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 42조, DJ 45조, 노무현 119조... 이 돈은 어디로 갔나

[진짜 농사꾼의 농업·농촌이야기 11] 농업정책 패러다임 바꿔야

등록 2018.12.10 19:18수정 2018.12.10 1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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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전체 농지의 절반 이상이 임차농지

한국농어촌공사에서 시행하는 농지규모화사업 중에는 영농규모 확대를 위한 농지매입 장기 저리지원 사업이 있습니다. 지자체에서 후계농업인 인정을 받은 농민이나 농어촌공사의 전업농 심사를 통과한 농민 등에게 9,000평 이내의 농지를 구입할 때 평당 논 3만 원, 밭 3만5천 원, 과원 4만 원 한도 내에서 연 2%(현재는 1%)의 금리로 최장 30년까지 융자해 주는 지원 제도입니다. 1990년부터 시행됐으니 벌써 29년이 지났습니다.
 

임차농가 비율 ⓒ 통계청

 
 

임차농지 비율 ⓒ 통계청

 
통계청의 자료를 확인해보니 2004년 62.4%였던 임차농가의 비율이 2017년 56.4%로 13년간 고작 6%가 줄었습니다. 임차농지는 여전히 전체 농지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국가 농정의 핵심인 농지 정책은 실패했습니다.

2000년에 귀농해 2006년에 단양군으로부터 후계농업인으로 선정되고, 2011년에는 농어촌공사 충북지사의 밭 전업농 심사를 통과한 제가 해마다 내는 농지 임대료는 400만 원 내외입니다.

정부 정책대로 농지매입자금을 받아 밭을 샀다면 벌써 9,000평의 밭을 제 소유로 했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제 자식이 농사를 짓지 않을 것이 분명하고, 토지공개념과 경자유전의 원칙이 제대로 실현되리라 믿었던 저는 빚내서 땅을 살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소외되지 않은 노동을 즐기고, 농업의 가치가 제대로 평가된다면 먹고 살 걱정은 안 해도 되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이미 다른 임차농이 농사짓고 있는 밭을 부재지주와 결탁해 매입하는 것은 양심상 받아들이기 힘들기도 했습니다(제가 지금 농사짓는 밭은 모두 기존의 임차인이 고령과 질병으로 농사를 포기해 제게 물려준 밭입니다).

상식적인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는데 12년간 260조원 투입
 

ⓒ 신영근

 
2018년 12월 7일 대통령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저출산·고령사회 정책 로드맵'을 발표합니다. 2006년 정부가 저출산대책을 내놓기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260조 원을 쏟아부었는데도 아무런 효과가 없음을 인정하고 정책 패러다임을 '출산 장려'에서 '모든 세대의 삶의 질 향상'으로 바꾼 것입니다. 부모가 행복해야 아이를 낳는다고 판단한 것입니다. 이렇게 상식적인 생각을 정책에 반영하는데 12년간 260조원을 썼다니 어이가 없습니다.

○ 김영삼정부 농어촌구조개선 대책 42조 원(1992~2001)
○ 김대중정부 농업농촌발전계획 45조 원(1999~2004)
○ 노무현정부 농업농촌 종합대책(투융자계획) 119조 원(2004~2013)


- 1997년의 재배업 생산액 22조 원 ⇒ 2017년 28조 원
- 1997년의 농업소득 10,204,000원 ⇒ 2017년 11,101,000원
- 1997년의 곡물류 자급률 58% ⇒ 2017년 50.9%
- 2017년 40세 미만 농가경영주: 전체농가 경영주의 0.9%인 9273명

농업 정책의 목표는 식량의 안정적 공급과 농축산물에 대한 소비자 안전, 농민의 소득 안정과 복지증진입니다.

지난 20년간 적어도 200조 원 이상의 농업지원금이 쓰였는데도 결과는 처참한 실정입니다.

식량의 안정적 공급은커녕 식량자급률은 하락했으며, 쌀과 서류(薯類)를 제외하면 10%를 넘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생산량을 추정할 수 있는 논과 밭에서 수확된 농산물의 생산액도 20년간 22조 원에서 28조 원으로 27% 올랐지만 같은 기간의 물가 상승률 55%를 감안한다면 농산물 생산량 역시 떨어졌으리라 보입니다.

농촌의 텃밭은 70년대의 지붕개량 사업 과정에서 광범위하게 쓰인 1급 발암물질인 석면 슬레이트에 오염된 채 방치되어 있습니다. 농사를 지어서 벌어들이는 소득은 20년 전보다 고작 90만 원 늘었을 뿐이며, 그나마도 2022년에는 1997년보다 절대 금액이 하락해 천만 원을 못 넘길 것이라고 합니다.

정부의 통계에 나타난 농업 농촌의 현실을 외면한 채 이명박, 박근혜 정부는 농업의 국제 경쟁력 강화나 농업의 6차 산업화 등의 허황된 정책으로 논과 밭에서 땀 흘려 노동하는 농민들 대신 농업 주변의 장사꾼들이나 업자들 그리고 그들과 결탁한 공무원들의 배를 불리는데 그쳤던 것입니다.

농업 정책에도 저출산 대책과 같은 획기적인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진짜 농사꾼이 잘 살아야 자식들에게 농업을 권유하고, 청년들의 자발적 귀농을 끌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노무현정부에서 사회적 혼란(?)을 우려해 포기했던 부재지주 청산을 통해 문재인정부는 가짜 농사꾼을 가려내 처벌하고, 토지공개념과 경자유전의 원칙 등 헌법적 가치를 실현해야 할 것입니다.
#부재지주청산 #농업의 공익적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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