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의자 양승태, 검찰 포토라인 무시하고 대법원으로

11일 검찰 출석 전 대법원에서 입장 발표 추진... 대법원 "논의된 바 없다"

등록 2019.01.09 13:37수정 2019.01.09 1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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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수정구 자신의 자택 인근에서 대법원장 재임 시절 법원행정처의 ‘(박근혜 청와대와) 재판 거래 의혹' 등 사법행정권 남용 논란에 대해 입장을 발표하고 있다. ⓒ 이희훈

 
'사법농단' 사건의 정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오는 11일 검찰 소환조사에 앞서 대법원에서 '대국민 입장'을 발표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것으로 9일 확인됐다. 사실상 '검찰 포토라인'에 서는 것에 노골적으로 불만을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이와 함께 양 전 대법원장이 여전히 특권의식을 가졌으며, 법원 조직을 향해 '조직 보호'의 메시지를 주려는 의도라는 분석도 나온다.

이날 양 전 대법원장 측에 따르면 양 전 대법원장은 오는 11일 오전 9시30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기에 앞서 오전 9시경 대법원에서 검찰 조사 관련 소회와 입장을 밝히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장소를 대법원으로 선정한 이유와 관련해 양 전 대법원장 변호인단은 "본인이 최근까지 오래 근무했던 대법원에서 입장을 좋겠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여기에는 시위대와 충돌 가능성도 감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택 앞에서 카메라 앞에 나설 경우 재판거래 의혹 피해자들이 항의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에 대법원 정문 안쪽 야외나 건물 로비에서 기자회견을 추진 중이다. 대법원이 이를 허락하지 않으면 정문 밖에서 발표하는 방안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사례는 흔치 않다. 거물급 인사가 검찰에 소환되는 경우, 상당수의 경호인력이 배치되고 경비가 강화된다. 시위대와 충돌을 고려했다면 서울중앙지검 내부만큼 안전한 곳이 없는 상황이다. 앞서 박근혜, 이명박 전 대통령도 사전에 별다른 입장 발표 없이 검찰 포토라인에 섰다. 이 전 대통령의 경우 자택 앞에서 기자회견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결국 검찰 포토라인에 서서 '입장문'을 읽었다.

이러한 양 전 대법원장의 행보는 결국 검찰 수사를 향한 노골적 불만의 표현으로 볼 수 있다. 법조계 관계자는 "사건의 핵심 피의자로 출석하는 양 전 대법원장이 여전한 특권의식을 보여주는 것 같다"라며 "또 양 전 대법원장이 입장을 밝히는 장소로 대법원을 택한 건 법원 내부의 조직 보호 논리를 자극해서 검찰과 대립을 압박하는 메시지로 보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이 실제로 '대법원 입장발표'를 강행할 경우 당일 대법원과 서울중앙지검 인근에는 큰 혼란이 예상된다. 검찰은 검찰청 안팎에서 피의자의 신분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할 수 있지만 대법원은 검찰이 경호 등의 조처를 취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 대법원이 따로 나서서 경호와 경비를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상황이 발생한다.

한 법조출입기자는 이와 관련해 "검찰 포토라인은 피의자들이 국민들에게 이야기할 수 있도록 언론이 마련하는 것인데 굳이 따로 대법원에 가서 기자회견을 하겠다는 태도를 이해하기 어렵다"라며 "과거 전두환의 '골목성명'처럼 뭔가 의도하는 게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라고 지적했다.


한편, 대법원은 "양 전 대법원장 검찰 출석 전 입장발표와 관련하여 현재까지 대법원과 진행된 협의는 없다"라며 "청사 안에서 진행하려면 대법원의 허가가 있어야 하는데 사실상 불가능하다. 이 상태에서는 대법원 밖에서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양승태 #대법원 #검찰 #사법농단 #박근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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