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보도 개입' 이정현 유죄 "명백한 방송법 위반"

법원,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선고...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

등록 2018.12.14 15:10수정 2018.12.14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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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도훈 기자 =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된 무소속 이정현 의원이 1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2018.12.14 ⓒ 연합뉴스


박근혜 정부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 시절 KBS의 세월호 참사 관련 보도에 개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정현 의원(무소속)이 의원직 상실 위기에 처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오연수 판사는 14일 이 의원의 방송법 위반 혐의 사건 1심 선고 공판에서 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국회의원은 형사사건에서 금고 이상형이 확정되면 의원직을 잃게 되기 때문에, 이 판결 확정시 이정현 의원도 의원직을 상실한다.

오 판사는 이날 선고에서 "언론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전제이며 언론 중에서도 방송이 국민의 여론 형성에 미치는 영향은 절대적"이라며 "국가권력을 비롯한 특정 권력이 자신들의 주장과 경향성을 대중에게 전달하고 여론화하는 일이 빈번하게 발생한다면 국민 의사가 왜곡되고 우리사회의 갈등이 더 커져 중대한 위해가 발생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

이어 "그래서 방송법에 누구든지 방송편성에 관해 법률에 의하지 않으면 개입할 수 없다고 신설되었고 이를 어기면 형사처벌까지 하도록 했다"라며 "그러나 이 사건 조항위반을 이유로 처벌된 경우는 전무한데, 이것은 아무도 이 사건 조항을 위반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국가권력이 쉽게 언제든지 접촉해 원하는 바를 이룸으로써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쳤는데도 관행으로 치부하거나 왜곡된 인식이 만연해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라고 설명했다.

오 판사는 또 "(이 의원 역시) 방송편성권자와 쉽게 접촉할 수 있고 접촉을 통해 방송내용을 바꿀 수 있다는 안이하고 위험한 인식을 갖고 있음을 드러냈다"라며 "이 사건은 대통령 홍보수석이 공영방송에 재촉에 방송편성에 영향을 미치려고 한 것으로서, 대국민 홍보활동이라는 (홍보수석의) 업무에 비춰보더라도 직접적인 간섭에 해당한다. 따라서 피고인의 행위는 명백히 방송법 위반의 범죄에 해당한다"라고 판시했다.

오 판사는 해당 법조항이 '지난 31년 동안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고 의미도 불분명한 조항을 적용하는 것은 대한민국 사법제도가 후진적이라는 것을 입증하는 것'이라는 이 의원 측 주장도 정면으로 반박했다. 오 판사는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런 잘못된 것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이 사회 시스템의 낙후성을 나타내는 것"이라며 "매우 정치적이고 위험한 주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아직 한 번도 적용된 적이 없는 이 사건 방송법 위반 처벌은 역사적 의미가 있다"라며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행사되어온 정치권력의 언론 개입이 더 이상 허용돼서는 안 된다는 선언"이라고 강조했다.


오 판사는 또 "피고인(이 의원)은 아직도 자신의 행위가 왜 잘못됐는지 알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라며 "고위직에 있었고 현직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정치적 불이익을 주기 위한 것이 아닌가 생각하면서, 이 사건 범행 자체가 민주주의를 흔들 수 있는 위험한 행위라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징역형을 선고한 이유를 설명했다.

다만 오 판사는 "방송법 조항을 사문화 시켜서는 안 되지만, 그 첫 적용 대상인 피고인에게 실형을 부과하기 어려운 점도 있다"라며 "관행적 행위가 존재함으로 피고인이 막연히 정상적인 공보활동이라고 생각하거나 자신의 행위의 가벌성에 대해 뚜렷하게 인식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라며 집행유예의 이유를 덧붙였다.

방송의 자유와 독립 보장을 위해 제정된 방송법 제4조와 제105조는 방송 편성의 자유와 독립을 침해한 경우 2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 의원은 2014년 4월 세월호 참사 직후 KBS가 해경 등 정부 대처와 구조 활동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뉴스를 다루자 김시곤 당시 KBS 보도국장에게 전화를 걸어 "뉴스 편집에서 빼달라" 등을 요청하며 편집에 개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이정현 #세월호 #KBS #보도개입 #방송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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