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흙 파 먹고 살아야 한다

[서평] 흙과 생물의 5억년 투쟁기 '흙의 시간'

등록 2018.12.21 09:51수정 2018.12.21 0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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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나이는 46억살, 지금으로부터 5억년 전에 최초의 흙이 생겨났고 인류의 농경생활은 1만년 전으로 과학은 추측한다. 숫자만으로도 상상이 안 되는 이러한 일들은 흙속의 화석에서 밝혀진 사실들이다. 최초의 도시국가 인류문명이 생겨나고 멸망한 원인도 흙에 있었고, 현재의 물질에 의존한 문명도 흙속에서 나왔지만 판도라의 상자와 같은 우려는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4대 문명 중에서 메소포타미아문명은 흙을 보존하지 못해서 멸망한 도시 국가로 기록된다. 유프라테스강과 티그리스강의 삼각주의 비옥한 흙에서 발생한 농경문명은 인구 증가를 불러왔고, 더 많은 식량을 생산하는 농경지를 확대하려고 관개수로를 만들었다. 국가적 위상과 지배자의 욕망은 건축물을 쌓기 위한 벽돌을 굽기 위해 흙을 파헤치고 숲의 나무를 베어냈다.


자연을 파괴한 결과는 흙의 침식과 농경지로 유입되는 강물의 수로를 막은 흙이 강을 메울 정도였다. 도시국가로의 번성은 흙의 사막화로 농업이 파괴되면서 멸망한 역사의 기록을 흙속에 남겨두고 사라졌다.

흙의 생성부터 그 속에서 태어난 생명체들의 치열한 생존과 멸망을 기록한 책 <흙의 시간> 저자는 흙과 생물의 공생과 경쟁의 역사는 말랑말랑한 것이 아닌 투쟁과 멸종의 반복이라고 한다. 인간은 생존을 위해 어떻게 흙을 경작했는지, 석탄 채굴로 시작된 흙의 착취가 오늘날 인류를 위협하는 기후변화로 어떻게 이어졌는지 흙의 시간으로 알려준다.
  

흙의 시간 ⓒ 눌와

 
화학비료와 녹색혁명

인류의 1만년 농경문화를 바꿔놓은 것은 20세기에 독일의 화학자 하버와 보쉬가 공기중의 질소를 고정시켜 만든 화학비료의 발견이었다. 그 이전까지는 천둥번개와 미생물에 의한 질소고정이나 사람과 가축의 분뇨를 거름으로 이용하는 자연순환농업이었다. 수억년 전 바닷새의 똥에 질소와 인이 축적되어 화석이 된 구아노를 차지하기 위한 강대국들의 다툼도 치열했다.

석탄채굴은 화학산업을 부흥시켰다. 석탄을 태우고 석유에서 나일론을 만들고 남은 부산물은 화학비료를 만드는데 사용하였다. '녹색혁명'으로 포장된 식량증산은 인구증가로 인한 문제를 불러왔고, 현재의 대량 생산된 농산물은 자본주의 강대국의 무역상품이 되었다. 이것은 국가간의 분쟁과 생존을 위협하는 식량의 무기화를 불러왔고, 토양과 수질 대기환경을 오염시키는 원인이 되기도 했다.
 
"화전이나 분뇨, 마을 산 자원은 자연의 물질 순환을 이용한 것이다. 반면, 질소 비료를 제조하려면 석탄이나 석유 등의 에너지가 대량으로 들어간다. 에너지는 공짜가 아니다. 질소 비료를 농지에 뿌리려면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그 돈을 손에 넣으려면 도시에서 소비되는 상품 작물(자급이 목적이 아닌 농작물)을 재배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의 원리다" - 본문 중에서

저자는 흙 연구를 위해 동남아시아를 오랫동안 다녔다. 화전과 자연물질의 순환으로 농사를 짓던 마을에 지금은 다국적기업의 커피나무가 심어지고, 상품화 된 농작물을 도시로 실어 나르는 트럭이 다닌다. 화학비료와 농약의 폐해가 알려지면서 화학산업은 저개발국가로 진출했고, 오랫동안 지속해온 전통농업방식을 한 순간에 바꿔놓았다.
 
"여기서 주의해야 할 것은, 토양 열화의 '범인'이 겉으로 보기에는 현지의 농민일지도 모르지만 그 방아쇠를 당긴 것은 우리가 참여하고 있는 정치나 경제, 역사라는 점이다. 만일 당장 우리 눈앞의 환경 문제가 사라진 것처럼 보인다고 하더라도 실제로는 다른 장소로 농업의 현장이나 환경 문제가 이동한 것뿐일 수도 있다." - 본문중에서

태양에너지와 흙(미생물)의 활동에 기반은 둔 농업은 1만년의 시간을 지속해왔다. 그러나 흙속의 석탄, 석유를 채굴하면서 1백년 만에 기후온난화로 인한 환경문제와 농업의 위기는 인류 앞에 닥친 현실이 되었다.

자본의 욕망은 멈추지 않고 흙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로운 농업기술을 만들어냈다. 스마트팜(Smart Farm)이라는 식물공장에서 흙 없는 농사의 대량생산으로 돈을 벌 수 있다며 선전하고 있다. 화학비료와 농약으로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다던 그 때와 다르지 않다. 책을 읽은 후, 오랫동안 삶의 체험으로 깨달은 인디언의 격언이 떠올랐다.
 
"마지막 나무가 잘려나가고, 마지막 강이 오염되고, 마지막 물고기가 죽으면 우리는 돈을 먹고 살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 아메리카 원주민 크리부족의 추장
덧붙이는 글 흙의 시간 /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염혜은 옮김 / 눌와 / 1만3천원

흙의 시간 - 흙과 생물의 5억 년 투쟁기

후지이 가즈미치 지음, 염혜은 옮김,
눌와, 2017


#흙의 시간 #스마트팜 #기후온난화 #녹색혁명 #농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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