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력이익공유제, 반시장적 논란 넘어 혁신의 기회로

등록 2018.12.13 09:44수정 2018.12.13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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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력이익공유제'는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비롯한 협력사와 함께 신기술 등을 개발하여 발생한 이익을 매출액이나 영업이익과 연동해 해당 중소기업에 일부 분배하는 제도를 말한다. 사전 계약을 통해 선정된 혁신대상을 통해 발생한 이익을 분배한다. 정부는 제도 활성화를 위해 기업에 법인세 감면과 정책자금 우대 등 혜택을 준다. 유사한 제도로서, 이명박 정부 때 도입하려다 무산된 '초과이익공유제'와 2012년부터 시행된 '성과공유제'가 있다.

지난 6일 중소벤처기업부가 협력이익공유제 도입을 위해 '대·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보수·경제지와 전국경제인연합회 등 재계 단체는 맹비난을 퍼부었다. "함께 망하는 길이다", "재산권 침해하는 반시장적 제도", "기업 경영원리에 배치"라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현재와 같은 한국 기업 생태계와 경제 구조에서 공고한 수익 창출의 토대를 마련한 대기업 측의 반발은 안타깝지만, 예상한 바다. 혁신과 도전을 통한 새로운 사업 분야를 창출하기보다는 '하청업체 쥐어짜기'로 많은 이윤을 만들어온 대기업이라면 협력사와 공유하는 이익은 너무나 어색하고, 피하고 싶을 것이기 때문이다. 우리 경제의 핵심 영역을 차지하는 세계적인 기업들이 이 정도라니 부끄러울 뿐이다.

협력이익공유제는 반시장적?

재계에서 두 손 들고 반대하는 것처럼 협력이익공유제가 나쁜 제도일까? 그렇게 반시장적인가?

이와 관련해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주병기 교수는 언론에 기고를 통해 한국 경제가 "소수의 거대기업집단이 다수의 중소협력기업들을 지배하는 종속적·일방적 관계가 보편화됐다."고 진단하고, 이로 인해 "기업 간 협력은 제한적이고, 수동적이며, 다양한 시장 실패가 발생한다."고 하였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장질서를 바꾸는 것은 한 기업이 감당키 어려운 구조적 전환의 문제이므로, 기업들의 자율적 선택을 정부가 중재·조정하고, 상생협력을 장려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현재 한국 경제가 안고 있는 문제를 극복하고, 성숙한 시장질서를 정착시키기 위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함을 시사하고 있다.

글로벌기업들은 어떤가. 일본의 도요타는 1959년부터, 미국의 크라이슬러는 1980년대 후반부터 신제품 공동개발을 함께 한 부품업체들과 이익 공유프로그램을 진행했다. 1970년대 영국의 롤스로이스는 신제품 개발에 어려움을 겪자 부품업체들과 공동개발, 협력이익 공유로 위기를 극복하기도 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결코 반시장적이거나 엉뚱한 발상이 아니다.


협력이익공유제와 같은 제도가 등장할 때마다 경영계를 대표하는 한국경영자총협회와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시장의 자율성을 강조한다. 시장에 맡기는 게 효율적이고, 정부 개입은 필요 없다고 한다. 시장만능주의다. 그들에게는 '지금 이대로'가 최선이다. 제도를 통한 변화를 위험으로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실패'는 어떤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나 나타난다. 이를 미리 예방하거나 사후 개입하여 치유하는 것은 국민이 바라는 정부의 역할이다. 지금 정부는 협력이익공유제라는 수단을 통해 자신의 역할을 하려는 것이다. 우리 경제 상황과 산업 구조가 그만큼 비정상적이라는 진단의 산물이다. 그동안 우리 경제를 지탱했던 주력산업이 어려운 여건에 있고, 원가 절감에만 매몰된 경영 전략에 한계가 왔다. 이제 대·중소기업 간 수직적 거래관계에서 벗어나 협력업체들을 혁신의 파트너로 인정할 때 성장의 기회를 끌어안을 수 있다. 이런 고민 속에서 협력이익공유제는 출발한다.

제도 정착을 위해 정부가 할 일

이와 같은 협력이익공유제가 제대로 안착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먼저, 보완적 정책수단이다. 정부가 협력이익공유제를 통해 달성하고자 하는 목표나 방향성은 옳다. 그러나 실제 산업 현장에서 제도를 추진하고, 기업들의 호응을 얻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일각에서 제기하는 우려에서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예를 들어, 혁신대상을 통한 목표이익 설정과 협력업체의 기여도 평가는 쉽지 않고, 또 다른 갈등 요인이 될 수 있다. 제도가 실제로 현장에서 의도한 대로 작동할 수 있도록 세밀하게 설계된 보완적 수단이 필요한 이유다.

둘째, 자발적 참여 유도다. 협력이익공유제는 강제적 이행이 아닌 기업 간 자율적 계약을 바탕으로 한다. 제도의 영향을 받는 기업들이 협력을 통해 수익을 창출할 수 있도록 충분한 인센티브를 마련해야 한다. 경제 현장에서 협력이 관행으로 굳어져 혁신의 기회로 삼는 문화가 형성돼야 성공한 정책이 된다. 이를 위한 유인 수단은 필수적이다. 제도 정착을 위해 기업 옥죄기는 피해야 한다.

셋째, 정책수단 간 정합성이다. 정부의 3대 경제정책으로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를 꼽을 수 있다. 협력이익공유제는 혁신성장을 이루기 위한 다양한 정책수단 중 하나다. 또한,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상생관계를 유도한다는 차원에서 공정경제의 밑그림과도 맥을 같이 한다. 협력이익공유제가 정부가 추구하는 다른 경제분야의 정책수단과 충돌하지 않고, 조화를 이룰 수 있도록 정합성을 높이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서로 다른 정부 부처에서 개별적으로 추진하는 정책과 유기적으로 연동될 수 있도록 조정하고, 조율해야 한다.

새로운 정책의 도입은 언제나 논란의 대상이 된다. 그것이 기존의 자원 배분의 양태에 영향을 미친다면 더욱 그렇다. 협력이익공유제는 정체되고, 한계에 봉착한 한국 경제에 혁신과 상생의 길을 여는 새로운 시도가 될 것이다. 직접적인 정책대상이 되는 기업들은 어색하고, 불편한 장치가 될 수 있지만, 또 다른 성장의 기회로 삼는 지혜가 필요하다. 세계적 기업들의 경영 전략을 깊게 고민해야 한다. 협력이 곧 이익이 되는 시대가 오고 있는지도 모른다.
 
#협력이익공유제 #혁신성장 #협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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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장으로 일했습니다. 정부와 사회 이슈, 사람의 먹고 사는 문제에 관심 많은 시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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