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엽을 농사에 활용하면 생기는 이득

[짱짱의 농사일기 33] 은행잎과 솔잎에 대한 오해

등록 2018.12.17 16:32수정 2018.12.17 16: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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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벼운 낙엽도 모으면 무겁지만 티끌만한 흙으로 돌아간다 ⓒ 오창균

 
시설재배(난방 비닐하우스)를 하지 않는 농장의 겨울풍경은 적막하다. 얼었던 흙이 풀리는 24절기의 시작인 입춘(立春) 무렵까지 두 달 남짓 쉬는 시간이다. 농사를 짓는 동안에는 주 5일을 일하고 쉬거나, 휴가를 간다는 것은 생각할 수가 없다.


바쁜 농사철에는 쉼 없이 몸을 쓰는 노동을 하지만, 흙 냄새를 맡으며 바람에 땀을 날릴 때는 나에게서 사람 냄새를 느낀다. 또한, 다양한 생명체에게서 느끼는 생태감수성을 마음껏 누리는 놀이라는 생각을 할 때도 있다. 이러한 삶의 가치관을 갖지 않으면 농사는 매우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겨울 동안의 긴 휴식 시간이 아니더라도 바쁜 농사철에 어쩔 수 없이 쉬는 날이 있다. 비가 오는 날이 그렇고, 흙이 젖어 있으면 밭에 들어가지 않거나 흙을 갈지 않는다. 흙속에 수분이 많으면 위에서 누르는 압력으로 흙 입자가 뭉치고 돌처럼 딱딱하게 굳어버린다.

소위 '떡'이 된다는 표현을 하는데, 굳어버린 흙은 겨울을 지나면서 압축과 팽창의 얼었다 풀렸다를 반복하면서 원래 상태로 돌아온다. 농부와 함께 생명을 키워낸 흙에게도 겨울은 휴식의 시간이다.

겨울이 쉬는 시간이라고 해도, 농사일을 만들려고 하면 얼마든지 일거리를 찾아낼 수는 있다. 가끔씩 농장에 가면 운동삼아 몸을 움직이려고 남겨 두는 일이 있다. 그 일의 대부분은 나무에서 떨어진 낙엽을 밭으로 실어다가 이불처럼 덮어주는 일이다.

흙을 두툼하게 덮었던 낙엽은 날씨가 풀리면서 점차 분해되고 거름이 되어 흙속으로 돌아가는데 일년이 걸리지 않는다. 밭갈이를 하면서 낙엽을 흙속에 퇴비처럼 넣는 것은 흙을 부드럽게 해주고 지력(地力)을 높이기 위한 것이다. 낙엽을 농사에 활용하면 유익한 것들은 열손가락을 꼽을 만큼 많다.
  

낙엽을 밭으로 옮겨놓으면 농사에 유익한 흙이 된다 ⓒ 오창균

 
은행잎과 솔잎에 대한 오해


수레에 담은 낙엽을 실어다가 흙을 덮어주는 일은 단순하고 반복적이지만, 이마에 땀이 맺히고 호흡이 거칠어지는 고된 일이기도 하다. 낙엽 덮는 것을 따라하던 인근의 농부는 힘들어서 못하겠다고 숨을 헐떡거린다.

그럴 때마다, 겨울은 길고 봄이 올 때까지 운동 삼아 조금씩 하라고 말한다. 농사는 체력과 정신력이 감당할 수 있는 정도로 몸을 쓸 줄 알아야 나중에라도 골병이 들지 않는다는 생각이다.

휴식을 하는 겨울에 조금씩 몸 쓰는 일을 하는 것은 근육이 굳지 않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흙이 딱딱하게 뭉치는 것처럼, 농부의 몸도 굳어버리면 그것만큼 낭패가 아닐 수 없다. 작년 겨울은 매우 춥고 길었던 만큼, 움직이지 않았더니 몸무게가 5kg 늘어나고 몸이 굳어서 농사 시작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흙에 낙엽을 넣는 것을 두고 농사에 도움이 되느냐는 물음은 여전히 많다. 또한, 은행잎은 벌레도 안 먹고 솔잎(소나무) 아래는 풀도 없을 만큼 독(毒)해서 농사에 도움이 안 된다는 이야기는 그럴 듯하다. 은행잎을 벌레가 안 먹는 것은 특유와 냄새(피톤치드)가 식욕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다.

소나무는 산성(Ph7 아래의 수소이온)이 높은 흙에서 서식하기 때문에 풀이 잘 자랄수 있는 토양 조건은 아니다. 제 역할을 다하고 떨어진 낙엽은 낙엽일 뿐, 우려할 만한 문제는 없으며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 자연의 순리다.
  

낙엽이 분해되면서 흙은 부드러워지고 양분이 된다 ⓒ 오창균

 
흙을 만드는 유기물과 미생물

낙엽은 잘 썩지 않아서 거름이 되겠느냐는 이야기도 듣는다. 낙엽은 풀과 달라서 분해되는데 시간이 걸린다. 나무는 리그닌이라는 물질로 딱딱하게 줄기를 만들며 제 몸의 균형을 잡고 높이 자란다. 딱딱한 나무의 리그닌은 미생물이 분해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얇은 낙엽도 환경조건에 따라서 분해되는 시간의 차이는 있다.

낙엽이 흙에 닿으면 토양미생물에 의해 리그닌이 분해되는 퇴비(compost)화 과정속에서 점차 형체가 바뀐다. 최종적으로 분해되고 보이지 않는 부식(humus)이 되어 흙으로 돌아간다.

낙엽은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대부분 이산화탄소의 기체로 대기중으로 사라지고, 일부는 흙속에 남는다. 낙엽뿐만 아니라, 생명이 끝난 모든 유기물은 미생물이 분해하면서 내놓는 유기산 물질에 의해 흙속의 광물도 분해되어 양분으로 순환하면서 지력을 유지한다.

토양미생물은 유기물과 광물을 분해하여 흙을 만들어서 생명체에게 양분으로 되돌리는 지속가능한 순환을 하고 있는 것이다. 만약에 순환이 어떤 이유로 안 된다면 토양 생태계가 파괴되는 환경 문제와 먹을거리의 불안은 발생할 수밖에 없다. 그 어떤 이유는 자연에서 만들어지지 않은 화학 물질이라고 할 수 있다.
#낙엽 #은행잎 #미생물 #유기물 #부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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