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농단에 분노해 모인 뉴질랜드의 '더 좋은 세상'

[재외동포 한인 활동가 릴레이 인터뷰⑧] 다섯 명의 활동가가 본 지난 2년

등록 2018.12.10 09:09수정 2018.12.10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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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계 곳곳에 700만의 재외동포 한인들이 살고 있습니다. 해외에서 살면 국내에서 들려오는 소식에 무뎌질 것 같지만, 오히려 더 빠르게 챙겨보고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해외 곳곳에는 국내외 이슈로 활동하는 개인 활동가, 활동 단체들이 있습니다. 활동 성격과 방향은 다양합니다. 같은 주제로 활동한다 하더라도 그곳의 문화와 사회적 분위기 등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재외동포 한인 시민단체 활동가로서, 전세계의 한인 활동가들을 인터뷰 했습니다. –기자말

뉴질랜드는 우리나라에서 약 1만 킬로미터 떨어진, 비행기로만 약 11시간을 가야하는 멀리 떨어진 곳이지만, 천혜의 자연 경관으로 많이 알려져서인지 우리에게 익숙한 나라입니다. 뉴질랜드 전역에 약 3만 3천여명 (2017년 외교부 제공)의 한인이 살고 있습니다. 뉴질랜드에는 국내 정치, 사회 현안에 대해 토론하며 활동하는 '더좋은세상'이라는 재외동포 한인 시민 사회 단체가 있습니다. 더좋은세상의 곽상열 대표를 비롯한 다섯 명의 활동가와 지난 7일 온라인 영상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분노해 모인 사람들

'뉴질랜드 더좋은세상'은 지난 2016년 겨울,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사태에 분노한 뉴질랜드 한인들이 박근혜정권 퇴진 집회를 하기 위해 처음 모였습니다. 뉴질랜드 한인들이 자주 이용하는 온라인 커뮤니티에 집회 공지를 올렸을 때, 이 집회를 부정적으로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왜 해외에서 우리의 부끄러운 모습을 드러내느냐'는 반응이었습니다. 당시 국내에서는 여러 지역에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촛불이 활활 타오르고 있었는데, 뉴질랜드에서는 이런 반응이 나와 집회를 준비하던 이들은 당황스러웠다고 합니다.

집회 준비를 위해 참석자를 예상하기도 했습니다. 의논 끝에 '많이 와도 50명'이라는 결론을 내렸고, 집회 유인물도 50장만 준비했습니다. 그런데 첫 집회에는 약 150명, 두 번째 집회에는 약 200명이 모였습니다. 예상을 훌쩍 뛰어넘은 집회 참석 인원은 '더좋은세상'이 탄핵 이후에도 계속해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원동력이 되었습니다.
 

victoria park에서 열린 2차 오클랜드 촛불집회 ⓒ 뉴질랜드더좋은세상

두 차례 퇴진집회 이후 박근혜 전 대통령은 탄핵되었고 세 번째 집회는 세월호 참사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집회로 준비했습니다. 세 번째 집회를 세월호 참사 관련 집회로 하자는 제안이 나왔을 때, 아무런 이견을 제시하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인터뷰에 참석한 활동가들은 돌이켜보면 퇴진집회로 모인 사람들이 흩어지지 않고 함께 모이게 하는 아이디어였다고 말했습니다.

이후 '더좋은세상'은 5.18 민주화운동,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투표 독려 운동 등으로 활동 범위를 넓혀갔습니다. 인터뷰를 하며 다섯 명의 활동가에게 각각 기억에 남는 활동이 무엇이었는지 물었습니다.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 이전의 활동들을 돌이켜보니, 모든 활동이 또렷하게 기억난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각자에게 가장 의미있었던 활동을 꼽아달라고 수정하여 질문했더니, 다섯 명의 활동가는 아래와 같이 대답했습니다.

먼저 곽상열 대표는 영화 '어폴로지'를 뉴질랜드 전역에서 순회 상영회를 연 것을 꼽았습니다. 이 상영회를 통해 다른 지역에서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고, 모임이 확대되는 계기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정레베카 간사는 2017년 3월 세월호 참사 희생자 가족들의 방문을 선택했습니다. '더좋은세상'이 만들어지기 전,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1인시위를 하며 혼자라고 느꼈는데, 간담회와 추모예배에 참석한 많은 이들을 만나 함께하는 사람이 많다는 사실에 큰 힘을 얻었다고 합니다.

김공래 총무는 영화 '노무현입니다' 상영회를 통해 '더좋은세상'의 이름을 많이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고 했습니다. 이상렬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 기억 달력을 한국에서 구입해 주변 지인들에게 나눠줬던 일을 기억했습니다. 김선학 활동가는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활동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주체의식'을 실현할 수 있었다고 했습니다.
 

오클랜드 대학교에서 열린 세월호 3주기 추모행사 '직접듣는 세월호 이야기' ⓒ 뉴질랜드 더좋은세상

 
이외에도 5.18 민주화운동 기념 사진전, 일본군 '위안부' 피해 소녀상 건립 준비 활동 등 '더좋은세상'이 지금까지 해온 활동들의 의미를 하나하나 짚어가며 감회에 젖었습니다. 각자에게 가장 큰 의미를 가져다 준 활동은 달랐지만, 그 활동을 해오며 각자가 느끼는 '더좋은세상'의 의미는 같았습니다. 정레베카 활동가가 '이 사람들과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기적'이라고 했을 때 다른 인터뷰 참석자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격한 공감'을 표했습니다. 이전에는 표현하고 싶어도 이곳 뉴질랜드에서 혼자서 아무것도 할 수 없다고 느꼈지만, 더좋은세상을 통해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들과 함께 목소리를 낼 수 있게 됐습니다.
 

오클랜드 한인회관에서 열린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 ⓒ 뉴질랜드 더좋은세상

 
'더좋은세상'의 활동가들과 인터뷰하며 세대간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모임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다섯 명의 활동가들의 성별과 연령이 다양했지만, 서로를 친근하게 여기며 존중하는 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서로를 의지하며 걸어온 약 2년의 활동기간 동안 '더좋은세상'은 재외동포 한인 시민사회단체가 할 수 없다고 여겼던 활동까지 해내며 다른 지역 활동가들을 놀라게 했습니다.

우리의 앞날은 '더 좋은 세상'일까요? 더 좋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고민하는 뉴질랜드 '더좋은세상'의 활동가들과 이들의 뜻에 공감하여 함께 연대하는 사람들의 고민과 노력 덕분에 우리의 앞날은 지금보다 '더 좋은 세상'이 될 것이라 기대합니다.
 
#뉴질랜드 #더좋은세상 #S.P.RING세계시민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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