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부의 상습 성폭행, 피해자는 마땅히 갈 곳조차 없었다"

[인터뷰] 가족 성폭행 피해자에게 도움의 손길 건넨 인권 활동가 이행찬 씨

등록 2019.01.09 16:14수정 2019.01.09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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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14일 천안 동남경찰서는 성폭력 혐의 등으로 A씨를 긴급 체포했다. 당시 A씨의 아내는 임신상태였다. 아내가 임신 중인데도 처제를 성폭행한 A씨의 범죄행각은 곧바로 언론에 알려졌다. 당시 지역 언론은 해당 사건을 '인면수심', '짐승형부' 등의 제목을 달아 일제히 보도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다섯 자매 중 막내인 피해자 김아무개씨는 지난 2010년 이후 A씨로부터 지속적인 협박과 성폭행에 시달려 왔다. A씨는 피해자 김씨의 넷째 언니의 남편(형부)이다. 김씨는 "가해자 A씨에게 수년간 성폭행 피해를 입었다"고 호소했다. 유력 정당의 지역청년위원장이기도 했던 A씨는 현재 처제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수감된 상태에서 법원의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이 사건이 세상에 알려지기 까지 사건을 처음부터 끝까지 주시하며 피해자와 함께한 사람이 있다. 그는 바로 인권 활동가로 일하고 있는 이행찬(48)씨이다.

이행찬 활동가에 따르면 피해자는 현재 모 가정폭력 쉼터에 머물고 있다. 이행찬 활동가는 "이번 사건을 겪으면서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전담 쉼터가 꼭 필요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고 말했다.

그는 "담당 공무원들과 이야기하다 보면 가정폭력 쉼터가 있는데, 별도의 쉼터가 더 필요한지 의문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현실을 전혀 모르는 것 같다"라며 "가족에게서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은 집으로 돌아가기도 어려운 경우가 많다. 가해자가 가족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행찬 활동가에 따르면 형부가 구속된 상황에서도 피해자는 여전히 '형부에게 당한 악몽 같았던 시간'을 이야기 하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다. 지난 8일 충남 천안시에 있는 한 사무실에서 이행찬씨를 만나 그간의 이야기를 들어 봤다.

 

성폭행 피해자에게 손 내민 이행찬 활동가. ⓒ 이재환

 

- 피해자와는 어떻게 만나게 된 것인가
"인권관련 활동 외에 상담일도 하고 있다. 피해자의 언니 중 한분을 상담하던 중 사건을 알게 됐다. 피해자 김씨가 견디다 못해 언니들에게도 사건을 이야기를 한 것이다. 처음에는 잘 믿기지 않았다. 그래서 직접 피해자 김씨와 전화 통화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피해자가 형부를 고소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후 본격적으로 피해자를 돕게 됐다."


- 선뜻 돕기가 어려웠을 것 같은데, 피해자를 적극적으로 도운 이유가 무엇인가.
"돕는 것 외에 달리 방법이 없었다. 피해자는 마땅히 갈 곳도 없었다. 또 다른 피해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대로 피해자를 방치할 수가 없었다. 가족들(언니들)조차도 가해자 A씨가 두려워 선뜻 나서지 못했다. 그래서 긴급 피난처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긴급 피난처에서는 일주일 밖에 머물 수 없었다. 기간이 지나면 일단 나왔다가 재입소해야 한다. 재입소전인 공백기에 피해자는 우리집에서 나와 함께 지냈다."

- 처음 이 사건을 접했을 때 어떤 생각이 들었나.
"처음에는 사건이 잘 이해가 안됐다. 하지만 캐면 캘수록 더 많은 이야기가 나왔고, 그에 따른 정황 증거들도 나왔다. 충격적이지만 A씨가 '몰카'로 피해자 김씨를 협박한 사실을 알게 됐다. 자세히 말하기가 어려울 정도로 상당히 충격적인 사건이다."

"피해자 김씨는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 피해자가 특히 힘들어 했던 부분이 있을 것 같다.
"피해자는 처음에 자신이 겪은 일을 다시 기억하는 것조차 어려워했다. 마치 트라우마를 겪는 것처럼 그 사건을 이야기하는 것조차 힘들어 했다. 특히 경찰 앞에 서면 말하는 것을 더 어려워했다. 피해자는 누군가 조금이라도 큰소리를 내면 그대로 얼어버려 말을 잘 하지 못했다. 그나마 나와는 소통이 잘 되는 편이었다."

- 피해자가 쉼터가 없어서 고생했다고 들었다. 성폭행 피해자에 대한 우리사회의 안전망이 부족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드는데.
"처음에는 성폭행 관련 쉼터가 당연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전담 쉼터는 없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성폭행 전담 쉼터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꼈다. 피해자는 요즘, 긴급피난처를 거쳐 가정폭력 쉼터에 머물고 있다. 전문적인 기관이 아니어서인지 처음에는 도움을 청하기가 어려웠다.

가정폭력 쉼터의 경우, 가정 내 성폭행에 대한 이해도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도 받았다. 전문성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피해자의 경우 밤늦게까지 경찰 조사를 받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쉼터의 귀가 시간은 오후 8시였다. 피해자는 이런 상황에 대해서조차 불안해했다. 피해자는 심리 상담도 상당한 기간이 지나서야 받았다."

- 가족에 의해 성폭행을 당한 피해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이나, 조언하고 싶은 것이 혹시 있나.
"가족들끼리 해결할 문제는 아니라, 제 3자나 기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성폭행 피해의 경우 가족들이 오히려 사실을 인지하는 것이 느린 경향이 있다. 가족 중 누군가 "이것 좀 이상해"라고 말해도 "그럴 수도 있지"하며 예사로 넘기는 경우가 많다. 곧바로 제 3자나 기관에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성폭행 피해자 전담 쉼터 #이행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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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주의자. 개인주의자. 이성애자. 윤회론자. 사색가. 타고난 반골. 충남 예산, 홍성, 당진, 아산, 보령 등을 주로 취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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