촛불정부인가? 문재인 정부가 답을 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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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전략센터(iscenter)등록 2019.01.02 13:44
2018년 7월 18일 오전, 진보 지식인으로 구성된 '지식인 선언 네트워크'는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담대한 사회경제 개혁을 촉구하는 지식인 선언'을 발표했다. "더 이상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고 하면서 "촛불항쟁 그때의 그 정신으로 돌아가라"는 애정을 담은 엄중한 경고를 한 셈이다. 지식인이 존경 받는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지식인 선언은 촛불 혁명이 요구했던 정치-경제 개혁을 이행하고 있다고 여겨졌던 문재인 정권에 대한 진보 진영의 반대의 포문을 열어젖혔다.

부패 근절과 더 나은 사회 건설에 대한 열망이 폭발했던 촛불혁명 덕분에 문재인 정권이 집권할 수 있었다. 이를 통해 정치-경제 구조의 근본적인 개혁을 추진할 힘을 부여 받았으며, 응당 그렇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하지만 문재인 정권은 조급함과 근시안적인 경제정책 방향 때문에 소심하고 미온적인 정책만 양산하고 있다. 게다가 재벌과의 친밀한 관계를 지향하는 정권의 방향은 탄핵 당한 박근혜 정권과 다를 바 없다. 재벌과의 관계를 끊지 않고 한국 사회 내 뿌리깊은 부패를 청산하기란 불가능한데도 말이다. 

문재인 정부는 사회경제정책의 기본방향을 '소득주도성장', '공정경제', '혁신성장'이라고 말해왔다. 3가지 과제는 분리된 과제가 아니라 재벌중심 경제체제를 청산하고 노동자, 소상인, 중소기업의 생존권과 창조성을 보장하기 위한 정책이다. 그런데 문재인 정부는 소득주도성장=최저임금 인상=탄력적 근로제 확대, 공정경제=갑질규제, 혁신성장=규제완화로 이해하고 있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과 공정경제 실현이 단시간 내에 성과가 나지 않고 고용과 경제지표가 나빠지자 규제완화를 통한 혁신성장으로 방향을 전환하고 있는 것이다. 

그 중 문재인 정권의 혁신 산업의 규제완화 정책은 재벌이 새로운 부문에 영향력을 행사할 기회를 열어주었다. 최근 온라인 뱅킹 규제완화가 추진되면서 재벌이 금융권에 진출할 수 있는 뒷문을 열어준 것이다.  은행법 상 비금융회사는 은행 지분을 4% 이상 보유할 수 없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금융위원회 승인을 얻어 10%까지 보유 할 수 있지만 의결권이 있는 지분은 4%까지만 보유할 수 있다. 즉, 법으로 산업자본이 은행을 소유할 수 없도록 한 것이다. 하지만 9월 20일 국회에서 인터넷전문은행 특례법이 통과되었다. 이는 의결권 기준 최대 4%였던 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한도를 인터넷전문은행에 한해서 34%까지 완화시킨 것이다. 비록 시행령에 정보통신기술 관련 기업에게 지분 보유를 제한하고 재벌의 참여는 막는다는 조항이 있지만, 시행령은 정권에 따라 조항을 수정할 수 있다는 맹점이 있다. 이는 대선 공약과 정 반대되며 그동안 주장해 온 개혁에 대한 명백한 역주행이다.

소득주도 성장은 어떠한가. 소득주도 성장과 공정경제가 재벌중심 경제체제의 개혁과 연동되어 있다는 것은 누구나 이해하고 있다. 경제력이 재벌에 과도하게 집중된 것과 지불능력의 차이로 인해 임금 양극화가 심화되었으며, 경제력 집중에 의한 협상력의 차이가 이를 더욱 고착화시키고 있다. 그 결과 전체 노동자의 24%를 차지하는 대기업 노동자가 76%의 중소기업 노동자보다 훨씬 더 많은 임금을 받고 있다. 이는 소득주도 성장에 필요한 소득 재분배를 가로 막는다. 또한 재벌이 국내 기업의 99.9%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면서 중소기업의 기술을 약탈, 착취하고 중소기업의 혁신을 막는다. 

그리고 대통령이 범법자의 신분으로 재판을 받고 있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 하고, 경제수장은 투자요청을 하면서 삼성의 가장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였다. 이러한 문재인 정부와 삼성 간의 접촉은 문대통령의 인도 방문 시 진행된 이 부회장과의 면담에서 이미 시작되었다. 대통령이 범죄자를 면담한다는 것이 우연일 수는 없음에도, 청와대는 미리 계획한 것이 아닌 '우연'을 강조했다. 시나리오가 뻔히 드러날 것임에도 그랬다.

아마도 역대 정권이 그렇게 해왔듯이 여론을 떠보기 위한 정치술일 것이다. 이후 생각보다 파장이 크지 않다고 판단하고 곧바로 김동연 전부총리가 삼성을 방문해 이 부회장과 고한승 삼성바이오에피스(삼성바이오로직스 자회사) 사장을 만났다. 김 전 부총리는 이 부회장에게 투자를 통해서 일자리 창출과 경제 성장에 선도적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 이 부회장은 김동연 전부총리 방문 시, 바이오 시밀러(복제약)[1] 규제 완화를 요구한 다음 180조를 풀기로 발표했다. 약속어음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분식회계 문제가 불거져 나오던 중이었던 당시에 정부 고위급인사와의 만남은 기업에게는 정당성을 부여하고 주주를 안심시키는 효과를 주었다. 그리하여 8월 7일 모회사인 삼성물산 주가가 2.88% 오르면서 삼성바이오로직스 주가는 6.53% 급등했다. 국민건강에 중대한 의미를 지닌 바이오 산업분야[2]의 검증체계, 독과점 구조가 한방에 정리된 것이다. 결국 문재인 정부와 삼성의 밀월 동맹으로 재벌개혁은 물 건너갔고, 이제 문재인 정부 경제정책은 재벌과의 타협과 우클릭만 남은 것처럼 보인다.

입법부의 국회의원이 삼성의 돈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고, 사법부야 이미 밑바닥까지 다 보였듯이 최종 귀착지가 삼성인 위장취업자들이다. 행정부는 김동연 전부총리에서 보듯 노후관리 차원의 삼성의 보험이 필요한 사람들이고, 제4부라는 언론은 돈에 길들여진 삼성의 정보원이자 인사 동향까지 보고하는 삼성계열사를 자처한다. 게다가 여론을 조작하는 암적 존재들 아닌가. 삼성은 이렇게 우리사회 시스템을 자금력으로 붕괴시키는 무소불위의 적폐중의 적폐다. 문재인 정부가 개혁은 고사하고 과거로 회귀, 범죄자 이재용과 결탁했다는 것은 온 국민이 열광한 '새로운 세상'에 대한 희망의 불씨에 물을 끼얹은 처사다.

다시 촛불을 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오고 있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정책이 후퇴하고 있다는 말이 언론에 심심치 않게 나오고 있다. 또한 경제지표에서 보이듯 민생은 점점 더 나락으로 빠지고 있다. 7-80%에 육박하던 문재인 정부의 지지율은 이미 45%로 떨어졌다. 촛불정권이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다시 촛불의 전열을 가다듬어야 한다

2018년 12월 1일 오후 3시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아래 민주노총), 전농, 민주노점상전국연합 등 50여 개 시민단체가 '2018 전국민중대회'를 진행했다. 사실상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 열린 첫 민중총궐기다. 지난 2015년 11월, 박근혜 정부에 반대하는 민중총궐기 투쟁이 열린 뒤 3년 만이다.

탄력근로제 확대중단, 비정규직 철폐, 밥 한공기 300원보장, 농민수당 도입, 강제철거 중단, 용역깡패 해체, 차별금지법 제정, 양승태 구속, 사법적폐 청산, 사회안전망 강화, 판문점선언 국회비준,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이라는 총 12가지 요구조건을 걸고 전국에서 모인 2만 여명의 노동자, 농민, 도시빈민 등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모여 투쟁한 것이다. 

50년 이상 이어져온 재벌중심 경제체제의 청산은 지배세력의 저항과 사회적 혼란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한국사회의 근본변화를 바라는 촛불혁명으로 등장한 문재인 정부는 재벌개혁을 추진할 수 있는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 1년 만에 재벌개혁을 포기하고 신자유주의 성장정책으로 전환한 것은 매우 안타깝고 불행한 일이다. 문재인 정부가 촛불정부로서 역사적 소임을 끝까지 다할 것인지, 재벌 기득권 세력에 막혀 신자유주의 재벌정책으로 돌아가 다시 보수당의 한계를 절감하게 할지 그 기로에 놓여 있다. 부디 문재인 정부가 촛불 정부로 임기를 마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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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물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바이오의약품은 일반 의약품보다 효과는 뛰어난 대신에 값이 비싸다는 단점을 갖고 있다. 바이오시밀러는 바로 이 같은 이유로 탄생했다. 오리지널 바이오의약품의 가격이 워낙 비싸기 때문에 특허가 만료되는 품목을 선택하여 효능은 동일하게 유지하되 가격을 대폭 낮춰 보다 여러 환자들이 그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에서 개발된 것이다. (출처:https://bit.ly/2LC1TQS)
[2] 바이오 의약품은 사람 혹은 다른 생물체 유래의 원료를 사용하고 세포배양 등의 생물공정으로 생산하는 고분자량의 의약품으로, 인슐린과 같은 재조합 단백질 의약품, 항암제 등으로 쓰이는 항체 의약품, 백신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2013년 기준으로 7540억달러 규모의 글로벌 의약품 시장 중 바이오 의약품 비중은 22%인데, 이는 빠르게 성장해 2020년에는 27%에 이를 전망이다. (출처:http://www.dt.co.kr/contents.htmlarticle_no=2016120702101832781001)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국제전략센터의 박재송 기획위원이 작성했으며 센터 홈페이지(www.goisc.org)에도 게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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