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버뮤다 삼각지' 태안 앞바다, 이번엔 묵서명 도자기

동북아 해상교역 중간 기착지 입증… 송원대 묵서명 도자기 등 113점 유물 발굴

등록 2018.12.27 15:36수정 2018.12.27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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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원대 묵서명 도자기 깨진 형태로 발굴돼 아쉬움이 남지만 도자기 바닥에 묵으로 쓴 묵서명(墨書銘) 도자기에는 여송무역에 참가했던 상단의 표시가 남아 있어 한?중 교류관계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인다.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바닷속 경주'로 일컬어지는 충남 태안군의 마도 앞바다에서 송‧원나라 당시 묵서명이 새겨진 도자기가 무더기로 발굴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특히, 도자기 바닥에 묵으로 쓴 묵서명(墨書銘) 도자기에는 여송무역에 참가했던 상단의 표시가 남아 있어 한‧중 교류관계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가 될 것으로 보여 사료가치도 높게 평가되고 있다.


송원대 묵서명 도자기가 출수된 태안 마도 앞바다는 '한국의 버뮤다 삼각지'로 불릴 만큼 연중 짙은 안개에 물길이 세고, 암초가 산재한 위험한 바다다. 지난 2007년 이곳에서 2만5천여 점의 청자를 실은 고려시대 배인 '태안선'이 발견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끈 바 있다.
 

마도해역 출수 청자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마도해역에서 출수된 수중문화재에는 송원대 묵서명 도자기를 비롯해 고려청자, 닻돌, 선상생활용품 등 113점의 유물이 발굴됐다.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충남 태안군 근흥면 마도해역에서 출수된 수중문화재 조사에서 송원대 묵서명 도자기, 고려청자, 닻돌, 선상생활용품 등 113점의 유물을 발굴했다고 밝혔다.

태안군 마도 앞바다는 고려시대 국제항구였던 예성강 하구의 벽란도와 조선시대 한양으로 가기 위한 중간기착지로서, 고려시대 선박인 마도1호선 등 침몰선 4척이 발견돼 수중발굴조사가 진행됐던 지역이다.

올해 마도해역에서 발굴된 유물들 중 눈에 띄는 유물은 중국 푸젠성(福建省)에서 제작된 송원대 도자기와 북송(北宋)대 동전인 원풍통보(元豐通寶) 등이다.

특히, 7점의 송원대 도자기 밑면에는 여송무역에 참가했던 상단의 표시인 '○綱'이 묵서로 남아 있어 중세 한·중 교류관계 연구에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하고 있다.

도자기 밑면에 새겨진 글자 '강(綱)'은 상업적 거래를 하는 회사 또는 단체를 의미한다.


고려·조선 시대 주요 유물로는 고려청자 51점, 분청사기 4점 등이 발굴됐다. 일부는 침몰 선체의 저판재 주변에서 다량의 석탄도 함께 발견됐다. 또한 선박의 정박용 도구인 닻돌 15점이 출수돼 이곳 마도 앞바다가 시대별로 수도로 가는 항해선박의 중간 기착지이자 침몰이 빈번했던 해역임을 알 수 있다고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측은 밝혔다.
 

도기소병(陶器小甁, 입술 접시모양인 작은 크기의 병) 발굴 당시 수중 모습.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 발굴에서는 또한 선원들이 사용했던 선상 생활용품도 나왔다.

항해 도중 선원들이 사용했던 선상 생활용품으로는 벼루, 숫돌, 청동숟가락, 청동받침, 동곳(상투가 풀어지지 않게 꽂는 물건) 등이다. 이는 당시의 생활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다. 특히 항해생활에서 가장 중요시 했던 식수, 식재료 등을 담았을 것으로 보이는 생활 도기들도 깨진 채로 다량 출수돼 도기연구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관계자는 "수중문화재의 보고이며 국제적 해상로의 중간기착지로 드러나고 있는 태안 마도 해역에 대한 체계적 발굴계획을 수립해 중세 해상교역로 복원 연구를 위한 수중발굴조사를 지속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예로부터 태안 앞바다는 외국의 무역선과 사신선이 머물고 가는 중간 기착지로 물길이 험하여 난행량(難行梁)이라 불리던 지역이다.

중국 송나라 사신인 서긍(徐兢)이 쓴 「고려도경(高麗圖經)」에는 사신들이 머물고 가는 객관(客館)인 안흥정(安興亭)이 태안 마도에 위치해 있다고 기록하고 있다.

고려도경의 문구를 그대로 인용하면 이렇다.

「앞으로 바위 하나가 바다로 잠겨 있어, 격렬한 파도가 회오리치고, 여울이 세차게 들이치니, 매우 기괴한 모습을 뭐라 표현할 수 없다. 그러므로 그 아래를 지나가는 배들이 감히 가까이 접근하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암초에 부딪칠까 염려하는 것이다. (그곳에) '안흥정'이라는 객관이 있다」

또한, 정사(正史)인 「고려사(高麗史)」에 기록된 고려 내왕 송나라 상인의 수가 135건 4,976명으로 기록에 나타나지 않은 사례까지 포함하면 수많은 사신과 상인들이 마도 앞바다를 경유해 고려시대 예성강 입구의 국제항 벽란도에 출입하였음을 알 수 있다. 
 

마도 해역 수중 조사하는 잠수부 '바닷속 경주' 태안 마도해역에서는 지난 5월부터 10월까지 수중문화재 조사를 한 결과 송원대 묵서명 도자기, 고려청자, 닻돌, 선상생활용품 등 113점의 유물을 발굴했다. ⓒ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 제공

 
한편, 주꾸미가 건져올린 청자접시 하나가 '바닷속 경주' 태안은 물론 우리나라 역사를 바꾸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유물을 한데 모은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이 지난 14일 개관해 일반에 공개됐다.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은 지난 2007년의 고려시대 청자 운반선인 '태안선'이 발견되면서 건립의 단초가 됐다.

내년 후반기경 전면 개관 예정인 국립태안해양유물전시관에서는 현재 태안선과 마도 1~4호선 등 태안 앞바다에서 출토된 1100년 전의 고려시대 유물을 한눈에 볼 수 있는 '바다에서 찾은 고려의 보물들' 기획전시회가 열리고 있다. 기획전시회는 내년 4월까지 계속된다.
 
한국의 버뮤다삼각지 태안 앞바다
태안 앞바다는 과거 사신선과 무역선, 세곡선이 항해 중 머물던 곳으로 서해의 중요한 항로상에 위치했다.

하지만 연중 짙은 안개에 물길이 세고 암초가 산재한 위험한 바다였다. 그 중 태안 서쪽 끝 신진도와 마도 앞바다는 예롭터 '난행량(難行梁, 지나기 어려운 길목)'이라 불릴 만큼 사고가 잦은 곳이었다.

이를 증명하듯이 1980년대부터 어민들의 수중문화재 발견 신고가 이어졌고, 2007년 대섬 앞바다에서 2만5천 점의 청자를 실은 고려시대 배인 태안선이 발견되면서 세상의 관심을 끌었다.

우리나라 수중문화재의 1/4이 쏟아져 나온 태안선 발굴은 수중고고학이 새롭게 도약하는 발판을 마련했다. 이후 발굴된 마도 앞바다 역시 고려‧조선시대 배 4척과 유물 3천여 점이 발견된 중요한 바다다.

'바다 속 경주'라 불리는 마도 앞 바다는 아직 건져 올리지 못한 유물이 더 많아 현재도 지속적인 탐사와 발굴조사가 이루어지고 있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송고합니다.
#태안 마도 #묵서명 도자기 #벽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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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안의 지역신문인 태안신문 기자입니다. 소외된 이웃들을 위한 밝은 빛이 되고자 펜을 들었습니다. 행동하는 양심이 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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