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페미니즘이 틀렸다고 해서 읽어 보았다.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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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수(kmstop)등록 2019.01.09 14:43
  최근 들어 부쩍 성별간 갈등이 두드러져 보인다. 특정성별의 잘못이 드러나는 온라인 기사가 올라오면, 각자가 묻혀두었던 불편한 감정들을 와르르 쏟아내고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폭력 사고가 일어나기도 했다. 

 마무리가 잘 되면 좋으련만, 아쉽게도 대다수는 혐오감정으로 끝나버린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특정성별에 대한 격렬한 감정을 표출하거나, 혐오발언을 일삼는 이들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이해하기를 포기한다. 

 세상은 변하고 있다지만, 또래 남성들 속에서 '페미니즘' 에 대해 이야기 하려고 하면 워마드, 메갈리안을 떠올리고. 이들에 대한 불편한 이야기를 먼저 이야기 한다. '한남'이라는 단어에 '한녀'라는 단어로 응수하고만 만다. 

 나는, 그래서 사회적 혐오 (차별,폭력 등)의 해결에 앞서, 남성들에게서 이미 팽배한 감정적 혐오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하게 되었다. 이러한 고민은, 주변의 여성 페미니스트 들 과도 이야기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오세라비 지음. 좁쌀한알. ⓒ 좁쌀한알

 
 
 칼럼리스트 이자 사회 운동가인 오세라비(본명 이영희)의 책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라는 책은, 국내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급진 페미니즘'을 비판하고자 하는 논조가 강하다. 페미니스트 들에게는 꽤 자극적인 제목이기도 하다. 그래서, 책을 집어들 때 또 서로 싸우는 이야기 인가? 하면서도. 자극적인 제목을 보고 어쩔 수 없이 집어 들게 되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남성의 입장에서 고민할만한 날것의 생각들이 적혀져 있었다. 책의 발간과 함께 많은 남성들의 환호를 받기도 해서 그런지, 정말 그럴만한 것인지 꼼꼼히 보기로 결정했다.   

워마드,메갈리안 비판.

 책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바로, 국내 페미니즘의 새로운 물결로 인정받게 된 '워마드'와 '메갈리안'에 대한 비판이 등장한다. 
"우리가 명확히 알아야 할 점은 메갈리안 들의 남혐 이 일베 로만 국한된게 아니라 한국 남성 전체를 향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메갈리안 사이트를 모니터링 해 보면 일베를 혐오하는 글의 비중은 의외로 낮다. 그 대신 일반적인 한국 남성을 비하하는 대표적인 용어인 '한남충' 등이 압도적이다. 일명 '메갈 용어사전'에 실린 100개 남짓한 용어들의 극혐 표현 수위는 일베조차 울고 갈 수준이다."

 분열과 증오. 어디에서 많이 들리던 이야기 아니던가. 극우 커뮤니티 사이트 일베도 마찬가지의 방법으로 제대로 된 '논의'를 차단한다. 이러한 방식의 맹점은, 개인의 자유로운 표현만보장해주지, 지속가능한 자유를 보장해 주지는 못한다는 것이다. 

 급진 페미니즘이 새로운 물결로 인정한 워마드와 메갈리안의 실태가, 그가 주장하는 대로라면, 일베도 아닌 평범한 남성이 페미니즘에 대해 어떠한 입장을 가져야 할지 난감하지 않을 수 없다.

  저자는 '워마드', '메갈리안'의 기저에 깔려있는 심리사회적 혐오를 사회적 병리현상이라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한다. 대표적으로 '가해자'(대체로 남성)에게 '가해'하는 것은 타당하다는 생각을 예시로 든다. 그리고, 저자는 이러한 방식으로 갈등을 형성하고, 이슈파이팅(현안과 주장에 힘을 얻기 위한 행동)을 하는 방식은 연대정신을 파괴하는 것 이라고 경고한다.

 결론적으로, 그의 시각은 일방향적인 시선으로 모든 이슈를 '성별프레임'에 가두는 페미니즘. 혐오정치를 유도하는 페미니즘을 배척해야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그는 페미니즘이 진보다! 라고 할수 없다고 이야기 한다. 

페미니즘? 진보?

"엄밀히 말해 페미니즘은 정체성 정치 운동이다. 당파성을 띠거나 정치적 이념이 중심에 있는 것이 아니라 페미니즘의 위상과 이익을 위한 정치적 실천운동이다. 동성에 운동 또한 정체성 정치의 대표 형태다. 페미니즘은 여성만의 권익을 위한 운동이기 때문에, 우파 혹은 좌파에 속하지 않으며 우파가 될 수 있고 좌파도 될 수 있다."

 요약하면, 진보정치를 바라는 이들도, 극우우파를 지향하는 이들 모두 페미니즘을 외칠 수 있다는 점에서, 페미니즘은 진보 또는 보수라고 일컫는 '정치적 이데올로기'의 스펙트럼 어디든지에 설 수 있다는 것이다.

 아쉽지만. 이 부분은 과도한 비판이라고 보여 진다. 페미니즘을 지향하는 개인의 생각이 또 다른 이데올로기와 맞물려 돌아가는 것은 필연적인 사실이다. 그리고 이데올로기의 본연의 모습은 그리 순수하지만은 않다. 

 그래서, 그처럼 단순히 페미니즘 전체를 여성만의 권익을 위한 운동으로 평가절하 하는 것은 과한 면이 있다. 더불어, 정체성 정치 운동도 마찬가지이다. 

  페미니즘이 변화의 시작을 이끌어 낸 건 사실이다. 사회적으로 '미투' 운동에 불을 붙여, 비가시적인 차별을 가시화 시켰고. 몰카 등의 인터넷 성범죄에 허덕이고 있는 수많은 피해자들을 구원해 내는 방아쇠 역할도 했다. 그리고, 가정 내에서는 각자의 성 역할에 대한 이야기를 활발히 진행시켰다.   

  과한 비판의 논조는 좀 걷어내더라도, 급진 페미니즘의 부정적인 모습들은 피해갈 수 없다. 그래서, 그가 제시하는 페미니즘의 '방향성'을 좀 참고해 보았다.

 먼저, 그는 급진 페미니즘의 대표적인 목표인, '가부장제 타파'가 한국사회에 적용 가능한 의제 인지 돌아본다.
"소소하고 자잘한 삶의 행복을 추구하고 연애는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초식남 스타일이 대한민국 젊은 남성들에게도 쉽게 발견되고 있다."

"남자들은 여전히 몸집과 체력으로 여자들을 압도하지만, 이제 여자들은 그런 능력을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

 그는 헤나로진의 '남자의 종말' 을 인용하면서, 사회문화적 변화에 의해서 한국 에서도 남아선호와 가부장제는 무너지고 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2016 한국인의 의식 가치관 조사의 결과도 이를 반영하듯, 가정내 의사 결정권 보유율이 어머니가 아버지의 4배 정도로 월등히 앞선다고 한다.  

"협력하고 연대하는 성 평등에 초점을 두면 안되는가? 페미니즘은 휴머니즘에서 시작됐다. 남성의 문제와 여성의 문제는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상호 연관 되어있다."

이제 성평등을 이야기 하자. 

 따라서 그는, 가부장제의 타파라는 프레임을 조금 더 넘어설 방법으로 성 평등을 주장한다. 하나의 불평등을 또 다른 불평등으로 상쇄하는 것 보다는, 다원적인 사회에 걸 맞는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것에 방점을 둔다. 방법으로는, 성평등 지수가 높은 노르딕 국가를 참고한 여성친화적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한다.    
"여성 활동지원제도 확대 및 남녀 임금격차 제거"
"여성 노동력 복지 서비스 확대"
"부부단위 과세가 아닌, 개인단위 과세를 통해 맞벌이 유도"
"보육 서비스 및 자녀 관련비용 전액 무료"
"18세 미만의 자녀를 가진 부모에게 자녀 아동수당 지급"
 
 위의 정책은 1980년 제정된 남녀평등법 이래로, 스웨덴에서 실시되거나 이미 정착한 제도들이다. 출산률 저하로 인한 '국가 자체의 소멸'을 방지하기 위한 대표적인 여성 친화적 복지국가의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아시아권에서 초저 출산률 국가이다. 스웨덴과 약 2배 정도의 차이가 난다. 청년문제, 주거문제, 여성문제, 고용문제 등이 그간 20~30대의 삶을 얼마나 옮아 매 왔는지 알 수 있다. 대책을 세우기도 전에 국가가 소멸될지도 모른다. 갈등을 봉합하고 성 평등에 대한 고민에서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보인다.  

급진페미니즘의 옮음을 의심해본다.

  헤겔의 정반합. 변화에는 반드시 갈등이 필요하다는 것은 사회 운동에서 일종의 공식이다. 갈등을 해결하려면, 깔아뭉개야 할 때도 있지만, 계속 대화해야 할 때도 있다.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에 실패하면 소위 '역풍'을 맞는다고 이야기 한다.
 
 최근, 대학 내 여학생회의 소멸 등으로 급진주의 페미니스트 들은, 백래시가 아니냐는 이야기를 한다고 한다. 사실, 어느 운동이건 역풍은 찾아 올 수 있다고 본다.   
   
모든 종교와 이데올로기, 신조에는 그늘이 있다. 어떤 신조를 따르든지 불가피한 그늘을 인정하고, "우리에게는 일어날 리 없다" 라는 안일한 확신을 피해야 한다. 
                                                                                                      유발 하라리

 유발 하라리는 21세기를 위한 21가지의 제언에서, 이념은 일방적인 도덕률로 무오류성을 주장하는 것 보다, 때론 무지를 인정하는. 세속적인 방식의 접근이 필요함을 강조한다.

 급진 페미니즘이 갈등을 통해 한 개인의 구원을 넘어, 평범한 대중들에게 자리 잡기 위한 이념이 될 수 있을까. 일각에서 벌어지고 있는 감정적, 사회적 혐오를 연대로 해결할 수 있을까. 대한민국의 현실을 바꿀 수 있는 동력이 될 수 있을까.
   
  페미니스트들에 대한 비판의 수위가 과할지 몰라도, 오세라비의 [그 페미니즘은 틀렸다]라는 책은 올 한해의 이슈에 대한 현실적 대안을 고민하게 한다. 성평등. 여성친화 복지국가. 참고해 볼만 하지 않을까.  이제, 성평등을 실천하자.


이책. 이 부분은 아쉬웠다. 
 

 오세라비 작가의 책은 날것이라서 그런지, 갸우뚱 했던 부분도 많았다. 그중, 일부를 소개한다. 

  첫 번째로, 분단모순이 담겨있는 군대 문제를, 여성도 군대 가라는 방식의 성별간 타협으로 마무리 하려는 건 섣부른 논의다.

 두 번째로, 여성의 삶 일부분만 반영하는 통계로 아시아 최고의 "성평등 국가" 라는 섣부른 축배를 들었다는 것이다.

 아직까지 정규직, 비정규직 불문하고 남녀 임금격차는 크다. 임금의 차이를, 육체노동강도의 차이로만 비교할 수도 없다. 여성 노동자 비율이 높은 학교 내 급식 노동자, 청소 노동자, 마트 노동자 의 노동 강도는 각종 언론사의 르포만 읽어도 한쪽으로만 왜곡된 주장임을 이해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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