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현수막은 걸어야 하지만"… 초상집 분위기에 태안지역경기 '얼음'

고 김용균씨 사태 장기화로 상가들 ‘울상’… 연말 눈치보기 회식에 일부 학생들은 ‘트라우마’ 우려도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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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이(east334)등록 2019.01.02 15:49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 내걸린 펼침막 한국서부발전 본사 앞에는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펼침막이 도배하듯 내걸려 있다. 한국서부발전 인근에는 태안고등학교와 화동초등학교가 위치해 있다. ⓒ 김동이


태안화력 비정규노동자인 고 김용균씨가 지난 12월 11일 새벽 태안화력 9, 10호기 컨베이어 벨트에 끼여 처참하게 숨지는 사고가 발생하면서 다행히 김용균법은 국회를 통과했지만 진상규명과 함께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고 김용균씨가 사망한 태안화력이 위치하고 있는 충남 태안군에서는 본사가 위치한 한국서부발전과 사고가 발생한 태안화력발전소 앞에서 잇따른 시위와 함께 거리 곳곳에는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현수막들이 도배하듯 내걸려있다.
 
또한, 태안군의 중심지인 태안읍 신터미널 인근에서는 사고 이후 하루도 빠지지 않고 매일같이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다. 지난달 26일부로 보름을 넘어섰다. 그나마 지난달 27일 극적으로 김용균법(산업안전보건법 개정)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태안에서의 촛불문화제는 중단된 상태지만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차려진 태안군보건의료원 상례원의 추모분위기는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렇듯 고 김용균씨 사태가 장기화되고 있지만 유족과 시민대책위원회가 요구하는 요구사항은 수많은 외침 속에서도 일부만 해결된 채 여전히 답보상태에 놓인 가운데 매일같이 초상집 분위기 속에서 추모현수막과 추모 촛불문화제를 참여하거나 지켜보는 태안주민들의 피로감도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연말연시를 맞아 특수를 누려야 할 태안읍내 식당은 고 김용균씨 추모분위기 속 '눈치보기'로 잇따라 예약이 취소되는가 하면 매일 같이 추모 현수막을 바라보며 학교에 등하교 하는 학생들은 자칫 '트라우마' 우려까지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조속히 고 김용균씨 사태가 해결되어야 하는 대목이다.
 
잇따른 회식 취소로 울상인 상인들… 단체들은 '눈치보기'로 회식 취소 또는 간소화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는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도배하듯 내걸려 있다. ⓒ 김동이

  고 김용균씨 사태 장기화로 가장 타격을 입는 업종은 식당이다. 가뜩이나 연말 특수를 기대했던 식당들은 의외의 변수로 잇따라 예약이 취소되는가하면 예약을 한다고 해도 인원이 크게 줄어 울상을 짓고 있다.
 
또한, 연말 모임을 한다고 해도 술 자리 모임이 아닌 식사만 하고 담소를 나누는 정도로 연말 송년회 분위기가 쳐지면서 식당 매출에도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실제로 가세로 군수도 지난달 송년을 맞아 태안군청 출입기자들과 점심 식사를 할 예정이었지만 "사회적 분위기상 부득이 취소되었다"며 기자단에게 문자로 알려오기도 했다.
 
태안읍의 특산문전통시장 내에서 횟집을 운영하는 한 식당 관계자는 "올해는 유독 연말연시 회식이 잇따라 취소되는 통에 한산하다 못해 식당 경영에 어려움이 있다"면서 "아무래도 추모분위기가 이어지는 지역분위기에 편승해 회식을 취소하거나 축소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상황은 지금 현재는 중단됐지만 매일같이 집회가 열리던 태안읍 신터미널 인근 상가들도 마찬가지.
 
특히, 태안읍 중심상권인 '다이소'와 '웰메이드' 등은 바로 앞에서 집회가 열렸는데, 당시 인근 상가들도 매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업체 관계자들은 "장사에 영향을 미친다"며 태안경찰서와 집회 관계자들에게 항의성 민원을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말연시를 맞아 해넘이, 해돋이를 보기 위해 펜션을 예약하며 태안반도로 발걸음을 했던 관광객들의 발길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남면의 한 관계자는 "직접적으로 연계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남면도 지난해에 비해 펜션 예약률이 많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태안읍내의 경우에는 현수막을 너무 이곳저곳에 많이 내걸어 시내 전체를 상갓집 분위기로 만들다보니 연말인데 지역경기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덧붙여 "집회는 정책적이거나 정략적 목적이 있어 필요성도 있지만 애먼 지역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면 문제가 있지 않나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정서 자체가 우울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추모현수막 보며 등하교 하는 학생들… 정서적 트라우마 우려도 제기
 
 

한국서부발전 인근 버스정류장 한국서부발전 정문과 인접해 있는 버스정류장 옆, 뒤쪽으로는 고 김용균씨를 추모하는 현수막이 빼곡이 내걸려 있다. ⓒ 김동이

  한편, 태안지역 곳곳에 도배된 추모현수막으로 초상집 분위기가 장기간 이어지자 이를 바라보며 등하교하는 학생들의 트라우마를 걱정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현재 태안군 내에는 고 김용균씨의 목소리를 전하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요구사항을 담은 추모현수막이 곳곳에 내걸렸다.
 
먼저 한국서부발전 정문 앞에는 고 김용균씨 추모공간을 중심으로 정문 양 옆으로 도로변에 추모현수막으로 도배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태안고등학교 정문이 위치하고 있는 서부발전 후문쪽에는 2장의 현수막만이 게시돼 있다. 또한, 태안군청 앞 진입로와 태안군민체육관 인근 도로, 태안화력으로 진입하는 도로 상에도 추모현수막으로 도배되고 있다.
 
심지어, 태안읍내에 위치하고 있는 태안중학교에는 담벼락에 추모현수막이 내걸려 있는데,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추모현수막은 내걸어야 하지만 장기화되다 보니 아이들 정서에도 미치는 영향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행정기관에 강제로 철거하라고 민원을 넣을 수도 있지만 그보다 하루빨리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말했다.
 
태안군에서도 눈치를 보며 불법현수막 철거에 적극적이지 못한 실정이다. 추모현수막도 법적으로는 불법현수막에 해당되기 때문이다.
 
태안군에는 현재 추모현수막을 비롯해 지정게시대가 아닌 지역 곳곳에 나붙은 현수막으로 인한 민원이 빗발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지난 11일 태안화력 9,10호기에서 사망한 고 김용균씨 추모 분위기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시점에서 아무리 불법현수막이라해도 추모현수막을 뗄 수는 없는 입장이지만 이에 편승해 내거는 불법현수막이 도를 넘어서면서 더 이상 관망하지는 않겠다는 입장이다.
 
군 관계자는 "추모현수막에 편승한 불법 현수막이 골칫거리"라면서도 "우체국 사거리와 보건의료원 사거리 등에 내붙인 현수막은 모두 불법이지만 형평성 차원에서 그동안 관망한 것은 사실이지만 (지난달) 24일부터는 추모현수막을 포함해 불법현수막에 대해서는 정리를 해 나갈 예정이다"라고 밝혔다.
 
이외에도 고 김용균씨의 빈소가 차려진 태안군보건의료원 상례원에도 빈소가 부족해 장기간 분향소 운영에 따른 민원이 제기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원을 제기하는 상가(喪家)에서는 태안군민을 위한 장례식장인데 태안군민은 빈소가 부족해 다른 지역으로 장례를 치르러 가는 실정이라며 불만을 토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덧붙이는 글 태안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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