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산시어린이청소년도서관' 건립 예산, 왜 사라졌나?

설계공모 도서관 예산 없애고 예정 없던 새 도서관에 시비 편성

등록 2018.12.27 11:56수정 2018.12.27 12:01
3
원고료로 응원

아산어린이청소년도서관은 아산청소년교육문화센터 안에 건립 예정이라 부지 매입이 필요하지 않다. 이미 전체 공정기간 절반을 넘긴 상태이며 국비와 외부지원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아산시는 2019년 도서관 건립예산을 전혀 배정하지 않았다. ⓒ 아산시

아산시가 지난해부터 추진한 '아산시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하 청소년도서관)' 건립을 돌연 중단하고는 예정에 없던 음봉도서관 추진사업에 전액 시비를 책정해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13일 아산시 홈페이지에 올린 '2019년도 일반 및 특별회계 세입세출예산(본예산)'을 살펴보면 2017년 3월부터 추진해온 청소년도서관 건립 관련 예산은 항목조차 없다. 그런데 전혀 계획에 없던 음봉동암지구 도서관 조성 사업에는 설계공모비와 건축설계용역비 용도로 4억3500만 원을 본예산에 반영했다.

국비와 외부 지원 있는데도 건립 예산 책정 안 해 

2020년 6월 개관예정인 청소년도서관은 아산시청소년교육문화센터 내 잔디광장에 연면적 1800㎡, 지하 1층~지상 2층 건물로 지을 예정이었다. 이미 문화관광체육부 공모사업으로 국비 10억 원을 확보해 놓았으며 시비 60.29억을 매칭해 사업비로 추진할 계획이었다. 올해 4월 설계 공모를 실시했으며 내년 2월이면 설계용역이 완료되는 시점이다.

특히 시민들의 관심이 컸다. 더구나 지난 11월엔 청소년도서관이 이용자 중심으로 효율적인 운영관리가 되도록 모집한 '아산시어린이청소년도서관 건립을 위한 1차 설계 서포터즈'에 학생, 시민, 관련 공무원이 참여해 시민들의 관심을 독려한 상태다.

또한 산업자원부 '건자재 BIPV(건물일체형 태양광발전) 사업'에 선정된 공주대학교가 태양광발전 벽체와 지붕을 설치할 건물을 탐색하다가 건립예정 공사시기와 연구 진행 시기가 맞는 청소년도서관을 유력하게 검토하는 중이다.

김진희 공주대 교수는 "이번에 설치할 제품은 기존과 다른 신규개발품인 컬러 PV로 LG전자와 모듈을 공동연구하고 있다. 태양광발전 벽체와 지붕에서 약 20가구가 동시에 쓸 수 있는 50kWh의 전력을 생산한다. 1kWh 생산 시설당 1000만 원의 완공비용이 드는 것을 고려하면 총 5억 원 상당이며 건물 미관을 생각한 디자인 등 연구개발비까지 포함하면 상당한 비용투자가 들어가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청소년도서관 건립이 무산되면 공주대학교 5억여 원의 무상 지원과 같은 사업비를 전혀 투자받지 못한다. 뿐만 아니라 설계공모를 진행하며 들였던 시비 4억 원가량도 이자까지 물어야 해 예산 낭비라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설계공모를 진행했기 때문에 계획대로 추진하지 않을 경우 법적 분쟁까지 이어질 수 있어 예산을 날리더라도 별수 없이 설계용역 납품까지는 완료해야 한다.

예정 없던 새 도서관은 전액 시비로 충당 "시장님 공약사항"
 

지난 11월 아산시가 어린이청소년도서관이 이용자 중심과 효율적인 운영관리가 되도록 지역 학생, 시민, 관련 공무원으로 구성한 설계서포터즈. ⓒ 아산시

모든 외부 지원을 마다하고 사업 추진내용이 원점으로 돌아갈 위기에 처하자 시민들은 매우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서포터즈로 활동하는 시민 A씨는 "문제없이 청소년도서관이 건립될 거라고 믿었는데 내년 예산이 전혀 반영되지 않았다는 사실이 거짓말 같다. 예정에 없던 음봉도서관은 전액 시비로 뚝딱 만들려고 하면서 이미 설계공모까지 진행한 청소년도서관은 외부지원도 마다하고 왜 짓지 않겠다는 건지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다른 서포터즈 시민 B씨는 "청소년도서관 건립을 철회했다는 소문이 돌아 나름 알아봤더니 국비를 따온 국회의원 측에서는 차질 없이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더라. 현 시장이 기존 진행사업을 무시해 시민 세금을 낭비하면서 오히려 자기 공약이라고 음봉면에 새 도서관을 짓는다면 어린이와 청소년을 위한 시설을 정치적으로 이용한다는 느낌이다. 공정기간을 절반이나 진행한 시점에서 건립계획을 중단하는 건 매우 무책임한 처사다. 불쾌하고 배신감을 느낀다"며 강하게 질타했다.

아산시립도서관 담당자는 "청소년도서관은 기존 도서관과 매우 다르다. 단순히 책만 읽는 조용한 분위기를 강요하는 공간이 아니라 열람실 구분 없이 아무 데서나 책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다. 아이들이 관심 있는 동영상 제작 팟캐스트 등 취미, 직업과도 연계 가능한 체험 장소로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으며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참신한 설계다. 아산의 청소년들이 사춘기를 건강하게 보낼 방법을 고민해 반영한 도서관"이라고 설명했다.

아산시 신주봉 공공시설과장은 "청소년도서관은 문체부 모델링 사업으로 패시브 건축기법을 적용해 제로에너지 실천건물로 지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예산반영이 안 되면 공사발주를 하기 어렵다. 우리로서는 시의 예산집행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아산시 예산법무담당관실은 "세수가 부족해 여러 가지를 검토하면서 2019년 청소년도서관 건립에 예산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음봉면에 새 도서관을 짓는 예산을 반영한 부분에 대해서는 "시장님 공약사항"이라고 답변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천안아산신문에도 실립니다.
#아산시 #아산어린이청소년도서관
댓글3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로 응원하기

충남과 천안 아산을 중심으로 한 지역소식 교육 문화 생활 소식 등을 전합니다. 지금은 출판 분야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AD

AD

AD

인기기사

  1. 1 61세, 평생 일만 한 그가 퇴직 후 곧바로 가입한 곳
  2. 2 천연영양제 벌꿀, 이렇게 먹으면 아무 소용 없어요
  3. 3 버스 앞자리 할머니가 뒤돌아 나에게 건넨 말
  4. 4 "김건희 여사 라인, '박영선·양정철' 검토"...특정 비서관은 누구?
  5. 5 죽어라 택시 운전해서 월 780만원... 엄청난 반전이 있다
연도별 콘텐츠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