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솔함과 조용한 확신 담긴 장일순의 치악산 강연

[무위당 장일순평전 47회] 생명과 협동을 통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살터를 살리자는 것이 가치이고 지향점

등록 2019.01.10 17:31수정 2019.01.10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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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원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총회에서 강연하는 장일순 선생 1992년, 원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총회에서 강연하는 장일순 선생 ⓒ 무위당 사람들 제공

장일순은 1980년대 중후반기 한살림운동에 열정을 바쳤다.

성과도 있었지만 부작용도 없지 않았다. 새로 참여한 사람이 많았고 이탈자도 없지 않았다. 그런 속에서도 사람들을 만나 필요성을 강조하고 강연을 초청받으면서 나가서 이를 역설하였다. 생명과 협동을 통해 우리와 우리 후손들의 살터를 살리자는 것이 가치이고 지향점이었다.

1987년 1월 한살림공동체가 치악산에서 연수회를 열면서 특강을 요청했다. 장일순은 「화합의 논리, 협동하는 삶」을 주제로 열띤 강의를 했다. 그의 말이나 강의는 널리 퍼지는 울림이나 언설의 유창함보다 거기 담긴 진솔함과 조용한 확신이 듣는 이들에게 공감을 불러일으키고 회자되었다. 

치악산 연수회의 특강은 장일순의 강연 중에서도 사람들에게 오랫동안 얘깃거리를 남겼다. 재밌는 예화와 비화 몇 대목을 골랐다. 
 

1975년, 천주교 원주교구 재해대책반과 함께 1975년, 천주교 원주교구 재해대책반과 함께 ⓒ 무위당 사람들 제공

원효대사의 전기를 보면, 사복이 원효하고 같이 절을 짓는데 비탈에서 터를 닦고 나무를 실어나르고 이러는데, 사복이 있다가 "스님, 우리가 이렇게 걷는 동안에 많은 개미를 짓밟고 이렇게 나무를 해치고 하는데, 이것도 산 것을 해치는 것이 아닙니까? 큰 죄를 짓는 것 아닙니까?" 하니까 원효대사가 "그래, 네 말이 맞다. 확실히 죄를 짓는 거다. 그러나 오늘 이 절을 짓는 것은 사람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살아있는 일체의 것을 위해서 우리가 이렇게 절을 짓는 거니까 부처님께서도 이해해주실 것이다."라고 말씀하셨다는 그런 이야기를 접한 적이 있어요.

성경에 보면, 예수가 배후에 딱 계신데 제자인 베드로가 선생님하고 가다가 물에 빠지는 거라. 이 믿음이 작은 자야, 내가 오라고 했으면 겁내지 말고 그냥 와. 그런데 거기 물에 자꾸 빠지는 거라. 사람이 물에 가면 빠진다고 하는 관념이 있기 때문이지. '나'라고 하는 장벽이 없어지게 되면 그 물을 걷고 가게 되는 거라.

그러니까 여러분들이 선화(禪畵)에서 달마가 갈대를 타고 물을 건너가는 것을 보시게 될 거예요. 그건 왜? 천상천하가 바로 '자기'야. 천상천하가 바로 '자기'라고. 일체가 '자기'라고 그런데 자기 몸이 '자기'는 아니야. 자기 몸이 '자기'가 아닌 동시에 전체가 '나'란 말이야.

우리가 이렇게 소비자협동조합, 또한 한살림, '한살림'이란 이야기 그 자체가 뭐냐. 생명이란 얘기거든. 하나란 말이야. 나눌 수 없는거다 이 말이야. 예를 들어서, 서 선생. (예.) 땅이 없인 살 수 없잖아요? (예.) 하늘이 없인 살 수 없지요. 전체가 없이는. 그런 관계로서 봤을 적에 저 지상에 있는 돌이라든가 풀이라든가 벌레라든가 모든 관계는, 이게 분리할 수가 있습니까? 분리할 수가 없어요. 하나지.
  

1988년, 전시회때 그림마당 민에서 1988년, 전시회때 그림마당 민에서 ⓒ 무위당 사람들 제공

그렇기 때문에 일체의 존재는 우주에서 어떻게 분리할 수가 있겠어요. 우주는 분리할 수가 없잖아. 하늘과 땅과 떠나서 살 수가 있다고 하는 사람이 있으면, 떠나서 존재할 수가 있다고 하는 곳이 있다면 말씀해봐요. 일체의 존재는 하늘과 땅, 우주와 분리해서 이야기할 수 없다고. 그럼 그런 자격으로 봤을 때 일체의 중생, 풀이라든가 벌레라든가 돌이라든가 그거와 나와의 관계는 어떤가? 동격(同格)이지요. 동가(同價)다 말이야.
 
#한살림 #한살림운동 #장일순정신 #생명사사상 #한살림공동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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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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