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부부에게 희망 안되는 신혼희망타운

[取중眞담]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비슷한 수준, 입주자 대출금 부담도 높아

등록 2018.12.27 15:12수정 2018.12.2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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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取중眞담]은 <오마이뉴스> 상근기자들이 취재과정에서 겪은 후일담이나 비화, 에피소드 등을 자유롭게 쓰는 코너입니다.[편집자말]
 

11월 21일 경기도 하남시 위례지구 A3-3b 블록에서 열린 '신혼부부와 아이들이 행복한 신혼희망타운 기공식 및 업무협약식'에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이숙진 여성가족부 차관, 김상희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 박상우 한국토지주택공사 사장을 비롯한 참석자들이 신혼부부 및 어린이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신혼희망타운인 위례 신혼희망타운이 27일부터 청약을 받습니다. 그런데 아파트 분양가를 두고 이야기가 많습니다. 공공이 분양하는 아파트인데도 민간 아파트 분양가와 별 차이 없다는 지적입니다.

위례 신혼희망타운(A3-3b)의 분양가는 전용면적 46㎡형의 경우 평균 3억 7100만 원, 55㎡형은 4억 4200만 원입니다. 3.3㎡(평)당 평균 분양가는 1790만 원입니다.

이는 위례신도시에 분양하는 민간아파트와 비슷합니다. GS건설이 지난 26일부터 분양을 시작한 위례포레자이(A3-1BL)의 경우, 3.3㎡당 평균 분양가는 1820만 원입니다.

위례 신혼희망타운, GS건설 위례포레자이와 분양가 비슷

가격 차이가 별로 없다보니 신혼희망타운보다는 오히려 대형 건설사의 브랜드 프리미엄을 누릴 수 있는 위례포레자이를 선택하는 게 더 낫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신혼희망타운은 정부가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정책적으로 공급하는 공공 아파트입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만 총 10만 호의 신혼희망타운을 공급하기로 했는데 규모로만 봐도 정부의 대표적인 주거 정책이라 평가할 만합니다.

그런데 지금 수준의 분양가로는 신혼부부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긴 어렵습니다. 평균 수준의 신혼부부도 감내하기 어려운 분양가입니다. 꼼꼼히 살펴보겠습니다.


신혼희망타운 입주 대상자들은 도시근로자 월 평균 소득의 120% 이하이면서, 보유한 재산이 2억 5060만 원을 넘지 않는 신혼부부들입니다. 위례신도시 희망타운 총 분양가가 3억 5000만~4억 5000만 원 수준이니, 입주자들은 최소 1억 이상은 대출을 받아야 합니다.

자산 1억 2500만 원을 갖고 연 소득 4000만 원을 버는 평균 수준의 신혼부부가 55㎡형 위례 신혼희망타운(4억 5000만 원)에 입주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죠.

평균 수준의 신혼부부 기준은 지난 2015년 서울연구원 조사(자산 1억~1억 5000만 원이 전체의 41.9%, 연소득 3000만~5000만 원이 전체의 31.2%)를 토대로 했습니다.

이들은 일단 전 재산(1억 2500만 원)을 모두 분양금으로 납부하고, 3억 2500만 원을 대출받아야 합니다.

신혼희망타운 장기대출상품(금리 1.3%)을 지원받아 20년간 나눠 갚는다고 하면, 매달 150만 원을 부담해야 합니다. 연 소득 4000만 원, 매달 들어오는 월급 294만 원 중 51%가 대출금으로 빠져나가는 셈입니다.

평균 수준의 신혼부부도 주거비 부담 50% 이상

일반적으로 월 소득에서 주거비 비중이 30%가 넘으면, 주거비 부담이 크다고 하는데, 이 비중이 50%라면, 청년 주거 빈곤층과 비슷한 수준입니다.

평균보다 낮은 수준의 소득을 버는 신혼부부의 경우, 그 부담은 더 커집니다. 신혼부부의 낮은 주거 부담이라는 '희망'을 이뤄주는 아파트는 아닌 셈입니다.

분양가를 지금보다 더 낮추면 입주자들이 나중에 과도한 시세 차익을 누릴 거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로또 아파트 논란이죠.

그 부분은 아파트 환매조건부(아파트 매매시 정부가 일정 가격에 우선 매입)나 차액 환수 등 아파트 분양 계약시 정부가 여러 조건을 붙여 환수할 장치를 만들면 됩니다.

"지금의 신혼희망타운, 신혼부부 주거안정 도움 안돼"

'로또' 아파트가 무서워, 분양가를 더 낮추지 않았다는 것은 변명거리가 될 수 없습니다. 분양가 논란은 위례 신혼희망타운에서만 나오는 얘기가 아닙니다. 

이달 공급하는 평택 신혼희망타운의 경우, 분양가가 오히려 시세보다 더 높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이대로라면 신혼희망타운보다는 민간 분양가상한제 아파트 공급을 늘리는 게 더 나을 수도 있습니다.

최승섭 경실련 부장은 "지금 나온 신혼희망타운은 그냥 신혼부부 당첨확률이 높은 분양가상한제 아파트"라면서 "신혼부부의 소득 수준을 판단해서 저렴하게 내놓는 아파트가 아니기 때문에, 신혼부부 주거안정에는 큰 의미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신혼희망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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