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2평 아파트에 8명 살아보니... 또라이 불변의 법칙?

[체험기] 셰어하우스 살 것인가, 말 것인가

등록 2019.01.06 20:07수정 2019.01.1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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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 대비 넓은 공간 쓸 수 있어 만족

주거고민이 많은 청년들에게 셰어하우스가 대세로 떠오르는 요즘, 직접 생활해본 경험을 담아 청년들의 공유주택 이용에 도움이 되고자 집필을 결심했다.

셰어하우스를 결정하게 된 시기는 작년 겨울이었다. 취업으로 인해 갑자기 결정된 상경. 부산에서 대학생활을 하며 20대 초반까지 부모님과 함께 살았다. 그런 내게 집을 나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하는 상황은 새로우면서도 설레고, 한편으로는 두렵기까지 했다.

아름다운 자취를 꿈꾸며 집을 알아볼 때쯤, 현실적으로 지나치게 높은 서울집값과 그에 비해 너무나 작고 초라한 원룸(특히 기괴한 패턴의 벽지로 꾸며진 신축 집은 정말 충격이었다. 싸구려 모텔 같은 벽지 말이다. 다들 뭔지 짐작이 갈 거다.), 서울에 거주할 공간을 찾을수록 충격은 커져만 갔고 나중에는 서울생활을 접어야 하나 고민하기 시작했다.

그때 셰어하우스의 존재를 알게 되었다. 내가 알아본 곳은 일반 가정집(아파트)을 공유공간으로 꾸민 곳으로, 생각보다 넓은 공간에 각자의 방과 침대에서 생활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셰어하우스가 그렇듯 거실과 부엌 정도를 공용으로 사용한다는 조건이었다. 온갖 부동산 어플을 통해 찾아본 조건과 비교해 보면 가격 차이도 많이 나지 않는데 더 넓은 공간을 쓸 수 있는 것이 만족스러웠다. 게다가 북 유럽풍으로 꾸민 예쁜 공간은 더할 나위 없이 내 맘에 쏙 들었다.

혼자서 못 하는 일도 여럿이 살다보니 해결  

문제는 같이 살게 될 사람들이었다. 32평쯤 되는 아파트에서 8명이 함께 살아야 할텐데, 과연 8명 중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튀지 않는 무난한 사람이 모일까? 걱정이 됐다. 혹 조금 늦게 입주하는 나에게 텃세를 부리면 어쩌지? 내가 제일 나이가 많거나 적으면? 사이비 종교인을 만나면 어쩌지? 등 다양한 고민을 했다. 왜 그런 말도 있지 않은가, 또라이 불변의 법칙. (또라이는 어딜 가나 존재하는데 만약 존재하지 않는다면 내가 또라이라는 법칙이다. 물론 내가 또라이면 어쩌나 하는 고민도 했다. ^^;;)


 

또라이 불변의 법칙이니 뭐니 그건 전부 쓰레기 같은 고민이었다..!ㅎㅎ ⓒ 구글

 
다행히도 입주를 결정한 셰어하우스는 이제 막 오픈해서 입주자들 전부 첫 입주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한 번에 다들 첫 입주를 하면 다 같이 친해질 수도 있겠다는 마음에 안도했다. 게다가 새것이라면 길 가다가도 헉 하고 돌아보는 본인으로서는 새 물건을 쓴다는 점에 기대감을 안고 입주하게 됐다.

비슷한 시기로 약 한 달간 꾸준히 다양한 사람들이 들어왔다. 나이도 제각각이고 직업과 상황도 전부 다른 여덟 명이 함께 모여 앞으로 우리가 어떻게 살 것인지, 청소의 시기나 장소, 그 외 지켜야 할 규칙을 정했다. 순탄하게 각자 서로 소개를 하고 어색 어색한 한 달의 시기가 지나갔다. 기분 좋은 시작이었다.

서울 아파트에 살아보는 경험이 좋았고, 또 집에 오면 혼자 싸늘하게 식은 공간이 아닌 누군가 집에서 기다리고 있다는 점도 좋았다. 그리고 여자 혼자 살면 외부적인 요인들도 걱정해야 하기에 부모님 걱정도 컸을텐데 그런 걱정을 덜어드릴 수 있는 부분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서로 밖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치킨 한두 마리 같이 뜯으며 풀어가는 것은 또 다른 재미였다! 혼자서 살면 할 수 없는 것들도 여럿이 살다 보니 해결할 수 있는 부분이 많구나 싶었다. 셰어하우스로 만난 친구들은 걱정이 무색하게 전부 다 성격이 무난했고 잠버릇도 고약하지 않아 매우 만족스러웠다.

오히려 같이 배려하며 살아가야 하다 보니 안 하게 될 청소와 빨래도 자주 하는 느낌(?)이었다. 밥시간이 맞으면 같이 밥을 먹기도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사람은 먹으면서 친해지는 법. 우리는 치킨에 이어 피자도 먹고 찌개도 나눠먹고 고기도 구워먹었다. 함께하는 음식이 늘어가는 만큼 서로의 사이는 돈독해졌다.

관계의 어리숙함, 부딪힘, 헤어짐

물론 여덟 명이 항상 국민 시트콤처럼 하하호호 행복한 날만 있던 것도 아니다. 트러블도 있었고 헤어짐도 있었다. 관계의 어리숙함이나 생활면에서 맞지 않아 부딪히는 경우, 가끔의 술주정 등등...

가장 기억에 남는 다툼을 이야기 하자면 같이 살던 하우스메이트(하메라고 부른다) 두 명이 새벽에 술에 잔뜩 취해 온 집 안 사람을 깨웠던 에피소드 정도? 평일 새벽이라 다들 아침에 출근하는데 새벽 3시부터 5시까지 잠도 못자고 집에서 난리피운 하메들을 잠재우느라 고생한 기억이 있다. 지금이야 지난 일이라 웃으며 얘기할 수 있지만 당시엔 말도 못할 만큼 피곤한 상황이었다.

그리고 피할 수 없는 헤어짐. 셰어하우스는 일반 원룸 계약과는 다르게 첫 계약은 최소 6개월, 이후부터 연장하는 시스템이다. 연장은 1개월~6개월 계약으로 정해져 있다. 입주기간은 비슷했는데 퇴실은 각자 다른 사정이 있어 하나 둘 나가더니 1년 정도 거주했을 즈음에는 한 명을 제외하고 전부 헤어지게 되었다.

셰어하우스에서 겪은 어려움은 그때부터 시작됐다.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가 코골이가 심했던 것이다. 잠귀가 예민한 편이 아니었는데도 같이 사는 사람들 전부 혀를 내두를 만큼 엄청난 룸메이트였다. 하지만 나 한 사람 편하자고 상대방에게 수술을 권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수건을 널고 자거나 가습기를 틀거나, 귀마개를 하고 자거나 여러 노력을 시도했었다.

그렇게 6개월쯤 버텼던가, 결국 집을 나가기로 결심했다. 내게 6개월 그 시기는 정말 악몽 같은 기억으로 남아 있다. 업체 쪽에서도 코고는 소리를 녹음해 들려주며 방을 옮겼으면 좋겠다고 했지만 고작(?) 코골이 정도로 방을 바꿔줄 수도 없고 바꾼다 하더라고 계약 위반이라 위약금과 함께 더 큰 월세로 입주해야 한다고 요구하기 시작했다.

결국 나는 추운 겨울에 침대를 두고 이불을 끌고 나와 거실바닥에 누워 자기도 하며 6개월의 시간을 보냈다. 잘 맞는 룸메를 만나면 정말 좋지만 이렇게 사소하다면 사소한 문제들이 사는 동안 지속하게 되면 그건 말도 못할 스트레스가 된다.

고민한다면 한번쯤 도전!    

셰어하우스, 장점도 많지만 단점도 많다. 이처럼 나와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면 계약 기간 동안 계속 스트레스가 될 것이다. 하지만 또 좋은 룸메이트와 좋은 셰어하우스 업체를 만난다면 좋은 추억이 생길 수 있다.

현재 나는 셰어하우스에서 만났던 뜻이 잘 맞는 동생들과 거실이 있는 투룸에서 함께 살고 있다. 앞전의 집보다는 훨씬 만족스럽고 또 월세도 대폭 줄일 수 있었다. 1인당 약 15만 원 정도. 겉보기엔 비슷한 월세로 보였던 셰어하우스도 살아보니 마냥 싼값은 아니었다. 환경에 따라 셰어하우스의 월세가 원룸보다 비싼 곳도 있다.

누군가에겐 좋은 추억이 될 수 있고 누군가에겐 스트레스가 될 수도 있지만 살 것인가 말 것인가 고민한다면 한 번쯤 도전해 보는 것을 추천한다. 작성한 내용 이외에도 셰어하우스의 다양한 장단점이 있을 거다. 여러 곳을 검색해 보고 찾아 보고 비교해 보며 좋은 공간을 만났으면 좋겠다. 나의 셰어하우스 살아보기 경험담이 공유공간에 살아 보고자 하는 청년에게 작은 보탬이 되길 바라는 마음이다. 결국 집은 우리의 생활공간이면서 곧 쉼의 공간이기도 하니까!
덧붙이는 글 해당 칼럼은 서울청년정책LAB 블로그 및 페이스북을 통해 2018년 12월 11일 발행된 칼럼입니다.
#서울청년정책네트워크 #서울청년정책LAB #셰어하우스 #공유공간 #주거경험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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