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일순 "'흙의 문화'의 재생을 위해 누군가가 헌신해야"

[무위당 장일순평전 49회] 당대와 후손들의 삶의 터전인 땅을 살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방향)을 개척해나가

등록 2019.01.12 15:51수정 2019.01.12 15:51
0
10,000
 

1992년, 원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총회에서 강연하는 장일순 선생 1992년, 원주 한살림 생활협동조합 총회에서 강연하는 장일순 선생 ⓒ 무위당 사람들 제공


장일순이 1980년대 시작한 한살림운동은 다소 느리기는 했으나 성과도 있었다.

여러가지 어려운 제약 속에서, 그것도 전두환 5공 체제에서 하는 민간운동이 쉬울 리 없었다. 거기에다 당시만 해도 공해문제나 자연보호보다 속성재배와 대량생산에 더 관심이 모아질 때이다.

『녹색평론』 발행인 김종철 씨와 대담에서 장일순은 말한다. 

한살림이 생긴 이후 이름은 다르지만 유사한 움직임이 전국에 135개 정도나 되었다고 해요. 도농직거래든 어떠한 형태든 나름대로 말이지요. 10년 동안 그만큼 커가고 있는 거지요. 비슷한 생각 가진 사람들끼리 자꾸 옆으로 만난다는 것이 중요한 거지. 제일 중요한 것은 우리가 일을 하게 되면 거기서 잘하는 것은 둘째 치고 밥을 먹을 수 있어야 하지 않겠소. 

신협도 61년도에 부산에서 처음 생겨 가지고 이젠 전국에 조합원이 200만이 넘었는데, 그러고 보면 법인단체로는 막강한 힘이 된 거지. 앞으로 공해문제라든가 이런 얘기가 계속 나올텐데 그런 얘기가 나오면 나올수록 우리는 앉아서 일할 수 있게 될 테지.

지금은 우리가 외롭고 초라하지만 고삐를 쥐고만 있으면 되겠죠. 이렇게 해야만 살 수 있다 하고 제대로 사는 길을 비춰주면서 말이지. 바로 이게 지금 우리가 지켜야 할 아주 소중한 거라고 봐요.
(주석 1)

사이비학자와 그런 언론인들은 독재정권이나 부패정권을 추종한다. 이들은 이명박 정권 시절 4대강 파괴공사를 '4대강 살리기'라고 억지 쓰고, 오히려 이를 비판하는 사람들을 좌파라고 몰아치는 몰염치를 보였다. 5~6공 때도 다르지 않았다. 다시 김종철이 묻고 장일순이 답한다.

- 그런데, 지금 농정을 담당하고 있는 사람들이나 농대 교수들은 말이지요. 그 사람들은 생각이 딴 데 있는 사람들이지만, 유기농업을 반대하고 있거든요. 유기농으로는 소출이 적어지는데, 인구를 다 먹여살릴 수 없을 거라면서요. 오염된 쌀이라도 양만 채우면 된다는 논리인 것 같습니다만.

"그 양반들의 안목은 이른바 현대과학의 논리에 빠져서 물량에 치중하고 있지요. 그래서 땅이 현실적으로 죽어가고 있다는 것. 생태계가 파괴 되어간다는 것에 대해서는 계산을 안하고 있어요. 그런데 화학농업을 할 때보다 유기농을 하면 작물 자신은 더 실해지고, 그러니까 나락이면 나락, 야채면 야채의 질이 달라진단 말이죠. 설사 섭취량이 적어진다 하더라도 질적으로 다르단 말씀이야. 또 한 가지는 유기농에는 풍흉에 큰 변화가 없이 늘 일정 수준의 수확이 가능하거든. 그러니까 일정한 기간 동안에 걸쳐 통계를 내면 유기자연농이 화학농에 비해서 훨씬 유리한 것이지요." (주석 2)

- 예. 그건 틀림없지 싶습니다. 그런데, 저는 지금 농토오염이라든지, 토양침식 문제 같은 걸 생각하고, 또 이런 추세가 너무나 걷잡을 수 없이 진행되는 걸 보면, 맥이 다 빠지고 비관적으로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난 가끔 그런 생각을 해요.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오늘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한 사람이 있었지 않아요? 어차피 사람은 자기 나름의 사는 즐거움이 있고, 보람이 있어야 하니까. 그러면 내일 망한다 해도 그냥 밀고 가야 된다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요. 또 한 가지는, 그렇게 하면 소망이 있다고 믿어요." (주석 3)

"내일 지구가 망한다 해도 오늘 나는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사람이 장일순이었다.

최소 비용으로 최다 이익을 내겠다는 자본주의 가치보다, 당대와 후손들의 삶의 터전인 땅을 살리면서 더불어 살아가는 방법(방향)을 개척한 것이다.

장일순의 다음의 발언이 그 의미를 돋보이게 한다.

아마도 한살림운동이 현재 벌이고 있는 농산물직거래와 같은 활동은 어떤 사람들의 시각에서 볼 때, 이 공해세상에서 자기들만이라도 살아남아 보고자 하는 지구적인 소시민운동쯤으로 보일지 모른다. 혹은, 이 운동이 급속도로 와해되어가고 있는 농촌에 유기농법으로 농사를 하는 사람이 살 수 있고, 그래서 마침내 살아있는 땅과 마을을 새로운 형태로 돌이키는 데 기여하고자 하는 필사적인 노력의 하나라는 점을 이해한다 하더라도 그런 노력이 무슨 현실적인 효과가 있겠느냐고 냉소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이 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스스로의 생존의 바탕을 무자비하게 파괴하는 것을 '진보'라고 여기는 이 어리석음과 무책임의 소용돌이 속에서 지배적인 습관과 타성을 거부하고 사람살이의 올바른 방식으로 '흙의 문화'의 재생을 위해 누군가가 헌신해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닌가?
(주석 4)

주석
1> 「한살림운동과 공생의 논리」,『녹색평론』, 1992년 11~12월호.
2> 앞과 같음. 
3> 앞과 같음. 
4> 앞과 같음. 

 
덧붙이는 글 [김삼웅의 인물열전] 무위당 장일순 평전은 매일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댓글
이 기사의 좋은기사 원고료 10,000 응원글보기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군사독재 정권 시대에 사상계, 씨알의 소리, 민주전선, 평민신문 등에서 반독재 언론투쟁을 해오며 친일문제를 연구하고 대한매일주필로서 언론개혁에 앞장서왔다. ---------------------------------------------

AD

AD

인기기사

  1. 1 원내대표 나경원의 한계 "이 정도까지만 하시죠"
  2. 2 40여 년 흡연자였던 나, 담배를 끊어 보니
  3. 3 현충원 대통령 명패 훼손 논란에 현충원장 "한국당 여성 당직자가 치웠다"
  4. 4 한국당에 동원되는 이장님들, 그들이 모르는 불편한 진실
  5. 5 기자 정신 높이자던 '조선일보'... 그런데 왜 그러셨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