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빽빽한 서울 도심에... 광산이 있다

[써니's 서울놀이 37] 산골 광산에 가다

등록 2019.01.11 09:33수정 2019.01.16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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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판매하는 것일까 궁금증을 불러 일으키는 돌간판. ⓒ 김종성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서울 도심 속에 광산이 있다. 그곳을 발견한 것은 정말 우연이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 녹번동 고갯길을 천천히 하지만 가뿐 숨을 내쉬며 지나는데 '산골 판매소'라 적혀있는 심상치 않은 돌 간판이 눈에 띄었다.

고갯길을 내려가면 나오는 은평구청에 가야 했지만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자전거에서 내렸다. 돌 간판을 따라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다 막다른 길에서 작은 동굴과 마주쳤다. 살며시 문을 열고 들어서니 광산의 서늘하고 습한 기운이 느껴졌다.

북한산 자락에 자리한 이곳 '산골 광산'은 산업통상자원부에 정식으로 등록된 서울지역의 유일한 광산이며, 전국에서 가장 작은 광산이기도 하다. '노다지'란 말이 생겨날 정도로 한반도 전역에 광산 개발 붐이 일었던 일제강점기 때인 1930년대 생겨났단다. 당시 금광으로 떼부자가 되어 <조선일보>를 인수해 창업주가 된 사람이 방응모다.
  

광산 붐이 일었던 1930년대에 생겨났다는 작은 광산. ⓒ 김종성

돌 틈속에 작게 빛나는 광물질 '산골'을 볼 수 있다. ⓒ 김종성


동굴 속 평평한 공간엔 흔한 라디오도 켜놓지 않은 채 홀로 광산을 지키고 있는 초로의 아저씨가 계셨다. 그 모습은 마치 세상일에 초탈한 도인처럼 보이기도 하고, 1920~1930년대 한반도에 휘몰아쳤던 골드 러쉬(Gold Rush)에 뛰어든 산전수전 다 겪은 노련한 개척자 같기도 했다. 

선대에 이어 산골 광산을 운영하고 있다는 아저씨는 호기심에 찾아온 여행자에게 친절을 베풀었다. 흥미로운 광산 이야기를 들려 주시다가 책상 서랍을 열더니 광산의 이름이자 이곳에서 나는 광물질인 '산골'을 꺼내 보여 주었다. 산골은 돌 속에 들어있는 자연동(自然銅)으로 한자로 山骨 혹은 産骨이라 부른단다. 입구는 작지만 산골을 캐는 광산 갱도의 깊이가 70여 미터나 된다고 한다. 

뼈를 만들어낸다는 '산골(産骨)'의 한자에서 보듯, 예부터 사람 뼈에 좋은 약재(접골약)로 많이 쓰였다고 한다. 산골은 <동의보감>에도 나오는데 뼈가 부러지거나 관절이 좋지 않을 때 산골을 먹으면 뼈와 근육에 진액이 빨리 나와 뼈가 잘 붙는다고 . 
 

광산을 운영하는 아저씨가 보여준 '산골', 동의보감에도 나온단다. ⓒ 김종성


가까운 전철역인 녹번역엔 이 광산과 관련된 동네 이름의 유래가 안내판에 적혀있다.
 
'산골은 녹반(綠礬, 광물이름)이라고도 하는데, 산골이 많이 나는 이 지역에 자연스레 녹반현(綠礬峴), 녹번이 고개라는 이름이 생겨났다. 이는 오늘날 녹번동의 지명 유래가 되었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기자의 블로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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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속말을 타고 다니는 도시의 유목민이랍니다. 소박하게 먹고, 가진 것을 줄이기. 이방인으로서 겸손하기, 모든 것을 새롭게 보기를 실천하며 늘 여행자의 마음으로 일상을 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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