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발고도 3800m에 충청남도만 한 호수 있다

[남미여행기11] 세상엔 참 다양한 거주방식이

등록 2019.01.10 14:17수정 2019.01.10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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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을 방문하고 떠나가는 관광객들을 환송하는 주민들 모습. 현재 원주민들이 서있는 곳은 '또또라'라는 갈대로 만든 섬이다. ⓒ 오문수

    
남미여행 8일차는 티티카카 호수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정이다. 쿠스코에서 심야버스를 7시간쯤 타고 뿌노에 도착한 것은 새벽녘. 호텔에 여장을 푼 일행은 간단한 식사를 마치고 곧바로 티티카카호수로 향했다.

선창에 나가니 수많은 배들이 묶여있다. 배가 이렇게나 많다니! 조그만 경비정까지 보인다. 이곳이 호수가 맞나? 의아해했지만 티티카카 호수의 규모와 호수를 찾는 관광객들을 보고나서야 이해가 됐다.


티티카카호수는 어떤 곳?

다음백과사전에 의하면 티티카카호수는 페루와 볼리비아 두 나라 접경지대에 자리하고 있다. 뿌노고원 북부에 자리한 티티카카호수는 면적 8135㎞, 최대 수심 약 280m 규모를 자랑하는 남미 최대의 담수호다. 상상이 안 되면 충청남도보다 약간 작다고 생각하면 된다. 해발고도 3800m에 있으며 배가 다니는 호수 중 세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있다.

이 호수는 우기와 건기 계절에 따라 면적이 약간씩 달라진다. 유역면적은 5만 8000㎢에 달하며 길이는 190㎞이고 너비는 80㎞이다. 전체 호수 면적의 60%는 페루에, 나머지 40%는 볼리비아에 속해 있다. 주로 주위 고산지대에서 흘러내리는 25개의 빙하수 강이 호수로 유입되는데 반해 볼리비아쪽 파파호로 흘러나가는 물은 5%에 불과하다.
  

티티카카호수에 사는 원주민 마을 모습 ⓒ 오문수

     

티티카카호수에 있는 우로스 섬 한 마을에 들러 주민대표로 부터 섬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생활양식에 대해 설명을 듣고 있는 관광객들 ⓒ 오문수

   
잉카 전설에 따르면 태양신 인띠(Inti)가 이 호수에 있는 태양섬에 아들 망꼬 카팍과 딸 마마 오끄요를 내려보내 잉카의 조상이 되게 해 문명을 깨우치도록 했다. 아이마라 원주민 언어로 '티티'는 퓨마, '카카'는 호수 혹은 바위로 해석되며 당시 원주민들이 퓨마를 지상의 신으로 믿어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하고 있다.

티티카카 호수의 주요 섬으로는 우로스 섬(Uros)을 비롯해 타킬레 섬(Taquile)과 아만타니 섬(Amantaní) 등 41개 섬이 존재한다. 일행이 호수를 방문한 시기가 우기가 아니어서인지 날씨가 화창했다. 호수주변을 감싸고 있는 높은 산들과 햇살에 반짝이는 호수가 한 폭의 그림 같다.

선창을 떠난 배가 20분쯤 달려 도착한 곳은 우로스의 한 섬. 작달막한 키에 커다란 모자, 길게 땋은 머리를 한 현지인들이 노래를 하며 일행을 환영해줬다. 전형적인 잉카인 모습이다. 마을 대표가 일행들 앞에서 갈대로 섬을 만드는 과정을 보여주고 집과 배들의 모형을 보여줬다.
  

관광객들에게 기념품을 파는 원주민들. 손으로 직접 만든제품이다. 이곳에서는 남자들이 뜨개질을 한다고 한다. ⓒ 오문수

   

티티카카호수에 자라는 '또또라(부들)' 모습으로 줄기에 공기층이 많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원주민들은 또또라를 묶어 섬을 만들어 산다. ⓒ 오문수

 
집과 부속건물들은 이 호수에서 자라는 또또라(부들)로 지었다. 또또라는 높이 2m정도 크기의 가늘고 긴 잎사귀를 가진 다년생 식물이다. 원주민들은 이 식물 뿌리를 잘라 단단히 묶은 다음 그 위에 또또라 잎사귀를 약 3m두께로 깐다. 원주민들은 이 토대위에 집과 부속건물을 짓는다. 마을대표의 설명이다.


"이 섬에 4가족 20명이 살고 있어요. 이 섬을 만드는데 1년 걸렸지만 섬의 크기에 따라서 걸리는 시간이 달라요. 밑바닥은 매 2주마다 새로운 층으로 갈아 줍니다"

주인을 따라 걸어가니 발이 푹푹 빠져 신발이 젖을까 염려가 됐다. 초대를 받아 집안에 들어가니 두 평 정도의 집에 간단한 세간 비품과 조잡해 보이는 TV가 있다. TV를 보려면 전기가 있어야 하는데 어떻게 해결할까 살펴보니 집 뒤에 태양광 발전시스템이 조그맣게 설치되어 있었다.

집안에서 천정을 바라보니 하늘이 보이는 곳이 있어 현지가이드에게 물어보니 "만약 강우가 내릴 때는 플라스틱 지붕을 덧 씌운다"고 했다. 잠자리는 침대크기의 판자를 깔아 한쪽으로 기울지 않도록 했다. 이렇게 높은 고산지대 호수에 사는 데 날씨 추운 겨울을 어떻게 이겨낼까 걱정스럽기까지 했다.
     

티티카카호수에 사는 원주민들의 교통수단인 '발사(Balsa)'를 타고 호수를 돌아보는 관광객들 ⓒ 오문수

   

티티카카호수 주민은 약 3천명으로 초등학교 4개가 있다. 보이는 것은 한 초등학교 건물이다 ⓒ 오문수

 
원주민들의 교통수단은 또또라를 묶어만든 발사(Balsa)라는 뗏목이다. 일행이 발사를 타고 호수 내에 있는 섬 구경에 나섰다. 관광객들을 위한 식당과 학교도 있었다. 궁금한 사항을 가이드가 대답해줬다.

"우로스 섬에는 인구 3천명에 초등학교가 4개나 있어요. 보건소도 있습니다. 가벼운 병은 보건소에서 치료를 하지요. 그렇지만 위급한 상황이 발생하면 뿌노시내 큰 병원으로 갑니다"

호수에는 장어, 준어, 송어 등 7가지 종류의 민물고기가 살고 있어 주민들은 어업에 종사하지만 수많은 관광객이 찾아와 생계에 보탬을 주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조그만 학교 교실에 들어가 학생 몇 명이라도 만나고 싶었지만 다음 일정이 바쁘다.

쿠스코에서 밤새워 버스를 타고 뿌노까지 달려온 일행은 쉬지 않고 아침 일찍 티티카카호수 섬 관광에 나서느라 많이 지쳤다. 더구나 3800m 높이의 고산지대 아닌가. 시차적응과 고산병뿐만 아니라 계속되는 강행군에 지친 일행 중 몇 명은 다음 일정을 포기했다.

티티카카호수 한 가운데 있는 타킬레섬... 섬이지만 주민의 90%는 농업 종사
  

마을의 경계선에는 이같은 아치형 문이 있다고 한다. 육지와 격리된 티티카카호수 중앙에 있어 스페인 정복자들로부터 약탈을 당하지 않아 옛모습이 그대로 살아있다 ⓒ 오문수

   

타킬레섬에 이 형상을 한 조각품이 있으면 그 마을의 우두머리가 산다는 뜻이다 ⓒ 오문수

 
우로스 섬을 거쳐 한참을 달린 보트가 드디어 타킬레 섬에 도착했다. 타킬레 섬은 길이 5.5㎞, 넓이 1.6㎞, 면적 5.72㎢인 작은 섬이다. 호수에서 정상까지의 높이가 100m 정도 밖에 안 된다는 데 숨이 차 헉헉거린다. 나뿐 아니다. 다들 지치고 힘든 기색이지만 여기까지 왔는데 멈출 수는 없다.

커다란 돌계단을 따라 마을이 있다는 곳으로 천천히 올라가는 데 양들이 풀을 뜯고 있다. 길가 돌에 앉았다 서다를 계속하다 정상부에 다다르자 아치형 문이 나왔다. 마을과 마을의 경계를 표시하는 의미란다. 섬은 온통 계단식 밭으로 일구어져 성한 데가 없다. 그러고 보니 가이드 말이 이해가 됐다.

"이곳은 섬이지만 주민의 90%는 농업에 종사하고 10%만 어업에 종사해요. 2천명이 사는 조그만 섬이지만 유치원과 초등학교, 중학교가 있어요"
   

귀족이 살았다는 집으로 관광객들이 모여있는 뒤쪽 아치형 조형물위에 사람모양의 조각들이 보인다. 이 조각은 마을의 우두머리가 산다는 뜻이라고 한다 ⓒ 오문수

   

티티카카호수 관광 내내 옆자리에 앉았던 연인들로 예쁜 호수를 배경으로 사진촬영을 부탁했다. 칠레에서 왔다고 한다 ⓒ 오문수

   
주민은 계단식 밭에 감자, 옥수수, 밀을 경작하며 생계를 유지한다. 관광객들이 많이 찾아오는 이유가 있었다. 육지와 격리되어 있어 스페인 정복자들이 마을을 파괴하지 않아 옛 모습을 간직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티티카카 호수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보며 세상은 참 넓고 살아가는 방식도 다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덧붙이는 글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티티카카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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