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 300명 이상은 위헌이다? 그 주장이 틀린 이유

[주장] 선거제 개편으로 촉발된 국회의원 증원 논란... 헌법, 의석수 상한선 정한 적 없어

등록 2019.01.12 19:44수정 2019.01.12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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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개혁 제1소위 참석한 심상정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심상정 위원장과 자유한국당 정유섭 간사,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간사, 바른미래당 김성식 의원 등이 지난 2018년 12월 18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정치개혁 제1소위에서 선거제도 관련 주요쟁점을 논의하고 있다. ⓒ 남소연


선거제도 개편이 새해 벽두부터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 2018년 12월 15일 여야 5당은 선거제도 개편안을 올해 1월 안에 합의 처리하기로 약속했다.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이 선거제 개편 없이 예산안을 처리할 수 없다면서 장외투쟁을 이어가자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합의 처리를 약속했던 것이다. 그 후 여야가 여러 차례 만나면서 논의를 전개하고 있지만 치열한 수 싸움만 이어갈 뿐 제자리걸음이 계속되고 있다. 선거제 개편에 따라서 각 정당이 이해관계를 달리하기 때문이다.

지난 7일에도 문희상 국회의장 주재로 5당 대표가 만나 선거제 개혁과 관련한 논의를 계속했다. 이 자리에서도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구체적 입장을 밝히지 않았지만,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선거제 개편을 한 목소리로 촉구하며 민주당과 한국당을 압박하고 나섰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연동형 비례대표제 논의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 "국회의원 세비를 동결하고 특권을 내려놓는 등 대안이 있으니 당 의석수 증원에 집중하지 말고 국회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치제도를 바꾸자는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도 "올해는 당리당략을 초월해 선거개혁을 할 수 있는 적기"라며 "의석 정수는 부수적 문제"라고 거들었다.

그러던 중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정개특위) 자문위원회가 지난 9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고 국회의원 정수를 360명으로 증원하는 내용을 담은 선거제도 개혁 방안을 제안했다. 정개특위 자문위는 "현행 선거제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국민의 의사(지지율)와, 선거 결과로 나타나는 의석수의 괴리가 매우 심각하다는 점", "현 제도 특성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으면서 비례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라고 제안 이유를 밝혔다.

또한 자문위는 "국회 역사를 보더라도 국회의원 1인이 대표하는 인구수는 현 20대 국회가 제일 많다"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채택을 고려할 때 국회의원 수는 360명 규모로 증원하는 것이 적정하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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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제도 개혁 다짐한 손학규-정동영-이정미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정미 정의당 대표 등이 지난 2018년 10월 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정치개혁특위 구성 촉구 및 연내 선거제도 개혁 결의 정당-시민사회 공동기자회견에 참석하고 있다. ⓒ 남소연


헌법은 '200인 이상'만 말하고 있을 뿐 

소수정당들은 득표율에 따라서 당선자 수를 정하는 방안이 민의(표심)를 제대로 반영하는 것이라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주장한다. 또, 무엇보다 그렇게 해야 자신들이 교섭단체가 될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반면 거대정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교섭단체가 여럿일 경우 자신들의 의회 장악력이 줄어든다는 점을 고려한다.

그런데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은 의원 수를 늘리거나, 아니면 지역구 의원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비례대표 의원수를 늘려야 비로소 가능하다. 급기야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 이상으로 늘리는 문제와 관련하여 정개특위 소속 자유한국당 일부 의원들은 위헌 가능성을 언급하며 부정적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들은 위헌성 여부를 공개적으로 말하지는 않지만, 의원수를 늘리는 데 있어서는 자유한국당과 마찬가지로 부정적인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정개특위 자문위원의 제안처럼 의원수를 360명으로 늘리는 것이 과연 위헌적 요소가 있는지 살펴보자. 먼저 지난 8일 김재원 자유한국당 의원은 "의석수를 늘리는 것은 헌법상 문제가 있다, (위헌성을) 제대로 판단하고 가야 한다"고 말했다.

즉, 헌법상 의원수에 대한 상한선이 적혀 있지 않다고 해서 의석을 마음대로 늘릴 수 있는 건 아니라는 입장이다. "(헌법상 하한선 규정은) 200석이 299석으로 과도하게 해석된다고 하더라도 299석이 한계선이며 300석은 위헌이라는 주장이 있다"는 요지다. 위헌성을 주장하면서도 위헌의 근거는 명확하게 밝히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회의원 정수에 대한 우리 헌법은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고 규정할 뿐이다(헌법 제41조 제2항). 그리고 공직선거법에서는 국회의 의원정수라는 제목 아래 '국회의 의원정수는 지역구국회의원과 비례대표국회의원을 합하여 300명으로 한다'고 규정한다(제21조 제1항).

결국 우리 헌법이나 공직선거법의 규정은 국회의원 정수의 하한선을 규정하고 있을 뿐 상한선에 대하여는 언급이 전혀 없다. 그렇기 때문에 국회의원 정수를 정하는 것은 200인 미만으로 할 경우에는 헌법개정이 필요하지만 200인 이상의 범위에서 몇 명으로 정할 것이냐의 문제는 입법 정책의 문제로 국회의 재량 사항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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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 pixabay


'얼마만큼 늘리는지'보다, '꼭 늘려야 하는지'가 먼저  

그렇다면 국회의원 정수를 무한정으로 늘리는 것은 어떨까? 아무리 상한선이 없다고 하더라도 지나치게 많은 수의 국회의원을 뽑는 것은 헌법이 추구하는 대의제의 적정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국회의 기능이 어떤 것들인지, (인구수를 포함하여) 외국의 국회의원수와 비교했을 때 타당한지의 여부, 국민들이 합리적으로 생각하는 국회의원수 등을 고려해서 적정한 수에 그쳐야 하는 것이다. 결국 상한선에 대한 규정이 없다고 하더라도 국회의원 정수를 갑자기 2배수, 또는 3배수로 지나치게 늘리는 것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반되어 위헌이 될 수도 있다.

정개특위 자문위가 제안한 국회의원 정수 360명은 헌법의 규정에 위반되는 것도 아니며, 과도하게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으로 보기 어렵다. 따라서 위헌성의 요소는 없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헌법학자들의 기본적인 입장도 200명 이상의 범위 내에서는 국회의원 정수를 늘리더라도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 것으로 해석한다. 사실 헌법 교과서에서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을 만큼 명백한 사항이다.

참고로 2012년 2월 29일 법률 재11374호로 개정된 공직선거법 부칙 제3조가 헌법에 위반되는지의 여부가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이 됐다. 이에 대하여 헌법재판소는 "헌법 제41조 제2항에 의하면 '국회의원의 수는 법률로 정하되, 200인 이상으로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국회 의원정수의 결정은 헌법개정사항이 아니라 입법사항이라 할 것이다(헌법재판소 2012. 4. 10. 선고 2012헌마194 결정)"라고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의원정수를 360명 정도로 늘리는 것이 위헌성이 없다고 해서 의원정수를 늘리는 것이 타당하다는 주장은 아니다. 의원수를 정함에 있어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열심히 일하는 국회, 그래서 의원수가 부족하다는 여론이 형성됐을 때 늘리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지난 2일 KBS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대한 의견'을 묻자 응답자의 46.4%(매우 동의, 대체로 동의)가 동의한다고 답했다. 반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으로 인한 국회의원 의석수 증가에 대한 의견'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의 79%가 반대한다고 답했다(한국리서치 조사, 전국 만 19세 이상 남녀 1000명, 2018년 12월 28일~29일, 유·무선 전화면접, 응답률 : 12.9% 표본오차 : ±3.1%p (95% 신뢰 수준),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국민을 위해 일한다는 신뢰가 아직 부족하다는 이야기다.

사실 국회의원의 수를 늘리면 무엇보다 정당의 힘이 그만큼 커진다. 정당 지도부의 영향력이 증가하게 된다. 우리 정당법에서는 정당의 민주적 운영을 강조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정당이 민주적으로 운영되지 않고 있다고 본다. 국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정당이 특정계파의 사당으로 전락해서 운영된다면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어야 할 아무런 이유도 없게 된다. 결국 의원정수를 늘리는 문제는 정당의 민주적 운영이 담보되고, 국회가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한 다음에 추진해야 할 일이라고 판단한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을 쓴 김정범씨는 법무법인 민우 소속 변호사,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 겸임교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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