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근직도 내근직도 피해자... 이상한 소방조직 인사

[주장] "현장에 답이 있다"면서도 현장대원 홀대, 행정직 기피는 '승진'으로 유야무야

등록 2019.01.11 14:00수정 2019.01.11 14:00
2
원고료주기

소방공무원 심사승진 문제점 개선 요구 국민청원 사진2018년 12월 23일부터 시작한 청원은 현재 5,000명을 넘어서고 있다. ⓒ 고진영

 
2018년 12월 23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창원소방본부 마산소방서에 근무하는 직원이라며 실명을 밝히며 <소방공무원 심사승진 문제점>이라는 글을 올렸다. 현장근무를 하는 외근직원과 행정업무를 하는 내근직원 중 내근직원으로 승진이 편중되어 있으니 개선해달라는 이야기다. 

과연 창원소방본부만 해당하는 일일까. 작년 12월 서울소방본부는 심사승진을 단행했다. 그 내용을 살펴보면 소방경(계장급)으로 승진한 38명 중 당해 계급에 외근근무인 자는 단 3명에 불과하고 승진자 중 35명(91%)은 모두 현재 내근직원이거나 당해 계급에 내근을 경험한 대원이 승진했다.

또한 한 단계 아래 계급인 소방위의 승진은 총 5명(100%) 승진자 모두 현재 내근직원이 승진했고 그 아래 계급인 소방장 역시 24명의 승진자 중 외근근무자는 3명, 현재 내근이거나 내근경력자 21명(87%)이 승진했다. 서울본부에 근무하는 총 인원 중 현장을 담당하는 외근근무자가 81%, 행정업무를 하는 내근근무자가 19%인 구성비를 생각하면 더 놀라운 수치다. 외근직원의 불만이 나올 만도 한 것이다.
 

서울소방재난본부 승진인사 현황2018년 12월 서울소방본부 소방경 이하 심사승진자 행정업무자와 현장대원 승진비율 현황 ⓒ 고진영

  
하지만 이러한 현상은 창원이나 서울본부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국 소방조직이 모두 이렇게 행정업무를 하는 내근직원의 심사승진이 과도하게 편중된 현상은 대동소이하다. 하지만 각 시·도 소방본부는 개선할 의지가 없어 보인다. 오히려 내근직원의 승진비율을 더 높이거나 아예 내근을 100% 승진시키겠다는 방침을 정하고 있다.

"소방조직의 답은 현장에 있다." "현장이 살아야 조직이 산다"라며 대내외적으로 공공연하게 이야기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것이다. 또한 현장대응 강화가 대국민 안전과 직결된다는 점, 재난현장에서 수많은 현장대원이 목숨을 담보로 활동하는 것을 비춰 봐도 그 대가가 인사정책에서 배제하는 결과라면 분노할 만도 하다.

결과적으로 보면 소방조직이 현장이 아닌 행정중심의 업무를 우선시한다고 말해도 이상하지 않다. 소방공무원 총인원의 80%에 해당하는 현장대원이 인사정책에 있어 선의의 피해를 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왜 소방조직은 이러한 현장대원의 불만이 있음에도 불합리한 인사제도를 개선할 의지가 없는 걸까. 그럴만한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행정업무를 하고자 하는 직원이 없다는 것에 있다. 소방공무원들이 행정업무를 기피하는 현상은 아주 오래된 현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그 기피현상은 더 극심해졌다. 각 시·도 본부는 행정직원을 하겠다는 사람이 전무하다고 하소연을 한다. 그도 그럴 것이 행정근무자보다 근무시간이 더 많은 현장대원들의 보수가 많고, 승진에 있어서도 자동승진 기간이 단축되면서 인사에 인센티브를 더 준다고 해도 굳이 행정업무를 할 필요성이 없어졌다.

하루 종일 책상 앞에 앉아 서류와 싸우며 상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근무환경을 좋아할 만한 사람은 없다는 근무환경도 행정업무 기피의 한 이유가 된다. 또한 제도적으로 행정직원을 별도 선발하지 않는 소방공무원 임용제도가 한 몫을 한다. 신입직원들 대부분은 소방공무원이라면 현장근무를 당연시 하여 그들의 선택에 의해 입사를 하는데 임용 후 갑자기 행정업무를 해야 한다면 심리적으로 선택의 자유가 침해된다고 볼 수 있다.

상황이 이러니 각 시·도 소방본부는 궁여지책으로 아예 행정근무자를 심사승진 100%라는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나선 것이다. 하지만 어떠한 경우라도 이러한 선택은 수긍하기 힘들다.

인사정책의 구조적 문제는 뒤로 한 채 눈에 보이는 문제에 급급해 임시방편 대책으로 일관함으로써 현재 행정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이나 현장업무를 수행하는 직원 모두가 피해자고 불만인 상황을 양산해 내고 있기 때문이다. 아울러 사회적으로 문제가 되는 현장근무자의 홀대에 정부조직의 하나인 소방조직이 수수방관함은 물론 불합리한 인사정책으로 이를 부추기고 있다고 말하면 과장일까.
 
a

지난해 11월 24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충정로의 KT 아현빌딩 지하 통신구에서 불이나 소방관들이 화재진화 작업을 벌이고 있다. ⓒ 연합뉴스

 
한 달 월급을 받고 생활하는 직장인이 가장 원하는 것은 무엇일까?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마 승진이라고 말하는 것에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직장인에게 승진은 급료가 오르는 현실적인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것을 물론 개인의 삶에서 자기 계발과 한 사회 안에서 삶을 투자해 성취하고자 하는 인생의 가치를 실현하는 측면에서도 유일한 수단이라 말할 수 있을 만큼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또한 공정하고 합리적인 인사정책은 조직원을 관리하고 조직의 목표를 달성하는 가장 좋은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그 때문에 한 조직이 추구하는 목표는 바로 인사고과의 정책방향이라 말할 수 있다. 현재의 소방조직의 승진인사 제도는 현장을 버리고 행정을 취하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 부인하더라도 결과는 그렇다.

소방조직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 보호라는 삶에 있어 근본적으로 보호받아야 할 중요한 업무를 수행한다. 각 소방공무원의 개인이 어떠한 마음으로 업무를 수행하느냐는 그래서 중요하며 그 개인의 직업에 대한 투철한 사명감이나 업무에 대한 책임감 그 안에서 업무와 관련한 자기 계발은 곧 국민의 안전과 직결된다. 그런 점에서 현재의 소방조직의 인사정책은 단순한 사안이 아닌 공공의 안전을 위협하는 사안과 같다 할 수 있다.

소방청은 근본적인 해결을 찾아야 할 것이다. 소방공무원 임용정책부터 시작해서 단순한 행정업무는 행정직을 별도 선발하는 문제와 현장소방공무원 중 행정직원을 선발함에 있어 규정이나 자격 규정도 없이 입맛대로 뽑아쓰는 바람에 야기되는 불신을 없애고 일정한 현장 경력 및 계급별 한계 및 자격을 둬 누구나 수긍할 수 있는 인사정책을 전방위로 고려해야 한다. 이를 방치하는 것은 개인의 삶은 물론 대한민국이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에 어긋나며 국민의 안전을 방치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댓글2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주기
네이버 채널에서 오마이뉴스를 구독하세요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는 오마이뉴스를 후원해주세요!

후원문의 : 010-3270-3828 / 02-733-5505 (내선 0)

오마이뉴스 후원하기

현직 소방관 서울소방근무,전)소방발전협의회장,

AD

AD

인기기사

  1. 1 '자택 구금 수준'이라더니... 만나고 싶은 사람 다 만나는 MB
  2. 2 문재인정부 1호 '간첩' 사건... "이런 식이면 정상회담 왜 하나?"
  3. 3 "집에 가자, 엄마 기다리는 집에 가자"
    세월호 아이들 끌어안은 잠수사의 죽음
  4. 4 '개독교'는 하루아침에 만들어지지 않았다
  5. 5 윤석열이 불편한 한국당..."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 발언 강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