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원도 안 쓰고 사는 남자, 내 삶을 바꾸다

[최소한의 소비 11] 궁상맞은 절약이 두려운 당신을 위한 책

등록 2019.01.06 12:36수정 2019.01.06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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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은 후, 절약을 우아하다고 여기게 되었습니다. ⓒ 최다혜


절약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저는 생선이 생각납니다. 자린고비는 귀한 굴비가 아까워 공중에 걸고 눈으로 보며 반찬 삼았다 하지요. 또 다른 전래동화에서는 부잣집 며느리가 생선 장수의 생선을 고르는 척 이리저리 만져보다가, 생선 냄새 밴 손을 씻어 그 물로 고깃국을 끓였다고 합니다. 자린고비야 제멋에 산다 해도, 부잣집 며느리가 생선 장수에게 끼친 민폐는 혀를 내두를 정도입니다.​

적당히 쓸 줄 몰라 즐길 줄 모르고, 자기 몫만 챙기는 사람. 절약가들에 대해 갖고 있는 부정적 편견입니다. 아껴 사는 사람에 대한 시선이 곱지 않으니, '요즘 허리띠 졸라매요'라는 말보다, '주말에 패밀리 레스토랑 다녀왔어요' 말 꺼내는 게 더 쉬운 건 아닐까요.

하지만 절약을 고상하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절약을 왜 하는지, 그리고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절약은 더 이상 궁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고상한 절약법은 만 원 한 장 아껴쓰다 보면 몸으로 깨닫기도 합니다. 그러나 훌륭한 책을 곁에 두면 최소한의 시행착오만 겪을 수 있겠지요. 앞서 간소한 삶을 실천한 사람들이 책을 통해 왜 단순하게 사는지, 그로 인해 무엇을 얻었는지를 말해주기 때문입니다.

좋은 책은 많지만, 제가 읽어 본 책 중 2권을 꼽아보았습니다. 고된 노동에서 벗어나 원시적 즐거움을 추구하기 위해 자급자족했던 헨리 데이비드 소로의 <월든>. 지나친 석유 사용으로 다가올 기후변화와 경제위기를 경고하며 이동식 주택에서 돈 한 푼 안 쓰는 1년을 살아낸 마크 보일의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이 두 책을 읽고 나면, 생선 만진 손으로 고깃국 끓이는 절약이 아닌, 즐겁고 명랑한 절약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습니다. 2019년, 당신을 절약으로 이끌어 줄 2권의 책을 소개합니다.

사치품보다 원시적 즐거움을...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월든> 책 표지 ⓒ 은행나무

 
소로가 살던 19세기 미국은 21세기 대한민국과 다를 바 없었습니다. 집값은 반평생을 일해야 겨우 한 채 마련할 수 있을 정도로 비쌌습니다. 그러나 임금은 턱없이 부족하고, 노동강도는 가혹했습니다. 그 와중에 편리한 사치품은 속속 생겨나 고급 양탄자와 호화 가구, 커피와 버터, 고딕 양식의 주택은 필수품처럼 여겨졌습니다. 사람들은 필수품이 되어버린 사치품을 소유하기 위해 일했습니다.
 
내가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것은 얽매임이 없는 자유이고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않더라도 나는 행복하게 살아나갈 수 있으므로 값비싼 양탄자나 다른 호화 가구들, 맛있는 요리 또는 그리스식이나 고딕 양식의 주택 등을 살 돈을 마련하는 데에 내 시간을 허비하고 싶지 않았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소로는 호화 가구를 얻기 위한 지나친 노동에 문제의식을 느낍니다. 그리고 실험을 시작합니다. 아버지는 연필 공장 경영자고, 본인은 하버드 대학을 졸업한 수재입니다. 금수저 똑똑이는 월든 호숫가에 직접 오두막을 짓습니다. 6개월에 걸쳐 지은 후, 소로는 건축에 들어간 비용을 계산해 보았습니다. 겨우 하버드 대학교 기숙사 1년 묵는 비용 정도로 평생 머물 수 있는 보금자리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목수에게 집짓기를 맡기려면 반평생 동안 적은 임금을 받으며 고된 노동을 해야 합니다. 그러나 그는 스스로 집을 지음으로써 반평생의 경제적 자유를 얻었습니다.
 
집을 마련하고 나서 농부는 그 집 때문에 더 부자가 된 것이 아니라 실은 더 가난하게 되었는지 모르며, 그가 집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집이 그를 소유하게 되었는지 모른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월든>​

​소로는 실험을 이어갑니다. 집을 지었던 6개월을 포함해 소로는 2년 동안 월든 호숫가에 직접 지은 10평 남짓의 작은 집에서 자급자족하였습니다. <월든>은 2년 중 첫 1년의 기록입니다. 농사와 낚시로 먹거리를 자급하며, 현금이 필요할 땐 마을로 내려가 일을 하고 임금을 받습니다. 효모와 버터를 뺀 빵을 맛있게 먹고, 재단사가 혀를 차는 스타일의 옷이지만 취향껏 입습니다.

2년의 실험 동안 소로가 얻은 것은 강도 높은 노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였습니다. 그는 책을 읽고 싶을 때 책상에 앉을 수 있었고, 글을 쓰고 싶을 때 펜을 들었습니다. 호숫가 주변의 동식물을 관찰하며 그림도 그렸습니다. 사치품을 내려놓음으로써 비로소 원시적 즐거움을 풍성히 누리게 된 것입니다.
생활필수품을 마련한 다음에는 여분의 것을 더 장만하기보다는 다른 할 일이 있는 것이다. 바로 먹고사는 것을 마련하는 투박한 일에서 여가를 얻어 인생의 모험을 떠나는 것이다. (중략) 우리들은 사치품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수많은 원시적인 즐거움의 면에서는 가난하기 짝이 없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 , <월든>

<월든>을 다 읽고 두 가지 생각을 했습니다. 하나는 소로처럼은 완전한 자급자족하며 못 살겠다는 것, 다른 하나는 그래도 비슷하게는 살고 싶다는 것입니다. 더 잘 살고 싶다는 욕망에 책 읽을 시간도 없이 일하느니, 적당히 벌고 덜 쓰며 살고 싶어졌습니다.

책을 몰랐을 때, 절약 때문에 지쳐갔습니다. 외식 줄여가며 어렵게 아껴야 하는건가 회의감이 들 때면 "지금 조금 참고 종잣돈 많이 모아서, 재테크 성공해야지. 그리고 부자되면 인생 더 즐겁게 사는 거야"라는 생각으로 버텼습니다.

소로를 알게 된 후 절약의 목적이 바뀌었습니다. 이제 한 달 식비 45만 원은 미래에 백만장자가 되기 위한 과정이 아니라, 지금 우리 네 식구가 책 읽고, 산책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위함입니다.
 

절약은 책 읽고, 산책할 수 있는 경제적 여유를 위함입니다 ⓒ 최다혜

  
<월든>은 돈과 노동, 그리고 여가의 관계에 대해 일깨워 줍니다. 쉴 틈 없는 일상을 살고 있다면, 외식이나 최신형 가전제품을 내려놓으면 될 일이었습니다. 고단했던 삶을 회복시켜 주는 촉촉한 문장들로 가득한 <월든>. 절약을 하고 있는 여러분께 단비를 뿌려주리라 믿습니다.
 
왜 우리들은 이렇게 쫓기듯이 인생을 낭비해가면서 살아야 하는가?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전에 굶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 사람들은 제 때의 한 바늘이 나중에 아홉 바늘의 수고를 막아준다고 하면서, 내일의 아홉 바늘 수고를 막기 위해 오늘 천 바늘을 꿰매고 있다. -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월든>

​절약으로 지구 살리기... 마크 보일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표지 ⓒ 부글books

 
마크 보일은 냉난방이 안 되는 이동형 주택에서 1년을 살았습니다. 돈 한푼 쓰지 않기로 작정했기 때문입니다.

돈 없이 살기 위해 전기부터 종이까지 자급했습니다. 먹거리는 야생에서 채취하거나, 마트에서 폐기하는 식재료들로 요리했습니다. 충분히 먹을만 하지만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상품에 흠이 있다는 이유로 버려지는 음식들이었죠. 옷은 기존 옷을 수선하거나 친구들이 싫증나 버린 옷을 입었고, 겨울철 샤워도 태양열 온수기를 썼습니다. 당연히 자동차는 없습니다. 자전거로 수십 km를 달렸다고 합니다.

마크 보일은 21세기 영국에서 왜 이렇게 극단적으로 살았던 걸까요? 이유는 단 하나였습니다. 석유 사용을 최소화하기 위한 실험이었던 겁니다.

그는 석유를 많이 쓸수록 해롭다고 설명합니다. 첫 번째 이유는 석유를 태울수록 기후 변화를 가속하기 때문이고, 두 번째 이유는 피크 오일(peak oil)입니다. 피크 오일이란, 매장량이 한정된 석유를 두고, 세계 경제가 어려워지는 상황을 뜻합니다.
그날 밤, 나는 지구가 병들고 있음을 말해주는 이런 징후들이 예전에 생각했던 것처럼 서로 무관한 것이 아니며, 또 그 징후들을 두루 일으키는 거대한 원인이 하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 모두가 자신이 소비하는 물건으로부터 단절되어 있다는 사실이 바로 그 원인이라는 깨달음이었다. - 마크 보일,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그렇다면 석유를 최대한 안 쓰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마크 보일이 찾은 해답은 돈을 안 쓰는 일이었습니다. 돈으로 교환하는 모든 물건, 음식, 서비스에는 제조에서 유통까지 화석 연료가 필요합니다. 소비하지 않으면 물건을 만들지 않습니다. 생산과 유통 과정에서 쓰일 석유를 줄일 수 있겠지요.

그는 과잉생산, 과잉소비만 줄여도 기후변화와 경제공황을 막을 수 있음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1년 동안 돈 한푼 안 쓰는 삶에 대해 칼럼을 쓰고, 가능한 많은 취재에 응했습니다. 한국 다큐멘터리 팀을 포함해 전 세계의 취재팀이 그의 집을 드나들었습니다. 1년의 실천의 끝에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를 펴내게 되었습니다.
 
누군가가 전화를 걸어 다음 주에 한국의 TV를 위해 단편 다큐멘터리를 찍을 수 있는지 물었다. 분명히 말하지만, 한국인들은 지난 10년 동안 돈을 쫓는 성향이 더욱 강해졌다. 그들은 시청자들을 깊이 생각하게 만들 이야기 소재로 내가 아주 훌륭하다고 판단했으리라. - 마크 보일,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책을 읽으면서 책임감이 묵직하게 다가왔습니다. 돈을 지불한다고 해서, 제게 자연을 파괴할 권리는 없었습니다. 

가스비 낼 돈이 넉넉하다고, 보일러를 겨울철 적정 실내 온도 20℃ 이상으로 틀었습니다. 그만큼 화석연료를 많이 태웠습니다. 옷 살 돈이 많다고 쉽게 싫증내고 다시 저렴한 새 옷을 샀습니다. 그만큼 섬유를 만들기 위해 석유를 썼습니다. 버려진 옷을 묻은 땅도 오염되었습니다. 장난감 까짓거 몇 푼 한다고 마트에서 아이가 들고 오는 것을 사줬더니, 플라스틱을 만드느라 또 석유가 들어갔습니다. 그리고 몇 년 후 버리면, 그대로 땅과 바닷속 미세플라스틱이 될 것입니다.

​석유의 사용은 미세먼지와 기후변화로 돌아왔습니다. 시간이 좀 더 지나면, 매장량이 얼마 남지 않은 석유를 두고 세계 경제가 휘청할 것입니다. 그렇다고 현실적으로 우리가 마크 보일처럼 살 수는 없어요. 문명의 편익을 누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는걸까요?

있습니다. 마크 보일처럼 무일푼으로 사는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은 됩니다. 바로 '최소한의 소비'입니다. 아예 안 쓸 수는 없지만, 돈을 안 쓰기 위해 애쓰는 일. 자연과 후세를 위해 소비를 줄여볼까 합니다. 차선은 힘이 세요. 우리의 차선이 모여, 자연을 지킬 수 있습니다. 현관 밖 미세먼지가 집안으로 들어올까봐 공기청정기 틀어놓고 벌벌 떨지 않을 날은 우리가 노력함으로 만들 수 있어요.
 

환경보호는 사지 않는 습관에서 시작합니다 ⓒ pixabay

 
만약 내가 이 세상이 돈을 조금 덜 강조하는 곳이 되기를 원한다면, 그런 세상을 처음 여는 적절한 방법은 나 자신이 돈 없이 살려고 노력하는 것이었다. - 마크 보일,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난방온도 낮추고 옷 겹겹이 입기. 외식 말고 집밥 먹기. 되도록 유기농 식재료 쓰기. 청소기 대신 물걸레질 하기. 자연의 품에서 아이들과 놀기. 자동차 고장날 때까지 타기. 핸드폰 최대한 오래 쓰기. 갖고 싶었던 식기세척기, 건조기, 무선청소기 안 사기. 소비를 통제해 쓰레기 자체를 만들지 않기.​

덜 쓰는 삶은 개인의 경제적 여유뿐만 아니라 지구에게도 이롭습니다. 더 이상 절약은 궁상일 수 없겠지요. 지구를 위한 절약, 2019년 당신의 삶을 조금씩 따뜻하게 데워주리라 믿습니다.

일본의 서재 컨설턴트 하바 요시타카는 말합니다. "책 따위 읽지 않아도 좋습니다. 하지만 읽으면 더 좋습니다." 마찬가지로 소개해 드린 2권의 책을 읽지 않으셔도 좋습니다. 하지만 읽으면 더 좋습니다. 궁상맞은 절약이 두려운 당신을 고상한 절약의 세계로 초대해 줄 테니까요.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dahyun0421)에도 실립니다.

월든 (예스 특별판)

헨리 데이비드 소로우 지음, 강승영 옮김,
은행나무, 2011


돈 한푼 안 쓰고 1년 살기

마크 보일 지음, 정명진 옮김,
부글북스,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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