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마드 때리기' 하태경·이준석의 속내는?

"성별 갈등 조장" vs. "범죄를 지적할 뿐" 논란 속에 정치적 주목도는 상승중

등록 2019.01.13 19:59수정 2019.01.14 16: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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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별 갈등에 기대어 주목 경쟁을 벌이는 질 나쁜 정치는 당장 그만 두시라. (…) 바른미래당은 이를 해결하려는 노력 대신 불화·반목에 기름을 끼얹고 '세대 내전'으로 내몰아 자신들의 정치적 입지를 쌓으려 하고 있다." (7일,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

"저희 당에선 젠더 갈등을 유발해서 표를 얻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다. '워마드'를 비롯해 모든 사회단체들은 자기 의사를 낼 권한이 있지만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 대한민국의 건전한 민주주의, 성숙된 모습을 위해 지켜야 할 금도가 있고, 그걸 넘는 것에 대한 언급이라고 생각한다." (같은 날,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같은 사안을 보는 다른 시각의 발언, 왜 나왔을까. 이는 최근 바른미래당 하태경(의원·부산 해운대구갑)·이준석(노원병 당협위원장) 두 최고위원의 '워마드 때리기' 발언에서 비롯됐다. 한쪽은 "성 갈등을 부추겨 지지율을 쌓는다"고 비판하고, 다른 한쪽은 "소외된 20대 남성을 대변하는 것"이라 반박한다. 

페이스북 링크하며 "워마드가 하태경·이준석에게 선전포고 했다"

워마드(WOMAD)는 '여자(woman)'와 '유목민(nomad)'을 합친 단어로, 애초 '메갈리아' 사이트에서 파생된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다. 이들은 그간 여성이 당한 차별·혐오적 언어를 그대로 상대에게 돌려주자는 '미러링' 전략을 깔고 있다. 해당 사이트에서 '~하노'라는 일베(일간베스트 저장소)식 말투를 쓰는 것도 이런 맥락으로 보인다. 

하 최고위원은 지난 2018년 12월 21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워마드 폐쇄'를 주장했다. 그는 당시 워마드 사이트에 올라온 강릉 펜션 사고 피해자 조롱글을 문제 삼으면서 "워마드는 여자 일베 사이트, 남혐(남성혐오)주의자"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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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위 참석한 하태경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 (자료사진) ⓒ 남소연


이에 워마드 이용자들이 반응했다. 같은 달 30일 '바른미래당 보이콧하자'는 내용의 글이 사이트에 올라왔다. 특히 '하태경 최고위원이 20대 남성 마케팅을 시작했고 이준석 최고위원은 이수역 사건에 숟가락 얹으면서 여혐(여성혐오)에 기름 붓고 있다', '그냥 두면 안티 페미 마케팅은 표가 된다는 인식을 준다. 각종 커뮤니티에 반(反)바른미래당 여론을 결집시켜야 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 최고위원은 이 게시글을 지난 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링크하며 "워마드가 하태경·이준석에게 선전포고를 했다"고 알렸다. 이 최고위원도 지난 4일 "워마드가 바른미래당을 공격하겠다고 한다"며 같은 글을 본인 페이스북에 링크했다. 두 사람의 '워마드 때리기'는 그 이후 본격화 됐다. 


"워마드, 페미니스트 아닌 테러리스트… 진선미 장관, 워마드를 없애든지 아니면 여성가족부를 없애든지 하라." (2019.1.4. 하태경 최고위원)

"워마드, 폐쇄해야… 고쳐 쓸 수도 없는 지경의 집단" (2019.1.7. 이준석 최고위원)

"워마드가 그간 자행했던 범죄(모의)를 정리 해봤다. 경찰은 워마드 자체를 형법상의 범죄단체로 조속히 지정해야" (2019.1.8. 하태경 최고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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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은 작년 12월 중순부터 여혐 논란이 인 산이 <페미니스트> 옹호 게시글, 워마드 저격글 등을 올려 주목을 받고 있다. ⓒ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 페이스북


"젠더 갈등 부추길 것" 우려 속 "20대 남성 겨냥한 공세" 분석도

두 최고위원의 '워마드 때리기'가 과하다는 비판이 나왔다. 신지예 녹색당 공동운영위원장은 지난 4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하태경과 이준석씨는 정치를 왜 하시나, 2019년을 워마드 종말의 해로 만들겠다? 2019년 목표가 참 소박하시다"며 "국민과 싸우지 말고 사회 문제랑 싸우시라"고 비판했다. 

젠더 갈등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도 있다. 김은주 한국여성정치연구소 소장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이들이) 20대 남성을 위한 발언만을 하다보면 20대 여성들은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 이런 맥락은 페미니즘에 대한 백래시(backlash·반발)라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두 최고위원의 발언은 현재 기울어진 성 격차 현실은 놔둔 채, 성별 중 한 쪽을 배제하는 결과를 낳게 된다는 지적이다.

'워마드 때리기'가 20대 남성 지지율 제고를 목표로 한 공세란 주장까지 나왔다. 손희정 연세대 젠더연구소 연구원은 지난 5일 본인 페이스북을 통해 "하태경·이준석 최고위원이 '워마드'를 타겟 삼는 것은 문 대통령 지지율에서 빠져나온 20대 남성을 바른미래당에 끌어오려는 계산"이라며 "(두 사람의 계산은) 실효성은 없고 성별 적대만 공고하게 할 뿐이다, 문제 해결이 아닌 문제 확대를 가져올 뿐"이라고 주장했다. 정혜연 정의당 부대표가 지난 7일 "성별 갈등에 기대어 주목 경쟁을 벌이는 질 나쁜 정치"라고 평한 것도 같은 취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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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이준석 최고위원 (자료사진) . ⓒ 남소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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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른미래당 "최근 20대 남성들 당원 가입 늘고 있다"

그렇다면 두 최고위원의 '워마드 때리기'가 진짜 20대 남성의 지지로 연결되고 있을까? 한 바른미래당 당직자는 11일 구체적인 숫자를 밝히진 않았지만 "최근 20대 남성들의 당원 가입이 늘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 UPI뉴스 >가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에 의뢰해 진행한 조사에 따르면, 20대 남성 정당 지지율은 바른미래당이 23%로 2위였다(한국당 28%, 민주당 22% 등). 같은 조사에서 20대 여성 지지율은 3위로, 즉 민주당 55%, 한국당 12%, 바른미래당 5% 순이었다.(2018년 12월 28일부터 2018년 12월 31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성인 1000명, 무선(85%)·유선(15%) ARS 자동응답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 리서치뷰 및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와 관련해 안원일 리서치뷰 대표는 이날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당시 20대 남성 표본수가 적었기 때문에 순위를 매기는 건 무의미하다"면서도 "당장 취업·결혼을 앞둔 20대 남성들이 특히 자신의 사회경제적 처우에 불만이 있는 것 같고, 그게 이런 수치로 이어진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권순정 리얼미터 조사분석실장 또한 "수치를 밝히긴 어렵지만, 20대 남성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상승세"라고 밝혔다.

이에 이 최고위원과 하 최고위원은 고무적인 분위기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7일 "20대 남성에서 바른미래당의 지지율이 23%로, 22%를 받은 민주당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강조했다. 하 최고위원은 이날 본인 페이스북에 "근래 20~30대 후원이 쇄도한다"며, '소외받는 20대 남성과 젠더갈등 해소를 위해 노력해 줘서 감사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정치후원금을 보낸다'는 내용이 담긴 한 지지자의 카카오톡 메시지를 공개했다. 

다만, 두 최고위원은 20대 남성 지지율을 제고하기 위해 워마드를 비판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했다. 하 최고위원은 <오마이뉴스>와 한 전화통화에서 "20대 남성 인기에 영합하려는 얄팍한 행보가 아니다, 청년을 대변하겠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최고위원은 "(워마드 비판이) '지지율 올리기'라는 게 오히려 프레임이라고 본다"며 "저는 워마드 전부터 젠더 문제를 발언해왔다"고 밝혔다. 

젠더 갈등을 부추길 것이란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이 최고위원은 "워마드가 제 나체 합성사진을 (사이트에) 올리기도 했다"며 "범죄가 있으면 범죄 자체로 봐야 한다, 성폭력은 남성 여성을 가리지 않고 증가하는 추세"라고 답했다. 하 최고위원도 "워마드는 '젠더'란 외피만 썼을 뿐 반(反) 여성집단이자, 폭력집단"이라고 주장했다.
#바른미래당 #워마드 #혐오 표현 #하태경 #이준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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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플러스 에디터. 여성·정치·언론·장애 분야, 목소리 작은 이들에 마음이 기웁니다. 성실히 묻고, 세심히 듣고, 정확히 쓰겠습니다. Mainly interested in stories of women, politics, media, and people with small voice. Let's find hop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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