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꼬막, 기 막히는 레시피를 공개합니다

꼬막 삶는 법, 제대로 알려드립니다... 50년 꼬막 전문가도 울고 간 비법

등록 2018.12.23 14:18수정 2018.12.23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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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학용


겨울철 남도 최고 별미인 꼬막의 계절이다. 꼬막은 이맘때부터 봄까지가 제철인데, 특히 요즘 나오는 꼬막은 제철 음식 중에서도 최고로 손꼽힌다. 비록 특별한 먹거리는 아니지만 바닷내음 물씬 풍기는 탱탱한 육질과 쫄깃쫄깃한 식감은 그 무엇도 따를 수 없다. 그렇다고 전문점에 가서 삶은 꼬막, 꼬막무침, 꼬막 비빔밥을 즐긴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자, 여기 단돈 만 원으로 남도의 꼬막전문가에게서 맛봤던 그 맛있던 꼬막을 즐길 수 있는 비법을 전격 공개한다. 몇 년간 수십 번씩 시행착오를 거듭하며 몸소 체득한 '눈물겨운' 비법이다. 50년 이상 꼬막을 삶으셨던 여수 출신 어머님도 '엄지 척'으로 칭찬하던 실력임을 밝힌다.
   
실은 꼬막 구매부터 요리 완성까지 1시간이면 충분하다. 시작이 절반이라는 옛말은 괜한 말이 아니다. 비싼 참꼬막이 아닐지라도 일단 살아있는 싱싱한 국산 꼬막을 준비할 수 있다면 이미 절반은 성공한 셈. 요즘 시골 재래시장 기준으로 1kg에 5000~6000원 이면 살 수 있다. 대형마트에서 사도 된다.
 

ⓒ 김학용

 
우선, 꼬막을 씻는다. 특별한 방법은 없다. 박박 문질러 깨끗한 물에 씻으면 된다. 솔로 문지를 필요까지도 없다. 그런데 진짜 중요한 건 지금부터다. 씻은 후 바로 삶는 경우가 많은데, 이럴 경우 내부의 펄이 제거 안 될 뿐만 아니라 먹을 때 흙냄새가 날 수도 있다. 이런 이유로 반드시 '해감'을 해야 한다.

깨끗하게 세척된 꼬막을 살며시 덮을 정도로만 물을 채운 후 소금을 한 줌 넣고 해감을 해야 한다. 될 수 있으면 스테인리스 용기를 사용하면 좋다. 스테인리스의 금속 성분과 소금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의 산화 반응은 꼬막이 이물질을 빨리 토해내도록 유도하는 역할을 한다. 여기에 잡냄새를 잡는 식초를 한 숟가락 정도를 넣은 뒤, 검은 비닐봉지로 덮어놓으면 끝. 이렇게 30분 정도 지나면 입을 벌리고 펄을 토해놓은 깨끗한 꼬막들을 만날 수 있다.

이제 해감된 꼬막을 삶아야 한다. 여기에도 포인트가 있다. 끓는 물에 꼬막을 그냥 투하하면 너무 익어버려 그저 그런 삶은 조개와 다를 바 없다. 꼬막의 입이 모두 벌어져 결코 탱탱하고 쫄깃한 맛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과정에는 약간의 인내심이 요구된다. 꼬막과 물을 넣은 냄비에서 '뽀글뽀글 기포가 생기기 시작할 때'가 가장 중요한 포인트다. 이때 온도가 대략 70℃ 내외인데, 이때 방치하면 꼬막의 입이 순식간에 턱턱 벌어져 실패한다. 더는 온도가 오르지 않도록 긴 숟가락이나 국자를 이용해서 한 방향으로 계속 저어야 한다.

대략 10분 정도를 쉬지 않고 저어야 한다. 마침내 한두 개씩 입이 벌어지기 시작하는데 이때가 모두 익은 것이다. 이 순간에 더 이상 열이 전달돼 벌어지지 않도록 물을 한꺼번에 버려야 한다. 이렇게 조리할 경우 꼬막의 살이 껍질 양쪽에 모두 달라붙지 않고 한쪽에만 달라붙는다. 그래서 껍질을 벌리면 한쪽 껍질만 일정하게 떨어져 탱탱한 비주얼과 맛을 유지하는 것이다.
 

ⓒ 김학용

 
마지막 포인트가 하나 남았다. 바로 양념장이다. 꼬막살만 발라서 그냥 먹거나 김 가루와 섞어 비빔밥으로 먹어도 되지만, 꼬막의 진리는 바로 무침이다. 양념장 재료는 간장, 참기름, 매실액, 물엿, 통깨, 고춧가루 등을 취향대로 넣으면 되지만 이것만은 빠트려서는 안 된다. 바로 '찹쌀가루'다.


꼬막살과 양념을 일심동체로 딱 붙게 하는 비결은 바로 찹쌀가루다. 양념장에 찹쌀가루를 조금 넣고 전자레인지에서 20초 정도 돌린 후 꼬막에 바르면 그야말로 환상적 콜라보레이션을 자랑한다.

자, 오늘 저녁에는 남도의 향이 가득한 꼬막정식으로 가족끼리 오손도손 행복한 식탁을 꾸미고 싶지 않은가? 그렇다면 이제 수산시장이나 마트로 달려가시라. 아무리 먹어도 물리지 않는 값싼 제철 꼬막이 우리를 기다린다는 사실은 어쩌면 축복일지도 모르겠다.
 

ⓒ 김학용

 
#모이 #꼬막 #벌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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