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을 찾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돼"

공동체 탐방기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북콘서트

등록 2018.12.12 18:38수정 2018.12.13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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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계 진보 인사인 고 문익환 목사가 교수로 재직한 대학이었던 한신대에서 지난 7일 좌담회 형식의 북콘서트가 있었다.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라는 책은 조현 기자가 대한민국 공동체 18곳, 세계적인 공동체 5곳을 직접 다니며 남긴 기록이다. 

조현 기자는 "책을 출판하고 직접 공동체에 사는 촌장(내가 이름 붙인)들을 모시고 얘길 하고 싶었는데 이렇게 공동체 삶을 사는 분들과 자리해서 기쁘다"며 주최 측인 서울 속 마을공동체 '밝은누리'에 감사함을 전했다. 


충남 홍성에서 오미농장을 운영하는 '젊은협업농장'의 정민철 대표는 "원래 공동체 하려고 한 건 아닌데 농사를 배우려고 하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다. 시간이 흐를수록 연령대가 낮아졌다. 들어온 지 1~2년 뒤에는 지역사회로 나가서 농장독립 하기를 독려한다. 우리는 사실 장례식에 가장 열심히 참여한다. 어떤 92세 어르신은 돌아가시기 전까지 농사를 지었는데 '상여를 매달라'고 유언을 하여 우리가 직접 상여까지 맨 적도 있다"고 소개했다. 

이 공동체에서 주로 논의하는 3가지로는 어떻게 농업의 가치를 재생산하고, 마을을 더 건강하게 할지, 학습체계에 대한 구상이다. 마을 전체를 캠퍼스화 한다는 개념으로 매일 저녁에 강연 40명 정도가 모여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한다. 교육 없이는 마을이나 농업을 지속할 수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서울도봉 안골마을 '은혜공동체' 건물로 들어가면 열 몇의 가정들이 함께 살고 있다. 방은 독립된 공간이지만 그 외 대부분은 공유공간이다. 박민수 대표는 "처음에 나도 같이 여러 명이 산다는 것에 자신이 없었다. 그러나 지금은 모든 구성원들이 '죽을 때까지 이곳에서 쫓겨나지만 않고 살아가면 인생 성공했다'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소개했다.

은혜공동체는 한 달에 한 번씩 인문학 강연을 진행하고, 콜트콜텍 농성장, 쌍차나 지금 타결된 코오롱 해고 노동자 투쟁장 등을 찾아가 응원도 하고 다른 해외 공동체를 함께 탐방하기도 한다고 한다. 

콜트콜텍 농성장에 방문한 은혜공동체 공동체 80여 명이 가득찬 농성장 텐트. 이렇게 많은 인원이 안으로 들어간 것은 처음있는 일이 었다고 한다(왼쪽부터 조현, 최철호, 박민수, 정민철, 채상병) ⓒ 수피아

 
서울 인수동과 강원도 홍천에 있는 마을 공동체 '밝은누리'에서는 "행정구역으로서의 마을 단위를 지양하고, 마을 식당 중심으로 밤에 아이들을 데리고 마실을 갈 수 있는 거리가 되는 곳을 마을로 부른다"고 최철호 대표는 설명했다.

"91년도에 21~23살 된 청년들이 공동체 삶을 시작했다. 처음에 청년들이 가졌던 문제의식들이 결혼 이후에 너무 달라졌다. 가정과 환경 생태 모두를 위해 마을 공동체 회복이 필요하다 생각해서 2000년부터 인수마을공동체를 이뤘다. '도시에서 살다보니 도시문명자체에서 공동체가 살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고, 농촌과 함께하지 않으면 지속 불가라고 생각하여 2009년에 홍천에서 귀농귀촌을 하게 되었다. 홍천에는 폐교위기에 직면한 분교가 있었는데 지금은 초중고 통합이 된 대안학교에 아이들이 다니고 있다"고 밝게 웃었다. 


최 대표는 이어서 "결혼식도 자본에 종식된 형태라며 결혼・임신・출산까지도 세상에 지배를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대안으로 결혼식을 마을 잔치로서의 문화로 새롭게 만들고 있다고 전했다. "결혼식 기획부터 준비를 돌아가면서 한다. 부모가 개입해서 방향을 틀지 않는 선에서 문화공연처럼 재밌게 하려고 한다. 경직된 결혼식이 아닌 신랑・신부가 주인이 되고 같이 살고 있는 이웃들이 주인이 되는 마당잔치가 되는 것이다"라며 사진을 보여주었다. 

'밝은누리'는 작년 가을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윤동주 생가, 남한에서 차로 갈 수 있는 마지막 땅인 도라산 남북출입사무소 등 평화를 기원하는 '동북아 평화 순례'도 진행하고 있다. 
 

밝은 누리 공동체의 결혼 품앗이 결혼식을 공동체 사람들이 품앗이를 하여 마을 잔치처럼 진행한다. ⓒ 수피아

 
각 공동체의 소개가 끝난 후 조현 기자는 책을 쓰게 된 계기를 전했다. 그는 2000년 시대를 앞두고 '지구가 지속가능할 것인지 문제의식을 가졌다. '대안은 없을까?'하는 궁금증을 가졌고, 여러 자료를 찾던 중 유럽에서는 이미 '우리들이라도 다르게, 인간답게 살아보자'하는 공동체 마을을 만든 사람들이 있어서 신문에 소개하기 시작했다. 이후 개인적으로 몸이 아파서 신문사 1년을 휴직하고, 그의 친구인 산청민들레 공동체 이동근 대표의 조언에 따라 태국 아속 공동체에 요양차 가게 되었다. 

그곳의 삶은 신선했다. '이렇게 살면 좀 달라질 수 있겠네'라는 느낌으로 시간을 보냈다. 이후 기자라는 직업병이 발동하여 인도, 일본, 미국 등지로 공동체 마을을 다니며 외국 공동체 마을 탐방으로 기획을 해서 한 달 살이 이상으로 다녔다.

그러나 한국 정서에는 좀 안 맞을 수 있고 이상적이기도 하고, 먼 나라 얘기라고 치부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한국으로 눈을 돌렸더니 몇몇 공동체들이 눈에 들어왔고, 전달할 필요를 느껴 한국 위주로 기획 방향을 틀었다. 조현 기자는 대표들에게 여러 사람들과 살아야 하는 특성상 사람들과 부딪힐 때 어떻게 하는지 물었다. 

정민철 대표는 본인이 부딪히기 보다는 청년들과 농촌 마을 사람들 사이에 충돌을 중재하는 역할에 있다. "사실 농촌에는 기본적인 공동체성이 이미 있다. 도시 청년들은 이해하기 어렵다. 나도 8년 정도 걸렸다. 이해를 못한 상태에서 보면 아주 불합리하게 보인다. 하지만 나는 청년들에게 '정답을 찾으려고만 하지 않으면 돼'라고 한다. 쳐다보기만 하는 방식을 쓴다. 누가 맞다 틀렸다 안하려고 노력하며 답을 안 찾으려고 하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안 받는다(웃음). 기본적으로 스트레스를 안 받는 스타일이다. 남의 일이라 생각하고, 가능하면 지나가버리는 방식을 쓴다"며 청중의 웃음을 자아냈다.

부산 '온배움터'의 채상병 대표는 한 일화를 들려주며 느낀 점을 전했다. "도시에서 한 청년이 같이 농사를 지으려고 왔는데 함께 하는 시간보다 킥복싱 등 계속 뭘 배우려고 나가느라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시골에 와서도 뭔가 할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된다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더라"며 스스로 뭔가를 갖추어서 관계를 맺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그 청년과 깊은 대화를 나누고 나서야 채 대표는 "그 청년이 자기도 모르는 열등감・불안에 갇혀있었다. 자신의 부족함을 스스로 긍정하는 힘으로 나아가야만이 관계를 맺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공동체 생활의 장점은 무엇일까? 조현 기자의 질문에 박민수 대표는 출산과 육아 부분을 꼽았다. "처음에는 부부들이 같이 팀을 꾸려서 순번제로 아이들 케어를 했었다. 부부가 20명이 10팀이 되어 10명의 아이들을 어른 두 명이 '돌봄'이라고 이름 붙여서 돌봤다. 나중에는 싱글들도 참여해서 돌본다. 10일에 한번, 한 달에 두 번 정도 아이들과 놀아주고 나머지는 개인시간으로 쓰니 부모들이 많은 시간을 창조적으로 활용한다"고 말했다. 

유아기가 지난 아이들은 어떻게 돌볼까? 박 대표는 "초등학생과 청소년들도 자기들끼리 모임을 만들어 부모들의 손을 크게 필요로 하지 않는다며 공동체에 같이 살지 않는 아이들도 자주 놀러오고, 집에 돌아갈 때는 정말 슬퍼한다"고 전했다.  

조현 기자는 박 대표의 얘기를 듣고는 "은혜공동체를 가보니 한 건물에 다 같이 살며 항상 이모, 삼촌이 50명 정도가 되니까 아이들이 부모들을 안 찾더라. 그 시간에 엄마 아빠들은 2층 바에서 술을 드시더라(웃음)"고 덧붙였다. 

'밝은 누리'의 최철호 대표 또한 "아이들의 인성이 좋아진다. 교육 프로그램으로 되는 것이 아니고 사랑하는 어른들의 잔소리가 어우러져서 크는 게 인성이다. 또한 딴 집 아이들이 놀러오면 부모가 같이 놀 필요는 없어진다. 자연스럽게 육아 부담이 줄어들고, 안전만 체크하면 된다. 또 부부품앗이 하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려지며 일상적으로도 품앗이를 하게 된다. 지금 이 시간 북콘서트 중에도 품앗이는 진행되고 있다"고 전했다. 

채상병 대표도 "공동체 안에서 주위 사람들이 '같이 키워줄게'라는 말이 큰 위안이 된다. 작년부터 마음의 소리를 듣는다는 뜻의 '마인드 벨' 수업을 진행했는데 수강했던 부모들이 많이 울었다"며 "우리들은 그동안 아이를 키우는 동안 다른 부모들과 비교하며 자기안의 소리를 많이 잃은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공동체 #우린 다르게 살기로 했다 #밝은 누리 #한신대 #기독청년아카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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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세계사가 나의 삶에 직접적인 연관이 있는 일임을 깨닫고 몸으로 시대를 느끼고, 기억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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