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단식 좀 풀어요"... 손학규·이정미·정동영 냉담

[현장] 야3당 농성장 찾아 차례로 만나... 선거제도 개편 논의 주체·시기 놓고 평행선

등록 2018.12.10 14:48수정 2018.12.11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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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수정 : 11일 오전 9시 46분]

이해찬 당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에서 닷새째 단식농성 중인 바른미래당 손학규·정의당 이정미 대표를 찾았다. 같은 장소에서 농성 중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만났다.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진행할테니 단식농성 중단을 권유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분위기는 냉랭했다.

[손학규-이해찬] "한국당과 야합" vs. "예산은 먹고 사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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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농성장 찾은 이해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농성중인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고 있다. ⓒ 남소연


손학규 대표는 웃으면서 이 대표 등을 악수로 맞이했다. 그러나 "단식 이제 그만 하시라"는 이 대표의 권유를 단칼에 잘랐다. 이 대표가 "좀 대화해서 선거법 개정하면 될 것 아닌가"고 재차 권유했지만 "아니, (대화) 하는 거 봐야지"라고 답했다. 결국 이 대표는 "아니, (단식을) 좀 풀어요. 왜 단식을 해요"라고 답답함을 그대로 드러냈다.

손 대표는 오히려 웃었다. 그는 "그럼 김대중 대통령은 왜 단식했고, 김영삼 대통령은 왜 단식을 했어요. 아니, 뭐가 돼야지 (풀지)"라고 답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1983년 5월 민주화 5개항을 내걸고 23일 간 단식 농성을 벌여 전두환 정권의 가택연금 해제 조치와 정치활동 묵인을 이끌어낸 바 있다. 김대중 전 대통령도 1990년 10월 13일간 단식투쟁을 벌여 노태우 정부로부터 지방자치제 전면 실시를 얻어냈다.

손 대표는 쓴소리도 빼놓지 않았다. 그는 "민주당이 주도권을 쥐고 있는데, (한국당과) 야합해서 예산안을 통과시켰잖아"라고 지적했다. '단식 권유'를 위한 자리가 '설전'이 되는 순간이었다.

이 대표는 손 대표의 말에 "아니, (예산안은) 국민이 먹고사는 문제인데 그걸 빨리 통과시켜야지 야합이라고 얘기하면 어떻게 해요"라고 반박했다. 손 대표는 하지만 "민주당이 어떻게 집권했는데"라며 촛불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아니, 저 논쟁하러 온 것 아니다, 선거법 협상 하자. 그래서 정치개혁특위에 입법권도 주지 않았냐"라며 재차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설훈 민주당 최고위원도 "(선거제도 개편 합의 불발은) 이 대표의 문제라기보단 의석수를 늘려서는 안 된다는 국민의 생각 때문"이라고 지원사격했다.

그러나 손 대표는 "그런 얘기하지 마시라. 이해찬이나 나나 민주주의 위해 자부심을 갖고 살아온 만큼 (선거제도 개편이) 민주당이 문재인 정부와 함께 촛불혁명을 완수하는 방법"이라고 일축했다. 이 대표가 "손 대표 단식 끝나면 협상 시작하겠다"고 말하자, 손 대표는 "협상 시작하는 것 보고 단식을 풀든지 할 거다, 협상 안 하면 난 가는 거다"고 말했다.

[이정미-윤호중] "뭐가 비정상적 행태냐" vs. "굶고 있는데 논의할 수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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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미 농성장 찾은 이해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농성중인 이정미 정의당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고 있다. ⓒ 남소연


이정미 정의당 대표와의 대화는 더 날이 서 있었다. 이정미 대표는 이해찬 대표를 향해 "'선거제도 개편 할 수 있다, 동의한다' 이런 얘기는 더 이상 안 듣고 싶다. 선거제도 이렇게 합의했다 나올 때까지 단식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민주당을 향해 강한 배신감을 토로했다. 이정미 대표는 "제일 충격 받았던 건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이라며 "선거제도 개혁은 '의원 밥그릇 지키기'고 예산안은 '국민 밥그릇 지키기'라고 했다. 다 연동형 비례대표제 하자고 하지만 속으론 생각이 없구나 싶었다"고 말했다.

이해찬 대표는 거듭 자신은 '비례성·대표성 강화한 (선거제도) 법안 만들어보라'고 얘기했다면서 선거제도 개편을 반대하는 게 아니라고 해명했다. 같은 당 윤호중 사무총장도 "정치개혁특위에서 논의할 수 있게 (국회) 정상화 시켜달라. 극단적인 대립으로는 합의안을 만들 수 없다"고 단식 중단을 권유했다.

그러나 '정상화'란 단어를 놓고 양측은 목소리를 높였다. 이정미 대표는 "선거제 합의하면 된다. 뭐가 비정상적 행태냐"고 쏘아붙였다. 그러자 윤 총장도 "이렇게 굶고 있는데 어떻게 만나나, 이렇게 선 그어놓고 어떻게 합리적 대화가 되나"라며 맞섰다.

[정동영-이해찬] "더불어한국당" vs. "예산안과 연계해서 이렇게 된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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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농성장 찾은 이해찬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0일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촉구하며 농성중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와 대화하고 있다. ⓒ 남소연


이해찬 대표는 같은 장소에서 농성 중인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만났다. 현재 정 대표는 단식농성 대신 신촌·광화문 광장 등에서 집회를 열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정 대표의 반응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선거제도 개편은) 정개특위에 맡겨 놓을 게 아니라 이 대표가 주도해야 한다"라며 "천하의 이해찬 대표가 있을 때 정치개혁을 해야지"라고 주장했다. 정 대표는 "이제 '더불어한국당'이라 해야하나"라고 꼬집기도 했다.

그러자 이해찬 대표는 "예산안과 선거제도 개편 둘을 연계시켜서 이렇게 된 것 아니냐"면서 "어떻게든 농성은 풀도록 하고 이제 선거제도 개편 논의를 시작하자"고 말하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이해찬 대표 등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야3당 국회 로텐더홀 농성장을 찾은지 20분 만에 별다른 성과없이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해찬 #선거제도 개편 #손학규 #이정미 #단식농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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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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