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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라데+주짓수' 조합, UFC 웰터급서 보여줄 게 많은 넬슨

[UFC] 최근 주춤했던 웰터급 복병, 231 대회 승리로 다시 탄력 받을까

18.12.12 09:44최종업데이트18.12.12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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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FC 웰터급에서 활약 중인 '구니(Gunni)' 거너 넬슨(30·아이슬란드)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이 남은 선수다. 14전 무패(13연승)로 커리어를 시작한 그는 통산 17승 3패 1무의 성적을 기록 중이다. 빼어난 실력을 인정받아 2012년 일찌감치 UFC 무대에 입성했으며 마니아 팬들 사이에서는 진작부터 차세대 챔피언 후보로 지목받고는 했다.

하지만 높았던 기대치에 비해 최근의 행보는 살짝 아쉬웠던 것이 사실이다. 2014년 릭 스토리에게 접전 끝에 아쉽게 판정패하며 커리어 사상 첫 패를 기록했던 그는 이후 상승세를 타려는 흐름 때마다 발목을 잡히며 상위권으로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다. 스토리전 패배 이후 한번도 2연승 이상을 거두고 있지 못하는 모습이다.

거기에 부상까지 겹치며 한창 전성기를 누려야 할 시점에서 주춤거리고 있다. 물론 지금까지의 성적만 봐도 넬슨은 충분히 좋은 성적을 기록 중이다. 하지만 기대치가 워낙 컸고 또 지금보다 더 나은 행보를 보일 것으로 관심을 모았던 선수인지라 상대적으로 아쉬울 수밖에 없다. '북유럽의 괴물'로 불렸던 것에 비춰봤을 때 좀 더 많이 보여줘야 할 필요가 있다.
 

거너 넬슨은 아직 보여줄 것이 많다. ⓒ UFC 아시아 제공

 
가라데+주짓수 조합, 생소하고 까다로운 유형
 
넬슨은 '가라데+주짓수'라는 흔치 않은 조합을 혼용해 사용하는 파이터다. 주짓떼로 중에는 복싱, 무에타이를 함께 쓰는 선수는 많지만 가라데를 섞어 쓰는 선수는 쉽게 찾아보기 힘들다. 통산 17승 중 13번을 서브미션(76%)으로 마무리한 기록만 보면 전형적인 주짓떼로 같지만 가라데 스탠스에서 나오는 다양한 발차기와 펀치 공격도 일품이다.

실제로 아이슬란드 가라데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으며 그같은 스타일을 인정받아 '또 다른 버전의 료토 마치다'로 평가받기도 했다. 특유의 가라데 스탠스를 유지한 상태에서 짧고 정확한 앞 손으로 단박에 상대의 안면을 공격할 수 있으며 로우, 미들, 하이킥은 물론 옆차기, 앞차기, 돌려차기 등 다양한 킥을 자유로이 구사한다.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서 뒷손을 찔러 넣거나 순간적으로 파고들어 연사하는 정권 연타도 날카롭다. 무엇보다 한창때 마치다가 그랬듯 정통적인 가라데 스타일은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유형이 아닌지라 상대하는 선수 입장에서 생소하거나 익숙치 않을 수 있다. 복싱, 무에타이, 킥복싱 등과 타격 궤적이 달라 방어하기가 쉽지 않다.

넬슨의 가장 무서운 점은 가라데 스타일로 상대와 타격전을 벌이다가도 조금의 틈만 있으면 날렵하게 파고들어 테이크다운을 노린다는 점이다. 상위에서의 압박 및 팔꿈치 파운딩이 위력적이고 서브미션 결정력도 높은지라 일단 넬슨을 상대로 불리한 포지션을 허용하게 되면 매우 곤란한 상황에 빠질 수 있다.

탑, 사이드, 백포지션을 빠르게 오가며 전천후로 괴롭혀주는지라 일단 넬슨의 그라운드 지옥에 빠지면 탈출하기가 매우 어렵다.
 
'거침없이 팔꿈치' 올리베이라 무너뜨린 한방
 
지난 9일(한국시각) 캐나다 온타리오주 스코티아뱅크 아레나서 있었던 'UFC 231'대회에서 넬슨은 다시 한번 자신의 클래스를 증명했다. 이날 넬슨은 '카우보이' 알렉스 올리베이라(30·브라질)와 맞붙었다. 통산 19승 6패 1무 2무효의 전적을 기록 중인 올리베이라는 정상급까지는 아니지만 꾸준한 경기력으로 상승 곡선을 타고 있는 파이터다.

단 한번의 연패도 없이 차곡차곡 커리어를 쌓아나가고 있다. 비록 노쇠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이름값만큼은 만만치 않은 카를로스 콘딧을 서브미션으로 잡아내는 등 기세가 나쁘지 않았다. 어찌 보면 비슷한 위치에서 서로 맞붙었다고 볼 수도 있었다. 등장시부터 흥이 넘치는 기색의 올리베이라와 차분하게 호흡을 가다듬고 있는 넬슨의 모습에서 서로 상반된 캐릭터가 느껴졌다.

넬슨은 가라데 스탠스로 스탠딩 싸움을 벌이려는 듯하더니 삽시간에 거리를 좁혀 클린치 상황을 만들어냈다. 그 과정에서 테이크다운이 성공되는 듯했으나 다급해진 올리베이라가 케이지를 붙잡는 반칙을 저질렀다. 이에 심판은 첫 번째 반칙이라는 점에서 감점 대신 주의만 줬다. 넬슨 입장에서는 크게 아쉬울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넬슨은 개의치 않고 올리베이라를 계속해서 압박해 기어코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하지만 올리베이라도 만만치 않았다. 손목 컨트롤을 통해 최악의 포지션을 피해냈고 스윕까지 성공해낸다. 이후 탑 포지션에서 주먹과 팔꿈치로 무시무시한 파운딩을 퍼부었고, 넬슨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넬슨은 쏟아지는 파운딩 세례 속에서도 끈질기게 하체관절기를 시도했다. 서브미션은 성공시키지 못했으나 그로인해 올리베이라의 거친 맹공에 브레이크는 걸 수 있었다.

2라운드에서도 양 선수는 빠르게 클린치로 맞붙었다. 치열하게 언더훅, 머리 싸움이 벌어지는 가운데, 올리베이라가 더티복싱을 섞어줬다. 넬슨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올리베이라를 번쩍 들어 테이크다운을 성공시켰다. 그리고는 서두르지 않고 탑 포지션을 잡은 채 하나하나 만들어가려는 움직임을 보였다. 올리베이라는 넬슨의 가슴팍에 얼굴을 묻고 어설픈 스윕시도보다 방어에 집중했다.

그러는 순간 넬슨의 결정력이 빛났다. 무시무시한 팔꿈치 파운딩이 안면에 크게 들어갔고 올리베이라의 얼굴이 피로 물들었다. 제대로 들어간 한방에 올리베이라는 큰 충격을 받았고 기회를 잡았다 싶은 넬슨은 리어네이키드 초크를 작렬시켜 경기를 끝냈다. 결과적으로는 서브미션 승이었지만 초크는 확인 사살에 불과했다. 팔꿈치 공격이 제대로 터진 순간 올리베이라는 사실상 전의를 잃어버린 모습이었다. 무시무시한 엘보우 파운딩 한방이 돋보인 경기였다.

넬슨은 지난해 7월 산티아고 폰지니비오와의 경기에서 초반 위력적인 타격을 주고받다 생애 처음으로 KO패 당하는 아픔에 울어야 했다. 그런 점에서 약 1년 반 만에 돌아와 승리를 챙겼다는 점은 이래저래 의미 깊다. 넬슨 역시 내년부터는 자주 경기를 가질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과연 돌아온 넬슨은 체급 판도에 복병 역할을 해줄 수 있을지, 벌써부터 내년 웰터급 경쟁구도가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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