이다. 양당이 전날(6일) 야3당(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의 선거제도 개편 합의 요구를 '패싱'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잠정 합의한 것에 대한 후폭풍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현재 야3당은 "거대 양당이 지금의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야합을 통해 선거제도 개편을 거부했다"며 '더불어한국당 연대' '민자당 연대' 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지난 6일 오후부터 단식 투쟁에 나섰고,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이날 오전 청와대 앞 분수대에서 "문재인 대통령님! 적폐연대 웬말입니까?"라고 적힌 피켓을 들고 1인 시위를 진행했다.

이에 대해 양당이 "이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를 빠르게 진행하겠다"며 달래고 나선 것. 여기엔 입장 차가 큰 선거제도 개편 문제보다 이미 법정시한(12월 2일)을 넘긴 내년도 예산안을 정기국회 회기 내 처리하는 것이 더 시급했다는 자신들의 판단이 정치적 명분에서 더 앞선다는 인식도 깔려 있다.

그러나 여기엔 전날 민주당·한국당의 예산안 합의 내용에 대한 정당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제조건도 함께 달려 있다. 이번 합의가 양당의 '밥그릇 챙기기'로 평가될 경우, 야3당의 '기득권 야합' 비판에 보다 힘이 실리게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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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3당,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 촉구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대표, 원내대표, 소속 의원을 비롯한 당직자들이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계단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예산안 합의를 규탄하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김성태 "지역경제 활성화·일자리 차원에서 SOC예산 대폭 증액"

당장, 민주당·한국당의 예산안 합의 중 사회간접자본(SOC) 예산 확충 부분을 두고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양당은 지난 6일 정부 예산안 중 약 5조2000여억 원을 감액하고 비슷한 규모를 증액하기로 합의했다. 구체적인 감액 세부사항은 아직까지도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합의문을 보면 취업성공패키지·청년내일채움공제·청년추가고용 장려금 등 일자리 사업 예산 중 6000억 원, 남북협력기금 일반회계 전입금 1000억 원 등이 감액 대상이다. 또 정부가 요구한 공무원 증원 인력 중 의경 대체 경찰 인력 및 집배원 정규직 전환 등을 제외하고 3000명을 줄이기로 했다.(관련기사 : '예산안 패싱' 당한 야3당 "민주당, 적폐 본당과 손 잡아" )


그러면서 도로·철도 건설 등 '지역구 예산'으로 분류될 수 있는 SOC 예산은 확대 조정하기로 했다. 양당 합의문에 따르면, "정부는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하여 '지방자치단체 예산편성 운영기준, 개정을 통해 이·통장 활동 수당을 인상하는 방안을 강구하고, 경제활성화와 일자리 확대 및 지역균형발전을 위하여 2019년 SOC예산을 확대 조정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에 대해 정창수 나라살림연구소 소장은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전반적으로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서로 명분을 세워준 것 아닌가 보고 있다"며 "결국 '4조 세수결손' 주장 등은 각자 지역구 예산을 획득하기 위한 지렛대였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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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태 "KBS 유튜브 방송 아니라 공영방송 망각하지 말라"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 참석, KBS 프로그램 <오늘밤 김제동>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환영 인터뷰에 대해 “공영방송으로서 대단히 부적절한 방송이었다”며 “KBS는 유튜브 방송이 아니라 공영방송으로서 전기요금 고지서에 수신료가 늘 붙어 있다는 사실을 망각하지 말라”고 지적하고 있다. ⓒ 유성호

 
실제로 김성태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문재인 정권 들어서 급격한 SOC 사업의 몰락으로 특히 TK(대구·경북), PK(부산·울산·경남), 강원 산간지역을 비롯한 충청, 그리고 호남지역 일부의 많은 SOC사업이 중단되고 조정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며 "지역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차원에서 SOC예산 대폭 증액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특히 그는 "수도권과 광역시·도의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서민 교통수단과 관련해 앞으로 예산이 증액돼야 한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인식을 같이 했다"고도 설명했다. 이와 관련, <조선일보>는 이날 "상임위와 예결위 심사 단계부터 여야 실세들의 '지역구' 예산이 끼워넣기 식으로 (SOC 예산이) 들어간 것으로 전해졌다"며 "김성태 원내대표 지역구(서울 강서을)와 관련된 서울시 9호선 증차 예산 등도 수십억 원 추가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국회의원 세비 인상문제도 SOC 예산과 비슷한 논란에 처해 있다. 내년도 국회의원 세비는 전년 대비 1.8%p 인상 조치됐다. 이에 따라, 국회의원은 내년에 '국회의원 수당 등에 관한 법률' 등 관계 법령에 따라 지급되는 활동비(연 4704만 원)를 포함해 총 1억5176만 원을 받게 된다. 이를 두고 양당이 선거제도 개편 의사가 없음을 드러낸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회의원 1인에게 투입되는 재원을 줄여서라도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의 핵심사안으로 꼽히는 의원정수 확대를 이끌어내야 한다는 주장에 찬물을 끼얹은 꼴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국회의원 세비는 매년 공무원 보수인상률이 자동 적용돼 책정된다. 여야는 지난 2013년부터 2017년까지 국회 운영위원회 예결심사소위를 통해 이렇게 자동 적용되는 인상분을 삭감하는 방식으로 '세비 동결'을 택한 바 있다.

이정미 "서로 지역구 챙겨주는 짬짜미 과연 없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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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한 단식 돌입한 이정미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하라" 이정미 정의당 대표가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로텐더홀 앞에서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의 선거제도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를 규탄하며 이틀째 단식농성을 벌이고 있다. ⓒ 유성호

 
이미 야3당은 이 점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이날 긴급 상무위·의원단 연석회의에서 "국회법 어디에도 근거가 없는 예결특위 소소위에서 마음대로 예산을 결정하더니 지역 SOC 예산만 늘어났다"며 "그 과정에서 서로 지역구를 챙겨주는 짬짜미가 과연 없었나"라고 되물었다.

이어, "야3당은 세비를 깎아서라도 의원정수를 늘려 좋은 선거제도로 개혁하자는 방안을 내놓은 바 있는데 양당은 선거제도 개혁에 관심은 없고 자신들의 세비만 올렸다"며 "야3당이 (선거제도 개혁으로) 밥그릇 챙긴다고 했던 바로 그 순간, 거대 양당은 자기들 밥그릇을 알뜰하게 챙긴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는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감액한 부분에 대한 증액을 놓고 두 거대 양당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가 시작된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그는 같은 날 Jtbc <뉴스룸>과 한 인터뷰에서도 "실제로 증액은 약 4조5000억 원 가까이 될 것으로 예상한다. 그 4조5000억 원 안에 두 당의 대다수 의원들의 민원이 포함됐을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본다"며 "최종적으로 예산이 확정되면 당초 정부예산안과 비교했을 때 어느 부분이 어떻게 증가됐는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예산안 #자유한국당 #더불어민주당 #SOC예산 #선거제도 개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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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년 5월 공채 7기로 입사하여 편집부(2014.8), 오마이스타(2015.10), 기동팀(2018.1)을 거쳐 정치부 국회팀(2018.7)에 왔습니다. 정치적으로 공연을 읽고, 문화적으로 사회를 보려 합니다.

오마이뉴스 사진기자. 진심의 무게처럼 묵직한 카메라로 담는 한 컷 한 컷이 외로운 섬처럼 떠 있는 사람들 사이에 징검다리가 되길 바라며 오늘도 묵묵히 셔터를 누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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