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한국지엠 창원공장 '불법파견' 취지 판결

부산고등법원 창원제3민사부, 원청의 출입금지가처분사건 항고심 판결문 나와

등록 2019.01.04 11:15수정 2019.01.04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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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지엠 창원공장. ⓒ 윤성효

 
한국지엠(GM) 창원공장에서 일하다 해고되었던 비정규직 일부가 원청업체의 출입금지가처분신청사건 항고심에서 이겼다. 그리고 법원이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불법파견'이라는 취지의 판결을 해 관심을 끈다.

4일 전국금속노동조합 경남지부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와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에 따르면, 원청인 한국지엠이 해고 비정규직들에 대해 냈던 출입금지가처분신청사건 항고심에서 일부 승소했다고 밝혔다.

부산고등법원 창원제3민사부(재판장 김연우)가 하루 전날인 3일 결정했고, 결정문이 이날 나온 것이다.

비정규직들은 2017년 6월부터 '직접 고용' 등을 요구하며 부분 파업과 공장 안팎에서 집회 등을 벌였다. 그리고 한국지엠은 2017년 11월 일부 사내하청업체에 대해 도급계약해지를 했고, 비정규직 64명은 2018년 1월말 해고 통보를 받았다.

원청 한국지엠은 비정규직 36명에 대해 법원에 출입금지가처분신청을 냈다. 2018년 4월, 1심 재판부는 한국지엠의 가처분신청을 모두 인용하는 결정을 했다. 이에 비정규직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즉시 항고했던 것이다.

항고심 재판부는 파견근로자보호등에관한법률(파견법)이 개정(2007년)되기 2년(고용간주) 전인 2005년 7월 1일 전후 입사자들을 분리해 판단했다. 원청이 요구한 가처분신청 대상자 가운데 7명이 2005년 입사자이고 나머지는 이후였다.

개정 파견법의 시행일은 2007년 7월 1일이었다. '고용간주'가 적용되려면 개정 전에 2년 근속을 채워야 했기 때문에 2005년 7월 1일 이전 입사자만 고용간주가 적용될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2013년 2월 28일, 대법원에서 '불법파견' 유죄 판결이 확정되었다.

옛 파견법의 고용간주 규정 적용 여부는? 

'근로자파견계약 성립 여부'에 대해, 항고심 재판부는 "채권자(한국지엠)가 옛 파견법 시행일인 1998년 7월 이후로 2017년 11월까지 협력업체들과 사이에 체결하여 채무자(비정규직)들이 창원공장에서 자동차 생산공정업무를 담당하도록 한 근거가 되었던 각 도급계약은 시기에 따른 근로형태의 일부 변경에도 불구하고 실질적으로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된다는 점에 관하여 보전처분 단계에서 필요한 정도의 소명은 이루어진 것으로 봄이 상당하다"고 했다.

그리고 재판부는 "불법파견의 형사·민사사건과 관련된 시기 이후에도 협력업체 소속 근로자들이 채권자의 사업장 내에서 행한 본질적인 근로 형태는 변경되지 않았고, 이같은 도급계약은 여전히 근로자파견계약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옛 파견법의 '고용간주 규정'이 적용되는 근로자들의 경우에는 채권자의 근로자 지위에 있음을 확인한다"고 했다.

옛 파견법의 '고용간주 규정' 적용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협력업체들에 입사한 후부터 개정 파견법 시행 전에 창원공장에서 2년 초과하여 계속 근무하였던 사실이 소명되므로, 고용간주된 채무자들은 채권자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보아야 한다"고 봤다.

나머지 비정규직들에 대해, 재판부는 "채권자가 나머지 채무자들을 직접 고용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채권자가 고용의무를 이행하거나 채권자의 고용의사표시를 갈음하는 판결이 확정되지 않는 이상 채권자와 나머지 채무자들 사이에 직접적인 고용관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므로, 나머지 채무자들이 채권자의 근로자 지위에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2007년 이후 입사자인 나머지 비정규직들도 불법 파견근로자에 해당하기는 하지만 아직 직접 고용된 게 아니므로 당연히 출입권한이 인정되는 건 아니라고 법원이 본 것이다.

창원공장 출입 권리 여부에 대해서도 다르게 판단했다. 고용간주된 비정규직에 대해, 재판부는 "고용간주된 채무자들에 대해 위법행위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여 금지를 구하는 것을 넘어 창원공장 출입 자체의 금지를 구하는 채권자의 이 사건 가처분신청은 그 피보전권리와 보전의 필요성에 대한 소명이 부족하다"며 "채권자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했다.

나머지 비정규직들에 대해, 재판부는 "도급계약 일부를 해지한 것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함을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소명할 자료가 없으므로, 도급계약의 일부 해지가 무효임을 전제로 나머지 채무자들이 파견근로자의 지위와 하청업체 소속 근로자의 지위에서 창원공장에 출입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이들의 한국지엠창원비정규직지회 사무실 출입 여부에 대해, 재판부는 "지회 자체의 정당한 조합 활동을 위해 출입이 필요한 특별한 사정이 있음을 소명할 자료가 없다"고 했다.

항고심 재판부는 "1심 결정 중 고용간주된 채무자들에 대한 부분과 고용간주된 채무자들에 대한 가처분결정을 취소하고, 이 부분에 관한 채권자의 가처분신청을 기각한다. 나머지 채무자들의 항고는 이유 없어 기각한다"고 판결했다.

비정규직들을 변론했던 금속법률원(법무법인 여는) 김두현 변호사는 "한국지엠 창원공장은 2007년 이후에도 여전히 불법파견에 해당함을 법원에서 인정한 첫 사례"라며 "한국지엠은 한국의 법질서를 송두리째 부정할 것이 아니라면 즉시 비정규직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고 했다.

고용노동부는 지난해 5월 한국지엠 창원공장에 대해 하청업체 소속 774명의 '불법파견 시정명령'을 내렸고, 원청업체는 이를 이행하지 않고 '이의신청'했으며, 현재 이는 법원에서 소송 진행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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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고등법원 창원재판부. ⓒ 윤성효

#한국지엠 #부산고등법원 #금속법률원 #비정규직 #불법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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