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째서 돼지독감은 신종플루가 됐나

[서평]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사랑할까, 먹을까'

등록 2019.01.11 13:53수정 2019.01.11 13: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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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달걀에서 진드기를 죽이는 살충제성분이 검출되면서 사육농가에 대한 불신과 불안감이 확산된 적이 있었다. 이번에는 달걀에서 항생제가 검출됐고, 내성을 가진 슈퍼박테리아가 있을수도 있다는 겁나는 뉴스를 들었다. 달걀찜이 올라온 밥상 앞에서.

축산물에 전염병이 돌거나 살충제와 항생제 파동이 있을때 마다, 언론은 불안을 증폭시키고 농장주의 비양심에 여론의 화살을 유도한다. 정부의 대책도 근본적인 해결책은 외면한 채, 천문학적인 숫자의 동물을 살처분으로 땅에 묻어버리고, 천문학적인 세금으로 보상을 하고 지원도 해준다.


육식사회의 딜레마

문제의 원인은 동물의 본능을 억압하고 좁은 공간에서 대량으로 사육을 하는 공장식축산이다. 공장식축산은 전 세계적으로 오래 전부터 문제의 심각성이 밝혀지면서 일부 국가에서는 사육방식에 규제를 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은 못하고 있다.

농촌에서는 지금도 공장식축산 농장이 만들어지고 있으며, 반대하는 주민들과 마찰을 빚고 있다. 공장식 축산은 동물의 복지와 항생제로 만든 고기의 문제뿐만 아니라, 기후온난화와 미세먼지를 비롯한 지구생태계 전체를 파괴하는 괴물이다.
  

사랑할까, 먹을까 ⓒ 한겨레출판(주)

 
<잡식가족의 딜레마>를 만든 황윤 감독이 영화를 제작하게 된 과정부터 영화에 담지 못했던 이야기들을 책으로 냈다. <사랑할까, 먹을까>는 공장식 축산의 동물복지와 불안한 먹을거리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지금 인류앞에 닥친 심각한 문제의 불행한 시작임을 말한다.

그 해법을 알고 있는 국가와 자본주의 기업은 바뀌지 않으므로, 각 개인의 각성과 실천으로 잘못된 축산시스템을 바꿀수 있기를 바란다. 그럴려면 공장식축산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
 
"맹독성 살충제가 달걀에서 검출됐다고 했다. 사람들은 기절초풍했지만 나는 전혀 놀랍지 않았다. 오히려 이제야 그런 문제가 터진 것이 이상할 따름이었다. 사람들은 '어떻게 닭농장에 살충제를 뿌려댈 수 있나'라고 몸서리를 쳤지만, 나는 '어떻게 닭농장에 살충제를 뿌리지 않을 수 있나?'를 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몇 년전, 돼지를 키우는 공장식축산의 농장을 알고 지내던 관계자의 도움으로 현장을 봤었다. 황윤 감독이 본 그나마 시설이 좋다는 농장과 같은 구조로, 유튜브에서 영상으로 보고 어느정도 예상은 했지만 실제로 현장을 보고는 그 이상의 충격을 받았다.

다녀온 후로 한 달이상 고기를 먹지 못했고, 그 후로 고기를 먹는 횟수와 양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다. 책을 읽기 시작한 날, 그날 봤던 돼지들의 환영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아 잠을 제대로 못잤다. 트라우마가 이런것인가 싶었다(관련기사: 정액봉투 등에달고 인공수정 '끔찍').
 

공장식축산의 농장에서 강제적인 인공수정을 기다리는 돼지 ⓒ 오창균

 
땅 짚고 헤엄치는 축산기업


구제역과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고기를 유통하는 기업의 주식은 상한가를 기록하고 판매가격도 올라서 이익을 본다. 
 
"동물이 대량 살처분 되어도 정부가 손실액을 보상해주고, 축산기업은 똑같은 시스템에서 동물을 다시 키운다. 다시 질병이 발생한다. 다시 정부가 살처분하고 국민 혈세로 보상해주고 다시 공장이 돌아간다."
 
많은 방송채널과 유튜브에서는 '먹방'이 유행이고, 주재료와 부재료에 고기가 들어간 음식이 많다. 고기와 관련된 기업은 광고를 하지 않아도 많은 매체에서 경쟁적으로 홍보해주고 소비를 촉진시켜준다. 기업은 더 많은 고기를 수입하고 더 많은 동물을 빠른시간에 살을 키우는 연구만 하면 된다. 기업은 맛있는 고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공개하지 않으며, 소비자의 알권리는 먹는 것만 허용되고 있다.

파괴의 시대에 살다

2009년 멕시코의 돼지농장에서 발생한 바이러스가 사람에게 옮겨온 '돼지독감'으로 한국도 한바탕 홍역을 치룬적이 있다. 소비를 위축시킬수 있다는 명칭을 두고 논란이 생기자 한국은 '신종플루'로 명칭을 바꿨다. 치료제로 쓰이는 타미플루가 공장식축산과 연관되어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장식 축산이 수많은 질병을 만들어내고 불러들이는 문고리 역할을 한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합니다. 값싼 제품을 소비하겠다는 우리의 욕망이 결국 새로운 인수공통전염병을 만들고 그로 인한 피해는 우리가 받게 되는 거죠. 이 세상에는 공짜가 없어요"
 
공장식 축산에서 대량으로 만들어낸 고기는 인간의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질병을 발생시켰다. 현실의 문제가 된 토양, 수질, 대기오염으로 지구생태계를 파괴해 인간 스스로 무덤을 파는 인류세(人類世) 시작의 중심에는 공장식축산이 있다.

사랑할까, 먹을까 - 어느 잡식가족의 돼지 관찰기

황윤 지음,
휴(休), 2018


#공장식축산 #타미플루 #신종플루 #구제역 #인류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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