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혼자? 가봐야 할 곳을 소개합니다

제주여행 추천코스 - 올레길 5·6코스, 한라산 그리고 곶자왈

등록 2019.01.05 14:41수정 2019.01.07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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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레길 5코스-위미에서 바라본 한라산 ⓒ 정지인

 
[기사 수정 : 1월 7일 오전 10시 44분]

겨울 제주에 혼자 남겨진 어느 날 


몇 해 전 추위가 한창인 겨울, 제주에 갈 기회가 있었다. 함께 간 일행이 먼저 서울로 올라가고 혼자 제주에 남았다. 며칠 더 묵으면서 쉬고 싶어서였다. 제주에 혼자 남은 날, 스스로를 위해 올레길 한 구간을 걷기로 했다.

점검할 거리로 꽉 찬 사전답사에 지쳐있던 터라, 여행에 대한 시시콜콜한 사전준비가 필요치 않은 여행을 하고 싶었다. 그저 작은 가방에 편안한 신발, 떠나고픈 마음만 있으면 준비 완료인 그런 여행이 그리웠다. 아무 생각 없이 발길 닿는 대로 움직이는 자유로움을 느끼고 싶었다.  

결과는 만족스러웠다. 준비 없이 떠난 데다 평소의 나답지 않게 이정표를 잘못 보고 길을 헤매기도 하고, 밥때에 식당을 못 찾아 쫄쫄 굶다가 늦은 끼니를 해결해야 했다. 하지만 이런 좌충우돌 되는대로 하는 여행이 숨통이 트였다. 그래 여행은 이런 맛이지. 길을 헤매다 다시 제 길에 들어설 때의 안도감도, 시간에 쫓기지 않으니 발길에 밟히는 것에도 원하는 만큼 들여다보는 여유도, 소소한 것들을 발견하는 작은 기쁨도 쏠쏠했다.  

그날의 코스는 서귀포 비경 외돌개를 출발해 쇠소깍까지였다. 대략 올레길 6코스를 역방향으로 완주했다. 1월 초순인데도 날은 화창하고 기온도 포근했다. 서귀포 바다는 푸르렀고, 길가의 알록달록 붉은 동백은 화사했다. 바다와 오름을 지나고, 서귀포 시내를 통과하며 올레시장을 지나치고, 이중섭미술관과 왈종미술관 등 볼거리가 쏠쏠해 혼자인데도 그리 무료하지 않았다.

천천히 걸은 터라 쇠소깍에 도착했을 때는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종일 걷느라 다리는 묵직했지만 바람처럼 자유로운 느낌만은 생생했던 기억이 뚜렷하다. 그래서 이번엔 제주의 겨울 여행지를 추천한다.

남쪽 섬 제주에서 가장 따뜻한 곳 

제주에서의 하루쯤은 차 없이 바다와 숲을 거닐며 느리지만 자유로운 뚜벅이 여행도 해볼 만하다.

남원부터 쇠소깍까지 이어지는 올레길 5코스를 권한다. 무엇보다 여기가 겨울의 제주에서 가장 따뜻한 동네이기 때문이다. 바람도 잔잔하고 볕도 좋은 곳이다. 깊고 푸른 바다를 따라 걷는 기암절벽이 아름다운 해안산책로인 남원 큰엉, 추운 겨울에도 붉은 동백이 뚝뚝 떨어지는 위미의 동백나무군락지, 산에서 내려온 물과 바닷물이 만나는 지점으로 에메랄드빛 물색을 자랑하는 쇠소깍까지 13km가량의 순한 길이 이어진다.

특히 위미에서 바닷길을 걷다가 바라보는 눈 덮힌 한라산 조망은 최고다. 아픈 다리를 다독이며 걸터앉아 바라보는 크고 넉넉한 한라산에 마음까지 넓고 깊어지는 느낌이 충만해질 것이다.

겨울 제주에서 제일 따뜻한 곳을 걸으며 바다와 동백꽃, 오래된 마을 길에서 평화와 고요를 맛봤다면 둘째 날은 한라산을 만나러 가야 한다. 해발 1950m로 국내에서 가장 높은 산인 한라산은 겨울 풍광이 으뜸이라고 한다. 한라산을 천 번 넘게 오른 제주 현지인의 말이다.

일주일에 두 어 번씩 10년 넘게 한라산을 올랐다는 그에게 한라산은 언제가 최고인지 물으니 돌아온 대답이다. 체력이나 소요시간이 만만치 않은 백록담은 부담스럽고 윗세오름이 도전할 만하다. 

영실휴게소부터 윗세오름을 왕복하거나, 영실에서 출발해 윗세오름을 거쳐 어리목으로 내려오는 코스가 풍광도 멋지고 시간도 적당하다. 윗세오름에 올라도 발밑으로 아스라이 펼쳐지는 오름들이 장관이고 멀리 서귀포 바다와 섬들이 한눈에 들어온다. 주목나무와 한라산분화구벽도 환상적이다.

눈이 조금 내렸다 하면 입산금지가 일쑤인 한라산 눈꽃산행은 기회가 쉽게 허락되지는 않는다. 눈이 그치고 며칠 지나지 않은 맑은 날이 최고의 적기이다. 짧게 제주에 머무는 외지인에겐 행운이 따라야 가능한 일이다. 
 

한라산 윗세오름 가는 길 ⓒ 정지인

  
곶자왈과 오름, 제주의 속살을 들여다보다  

제주에 더 체류할 여유가 있다면, 곶자왈과 오름을 가봐야 한다. 그래야 제주의 속살을 봤다고 할 수 있다. 올레길 5코스와 가까운 곳으로 남원의 머체왓숲길과 따라비오름을 추천한다.

제주에는 화산폭발로 생성된 오름이 360개가 넘는다. 봉긋한 언덕들조차 거의 오름이라 보면 된다. 곶자왈은 용암지대에 형성된 덤불숲을 말한다. 황무지로 버려진 덕에 온전히 보존이 되어 지금은 제주의 독특한 생태를 보여주는 곳으로 가치를 인정받고 있다.  

머체왓숲길은 두어 시간 산책하기 적당한 자연그대로의 곶자왈 숲이다. 인공적으로 꾸며지지 않은 소박한 숲길을 좋아하는 분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곳이다. 따라비오름은 세 개의 분화구가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아름답고 우아한 오름이다. 여행 동선을 조금 넓히면 교래자연휴양림 곶자왈숲, 사려니숲, 용눈이오름과 아부오름 등 많이 알려지고 풍광도 수려한 숲과 오름이 즐비하다.       

전혀 걷지 않고도 아름다운 눈꽃 구경이 가능한 한라산 1100m고지 생태습지, 아름다운 제주를 예술로 표현한 기당미술관이나 왈종미술관, 1년간 한시적으로 만나볼 수 있는 프랑스 미디어아트인 <빛의 벙커, 클림트>전도 제주의 겨울여행을 풍성하게 해줄 것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정지인님은  여행카페 운영자 입니다.지친 이들에게 위로가 되는 여행을 꿈꿉니다. 이 글은 월간<참여사회>1-2월 합본호에 실린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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